서울시 장애인 권익 옹호 ‘옹심이’ 이춘기씨 
‘장애인을 옹호하는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옹심이)’로 활약 중인 이춘기씨가 16일 서울 중랑구청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지적 장애가 있는 양진숙씨와 그를 동네친구로 두고 있는 이춘기(56)씨. 두 사람은 서울 중랑구 상봉1동 한 아파트단지 옆 동에 사는 이웃사촌이다. 이씨는 작년 ‘옹심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양씨를 처음 만났다. 옹심이는 ‘장애인을 옹호하는 마음(心)을 나누는 사람들’을 칭하는 시민활동가다.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앞두고 16일 만난 이씨는 “장애가 있다고 해서 사회와 격리시킬 게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사회적 관계를 맺도록 해 더불어 살 수 있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며 옹심이로 활동하면서 목격한 변화들을 공유했다.

옹심이와 장애인을 봉사ㆍ수혜자 관계로 보면 오산이다. “오가다 얼굴 보고, 좋은 일 있으면 전화해서 자랑하고…” 복지관과 집만 왔다갔다하던 양씨는 이씨와 함께 일식집에서 초밥도 먹고, 동네 공원을 산책한다. 민속촌으로 나들이도 간다. 소소한 일상들이지만, 시설과 집에서만 지내면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양씨는 맛보고 있다. 둘은 일상적인 삶을 함께하는, 말 그대로 동네 친구다.

옹심이는 때로 장애인 친구의 든든한 뒷배 역할도 한다. 이씨는 양씨가 남편의 가정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한번은 울면서 전화가 왔어요. 경찰에 신고하라고 했고, 그 후로 가정폭력이 사라졌죠.” 이씨 자신이 신고를 대신 해줄 수도 있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서울시복지재단에 따르면 양씨처럼 옹심이의 지지를 업은 장애인들은 정신건강, 자존감 등이 33% 오르고, 지역사회에 대한 신뢰가 30% 높아졌다.

옹심이의 궁극적인 역할은 장애인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것. 이씨는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임대주택이라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데, 몇 번 알려줬더니 양씨가 혼자 가서 업무를 봤다”며 대견해 했다. 옆에서 직접 도와주기보다는 스스로 할 수 있게 길을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 사이 양씨에게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씨가 몸담고 있는 마을 모임에도 끼고 있다. “그동안 동네 친구가 없었는데, 이젠 오가며 인사하는 이웃도 생기고, 저녁 초대도 받아요.” 지역사회에 서서히 뿌리내리고 있는 양씨 모습을 보는 것은 이씨의 큰 기쁨이 됐다.

뿐만 아니다. 이씨 자신도 배운다고 했다. 이씨 역시 어릴 적 앓았던 결핵성골수염을 제때 치료받지 못해 한쪽 다리가 불편한 장애를 갖고 있지만 지적장애인을 만난 건 처음이다. “지적장애인에게 갖고 있던 고정관념과 편견을 거두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에 따르면 지적장애인들은 기억이 뒤섞이는 탓에 몇 년 전 일을 오늘 일로 착각하기도 하고, 어떤 말을 알아 듣는데 몇 시간씩 걸리기도 한다고 한다. 이 같은 것들을 이해한다면 그들을 이전과 다르게 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와 서울시복지재단은 2018년부터 옹심이를 육성하고 있다. 지역사회로부터 고립된 장애인들에게 친구를 만들어 줌으로써 이들도 지역사회 안에서 보통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교육을 수료한 280명의 옹심이 중 136명이 일대일로 재가 장애인과 짝을 맺어 맹활약 중이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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