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기준 형평성 논란] 
 건보료 반영 안된 소득감소분 자영업자 스스로 증빙해야 
윤종인(오른쪽 행정안전부 차관이 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한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정부가 소득 하위 70%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지 나흘 만에 구체적인 선정 기준을 발표했지만 혼란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 국민 97%가 가입한 건강보험료 부담액을 기준으로 삼겠다고 했으나 정작 피해가 큰 자영업자는 2018년 기준 소득이 적용돼 한계가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고액 자산가는 배제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했지만 고액의 기준은 내놓지 못해 ‘반쪽 발표’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해 큰 자영업자는 2년 전 소득 기준 

정부가 3일 긴급재난지원금 범정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으로 건보료를 정한 것은 ‘빠른 지급’에 무게를 둔 선택이다. 건강보험은 의료급여 수급자 등 일부 국민만을 제외하고, 전 국민의 97%가 가입돼 있어 별도의 소득 조사 없이 대상자를 선정할 수 있다. 국민들 입장에선 자신이 내는 건보료와 지원 기준을 비교하면 대상자에 해당되는지 상대적으로 쉽게 추정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결정적인 맹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가 기준으로 제시한 ‘올 3월 건보료’는 작년, 재작년 소득을 근거로 산정된 것이라 정작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본 이들이 제외될 여지가 생긴 것이다. 현재 시스템 상으로는 100인 이하 사업장에 다니는 직장가입자의 건보료는 2019년, 지역가입자인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가 낸 건보료는 2018년 소득이 기준이다. 1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직장 가입자만 직전 월 소득이 반영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00인 이상 사업장은 월급이 안정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재난지원금이 가장 덜 필요한 사람들의 소득 감소분만 반영되는 기준인 셈”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스스로 소득이 감소한 것을 증빙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성일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소득이 급격히 줄어들었으나 건보료에 반영되지 않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관련 소득을 증빙해 신청하는 경우에는 반영해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보완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구체적인 증빙 기준은 이날 제시하지 못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선정 기준표
 ◇고액 자산가 ‘컷오프’… 하지만 기준은 ‘아직’ 

재난지원금 수령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힌 ‘고액 자산’도 기준이 불명확하다. 정부는 별도의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검토 대상 자료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 안팎에서는 내부적으로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인 공시지가 9억원 이상(2주택 이상 보유자는 6억원 이상) 주택 보유자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웠지만, 총선을 앞둔 상황이라 발표를 미룬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양 실장은 “기존에 선정한 대상자들의 데이터와 재산 기준 판별을 위한 다양한 공적 자료를 매칭하다 보면 합당한 기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까닭에 정부가 목표로 삼았던 ‘5월 지급’도 쉽지 않다는 관측에 제기된다. 관련 기준이 확정되더라도 실제 집행을 위해서는 기획재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작업과 국회의 논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윤형중 LAB2050 연구원은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변수를 도입하다 보면 기준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물론 이를 집행하는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도 커질 수 밖에 없다”며 “긴급성을 위해서는 단순한 기준으로 대상을 선정하거나, 보편 지급 후 세금을 통해 선별 환수 하는 방식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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