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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도 등판시킨 ‘밀리의 서재’ “우린 출판계 ‘타다’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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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도 등판시킨 ‘밀리의 서재’ “우린 출판계 ‘타다’ 아니다”

입력
2020.02.13 04:30
수정
2020.02.13 09:3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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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오는 15일 밀리의 서재를 통해 7년만의 신작 '작별 인사'를 공개하는 김영하 작가. 밀리의 서재 제공
Figure 1오는 15일 밀리의 서재를 통해 7년만의 신작 '작별 인사'를 공개하는 김영하 작가. 밀리의 서재 제공

15일 출간될 김영하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작별 인사’는 여느 대형 출판사에서 출간되지 않는다. 김영하 이름값에 7년만의 신작이란 화제성까지 더했는데도 그렇다. 김영하 신작은 전자책 월정액 구독 서비스 업체인 ‘밀리의 서재’가 낸다. 전자책이 아니다. 물성을 가진 ‘종이책’이다. 1만5,900원에 ‘밀리 오리지널 종이책 정기구독’ 서비스에 가입하면 책을 준다. 일반 독자들은 2,3개월 뒤 일반 출판사를 통해 정식 출간되면 책으로 만날 수 있다.

◇신흥 공룡, ‘오리지널 종이책’ 승부수

밀리의 서재는 2017년 월정액 9,900원만 내면 전자책을 무제한으로 볼 수 있도록 해준다는 ‘구독경제 모델’을 들고 출판계에 나타났다. 이후 유명 배우가 직접 책을 읽어주는 오디오북, 유명 북튜버와 함께하는 온라인 독서모임, 뮤지컬 도슨트북 등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선보였다. 흥미로운 실험이었지만, 기존 출판계가 위협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밀리 오리지널 종이책 정기구독’ 서비스를 통해 종이책까지 넘봐서다. 미국 아마존도 ‘킨들 언리미티드’ 같은 전자책 미리보기 서비스를 선보이긴 했지만, 자체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생산한 뒤 이를 전자책과 종이책 두 가지 형태로 선보이는 건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 모델이다.

밀리의 서재가 지난해 공개한 오리지널 소설집 '시티 픽션'(왼쪽)과 밀리의 서재 오리지널 종이책 정기구독 서비스를 이용중인 구독자가 자신의 SNS에 인증한 김중혁 작가의 신작 '내일은 초인간'. 인스타그램 @back_sook_ 제공
밀리의 서재가 지난해 공개한 오리지널 소설집 '시티 픽션'(왼쪽)과 밀리의 서재 오리지널 종이책 정기구독 서비스를 이용중인 구독자가 자신의 SNS에 인증한 김중혁 작가의 신작 '내일은 초인간'. 인스타그램 @back_sook_ 제공

밀리의 서재가 종이책 정기구독 서비스를 통해 신작을 공개한 것이 김영하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조남주 김초엽 정용준 등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 ‘시티픽션’을 내놨다. 두 달 뒤에는 김중혁의 신작 장편 ‘내일은 초인간’을 구독자들에게 배송했다.

예열을 충분히 했다는 판단 때문일까. 밀리의 서재의 행보는 더 뜨거워지고 있다. 이번에 김영하를 등판시키는데 이어, 4월에는 김훈의 판타지 소설, 6월과 8월엔 백영옥과 공지영의 신작 에세이를 공개한다. 출판계는 긴장하는 눈치다. 한 관계자는 “TV예능프로그램 출연 등으로 몸값을 높인 김영하는 말하자면 체급이 다른 초대형 작가”라며 밀리의 서재 행보를 “명백한 시장잠식”이라 불렀다. 김영하는 현재 오리지널 종이책 정기구독 서비스 모델로도 활동 중이다.

◇여러 비판에 “법적 문제 없다”

기존 출판계는 서점에 없는, 최고 작가의 한정판 종이책을 독점 판매하는 마케팅 전략이 시민의 독서권, 책의 공공재적 성격을 위축시킨다고 지적한다. 또 큰 자본력으로 김영하나 김훈 같은 대형 작가를 독점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공정거래법 위반을 거론하기도 한다.

김영하 작가는 밀리의 서재 광고 모델로도 활약 중이다
김영하 작가는 밀리의 서재 광고 모델로도 활약 중이다

하지만 밀리의 서재는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밀리의 서재 관계자는 “회원가입에 제한을 두거나 가입 조건이 너무 높아 형평성에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고, 두 달 뒤면 일반 서점에서 풀리기 때문에 접근을 차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구독료 1만 5,900원 또한 도서 정가제를 감안해 산정한 가격이다. 마케팅 차원에서 사업 초기에 인지도 높은 작가를 쓸 뿐, 작가를 독점하려는 의도도 없다고 해명했다.

뿐만 아니라 예약판매, 리커버 한정판, 정기구독 서비스 등 기존 출판계 마케팅 서비스를 적극 빌려왔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대형 작가 신작의 예약 판매, 표지만 바꾼 리커버 한정판 출시, 북클럽 가입을 통한 정기구독은 기존 출판계도 쓰는 마케팅 전략이다. 밀리의 서재 관계자는 “‘출판계 타다’ 아니냐는 일부 비판이 있지만, 우리는 기존 출판계와의 협업이 핵심”이라고 손을 내저었다.

◇메기효과, 발휘할까

논란 속에서도 밀리의 서재 행보가 출판계에 새 바람을 몰고 온 것만은 사실이다. 실제 밀리의 서재 등장 이후 각종 서점과 전자책 업체에서도 비슷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리디북스가 ‘리디셀렉트’를, 예스24가 ‘북클럽’ 등 무제한 전자책 대여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했다. 교보문고도 지난달부터 전자책 구독료에 돈을 더 내면 교보문고가 고른 종이책 가운데 원하는 한 권을 매월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sam(샘) 그리고 책’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병헌과 변요한 등 톱스타를 내세운 TV광고로 눈길을 끈 밀리의 서재
이병헌과 변요한 등 톱스타를 내세운 TV광고로 눈길을 끈 밀리의 서재

밀리의 서재는 최근 누적 구독자 15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까지 100만명을 넘지 못하다 연말 이병헌 변요한 등 톱스타를 내세운 TV광고로 안방에 눈도장을 찍은 뒤 구독자가 급격히 늘었다. 밀리의 서재는 김영하의 신작 공개 이후 구독자 수가 더 크게 증가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벤처 캐피탈 7곳으로부터 총 180억원의 투자를 받아 지금까지 283억원에 달하는 투자 금액을 유치했다는 소식이 알려져 또 한번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금융업계서도 밀리의 서재가 지닌 성장 잠재력을 높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밀리의 서재는 “요즘 시대에 맞는 독서법을 출판사와 함께 찾아나가며 전에 없던 방식으로 진화하기를 우리 역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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