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가운데)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임금 관련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착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1일 조희대 대법관 후임에 노태악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단독후보로 선정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노 부장판사에 대해선 법조계 안팎의 축하가 쏟아졌지만, 최종후보까지 올랐던 법관들은 아쉬움을 삼키며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대법관은 45세가 넘은 법조경력 20년 이상의 법조인(또는 변호사자격을 갖춘 학계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격대상이 되지만,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포함해 14명밖에 없는 사법부의 정점이다. 법관이라면 누구나 원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대법관은 어떻게 뽑을까

대법원은 대법관 퇴임 등으로 대법관직에 공석이 발생할 때마다 법원 내외부에서 대법관 제청대상자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천거(薦擧)받는다. 약 10일 간의 천거기간이 지나면 피천거인 중 심사에 동의한 사람에 한해 학력, 법조계에서의 주요 경력 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 불특정 다수의 의견을 수렴한다. 이후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가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심사대상자들의 대법관으로서의 적격유무를 심사하고, 제청할 대법관의 3배수 이상을 최종후보로 선정한다. 이번에는 노 부장판사와 함께 윤준 수원지법원장, 권기훈 서울북부지법원장, 천대협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4명이 최종후보로 선정됐다.

대법원장은 3배수 정도로 추려진 최종후보자들의 주요 판결과 업무 내역을 공개해 또 다시 법원 내외부 의견을 수렴한 뒤 신임 대법관 후보자를 대통령에 임명제청 한다. 이들은 마지막 관문인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대법관에 임명된다.

대법관 후보로 하마평이 오르는 사람들은 겉으로는 손사래 치면서도 막상 대법관 제청대상자로 추천되면 대개는 심사에 동의한다는 게 법조인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나름 ‘대법관 후보 1순위’라 꼽히는 사람들이 몰리는 탓에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재수는 기본이요, 삼수, 사수까지도 하는 경우가 허다한 이유다.

◇대법관 되려면 4ㆍ5수는 기본

노 부장판사 또한 단번에 이 길을 통과한 것은 아니다. 앞서 대법관으로 두 번,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한 번 물망에 올랐던지라, 네번째 도전만에 대법관의 꿈을 이룰 최종 후보에 선정됐다. 현직 대법관인 권순일 대법관도 2014년 1월 차한성 전 대법관 후임으로 추천돼 최종후보 5명에 포함됐지만, 조희대 대법관이 임명제청 대상자로 선정돼 고배를 마셨다. 변호사 출신으로 처음 대법관이 된 김선수 대법관도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다섯 번이나 대법관 후보로 추천됐다.

대법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법조인들이 열망하는 대법관은 과연 어떤 자리인가? 대법원은 헌법이 인정한 ‘최고법원’이다. 즉 대법관이 된다는 건, 헌법상 인정되는 최고법원의 구성원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대개 합의부로 이뤄져 ‘재판부’ 이름으로 판결을 하는 1ㆍ2심과는 달리 대법원에서는 대법관 개개인의 이름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 대법관 서너 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하는 판결은 ‘부’ 이름으로 나가긴 하지만, 이는 구성원 전원의 의견이 일치했을 때에 한한다. 한 사람이라도 의견이 다르면 전원합의체로 간다. 전직 대법관을 지낸 한 변호사는 “우리나라 최고 법리 전문가들로 꼽히는 사람들과 치열하게 법리를 논할 수 있는 동시에 내 의견이 소수로 몰려도 ‘이런 의견도 있다’고 공개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법관이라면 누구나 그 자리에서 판결하고 싶어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은 고되지만 6년의 활동을 통해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셈이다.

동료 법조인들의 추천과 검증을 통해서만 오를 수 있는 자리인 만큼 명예 또한 상당하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대법관이 되려면 단순히 법리에 밝기만 해서는 안 되고, 주변 사람들에게 신망도 두터워야 한다”며 “제청대상자에 천거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 하는 이유다”고 말했다.

◇영광은 단 하루, 6년간 격무 시달려

하지만 ‘왕관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3심제를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법시스템에서 대법원의 판단은 사건 당사자들에게 ‘마지막 기회’다. 일부 사건에선 사회적 기준을 바꾸는 중요한 판결이 나오기도 한다. 대법원의 판단이 한 개인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격무도 피할 수 없다. 2018년 한 해 대법원에 접수된 사건은 총 6만5,944건. 단순 계산으로도 재판을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3명(대법원장 포함)이 1년에 5,072건을 처리해야 한다. 재판연구관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사건의 압박에서 한시도 벗어나기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법관들 사이에선 ‘임기 6년 중 취임식 하루만 즐거운 자리’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전직 대법관 출신의 박일환 변호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건강 관리를 위해 매일 한 시간씩 걸었는데, 걸을 때도 사건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또 다른 전직 대법관 출신 변호사도 “화장실에서도 사건 생각을 했다”며 “6년 근무를 마치고 나면 몸이 성한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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