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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인 물 처리 기술로 세계적 기업 꿈꾼다"

입력
2024.05.20 04: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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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수처리 전문, 경북 경주 에싸
하수 처리하다 독자적 공법 개발
부유물 완벽 차단 스크린 선보여
국내 300여곳 공급...50개국 특허
"지방서도 할 수 있다 보여 주고파”

편집자주

지역경제 활성화는 뿌리기업의 도약에서 시작됩니다. 수도권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고군분투하는 전국의 뿌리기업 얘기들을 전합니다.

윤영내 ㈜에싸 대표가 지난 16일 경북 경주시 천북면 에싸 천북공장에서 제작 중인 3방향 스크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경주=김정혜 기자

윤영내 ㈜에싸 대표가 지난 16일 경북 경주시 천북면 에싸 천북공장에서 제작 중인 3방향 스크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경주=김정혜 기자

경북 경주시 소재 ㈜에싸는 물 처리 전문기업이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하수처리장이나 대규모 산업단지 내 폐수처리장, 폭우 때 빗물을 퍼 담아 바다로 내보내는 빗물펌프장 등에 오수를 정화하는 설비를 설치한다. 본사는 경주시에 있지만, 가까운 대구는 물론 바다 건너 제주도까지 전국 곳곳에 진출했다. 원래 국내 물 처리 시장은 독일과 미국, 일본 제품이나 그대로 베껴 만든 장비들로 가득 찼다. 하지만 최근에는 에싸가 그 자리를 꿰찼다. 세계 유수 제품을 압도할 정도의 성능 덕분이다.

1993년 설립돼 올해로 서른한 살이 된 에싸는 처음부터 물 처리 기업이 아니었다. 이 회사 윤영내(56) 대표는 중장비 기사로 일하다 물탱크와 정화조를 파는 친지의 권유에 경주시에 ‘경북정화조’라는 이름의 작은 판매점을 차렸다. 사업 규모는 점차 커졌고 토목기사 자격증이 필요한 윤 대표는 만학도로 대학에 입학했다. 지도교수의 조언으로 대학원에 진학해 환경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다양한 정부 연구개발사업 과제를 수행하면서 수(水) 처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윤 대표는 2000년 ㈜경북환경이라는 법인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물 처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초기에는 소규모 상하수도시설과 개인 하수처리시설에서 전체적인 공정을 설계하고 운영했다. 크고 작은 공사를 통해 기존 공법보다 훨씬 더 깨끗하게 물을 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시행착오 끝에 하나의 수조이지만 두 개의 공정이 이뤄지는 독특한 구조를 개발했다. 그 결과, 정화한 물을 밖으로 내보낼 수 있는 횟수가 하루 여섯 번에서 열두 번으로 2배 더 늘어나면서 수질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통상 하수처리장이나 폐수처리장은 마지막 단계에서 오염물질을 가라앉히는 침전 공정을 거치는데, 자주 방류할 수 있게 돼 훨씬 위층에 있는 깨끗한 물을 내보낼 수 있게 됐다. 윤 대표는 “처리장 구조를 바꾸는 물리적인 방법으로 수질을 높여 화학약품 양도 크게 줄였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새롭게 얻은 기술을 영어로 설명했을 때 앞 글자만 골라 ‘에싸(ESSA)’ 공법으로 이름 붙였다. 특허 취득과 동시에 회사명을 동일하게 바꿨다.

㈜에싸가 개발한 수처리 공법 전체 공정도. 에싸 홈페이지 캡처

㈜에싸가 개발한 수처리 공법 전체 공정도. 에싸 홈페이지 캡처

에싸의 기술력이 입증되면서 주문이 쇄도했고 전국적으로 100곳이 넘는 현장에 속속 적용됐다. 그러나 공정마다 설치한 장비가 윤 대표의 성에 차질 않았다. 내로라하는 제품을 다 써봐도 기대만큼 성능이 나오질 않았다. 수처리 공정 첫 단계인 부유물을 걸러내는 스크린이 문제였다. 시중에 나와 있는 기존 제품은 하나같이 물의 흐름이 앞에서 뒤로 한 방향만 진행되고 뒷면이 뚫려 있어 걸러져야 할 부유물이 스크린을 뚫고 물과 함께 흘러가기 일쑤였다. 윤 대표와 직원들은 10년간 연구 끝에 긴 바퀴 형태의 스크린을 개발했다. 또 물이 한 방향이 아닌 전방과 후방, 하부 등 세 방향으로 흐르게 했다. 에싸 제품은 부유물이 앞면을 통과해도 뒷면에서 한 번 더 걸러져 완벽하게 차단됐다.

㈜에싸가 개발한 3방향 스크린(왼쪽) 장비와 기존에 주로 사용됐던 스크린. 에싸 장비가 훨씬 많은 쓰레기를 걸러 낸다. 경주=김정혜 기자

㈜에싸가 개발한 3방향 스크린(왼쪽) 장비와 기존에 주로 사용됐던 스크린. 에싸 장비가 훨씬 많은 쓰레기를 걸러 낸다. 경주=김정혜 기자

10년간의 오랜 연구 끝에 내놓은 스크린은 만들기가 무섭게 팔려 나갔다. 기존 해외 유명 제품과 비슷한 가격대로, 대당 1억 원이 넘는데도 지금까지 전국 300여 곳에 설치됐다. 지난해만 17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올해는 매출 230억 원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포를 이용해 물속 이물질을 분리하는 여과기 등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기존 에싸 공법을 발전시켜 하수나 폐수 유입량이 갑자기 줄거나 늘어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신기술을 확보했다.

에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 개발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지만, 인력 확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이라는 한계 탓이다. 그러나 윤 대표는 열악한 여건을 기회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국내 물 처리 시장을 석권하고 나아가 해외 시장까지 섭렵하겠단 목표를 세웠다. 에싸의 주력 제품인 3방향 스크린은 이미 50개국에 국제 특허출원을 완료했다.

㈜에싸가 개발한 3방향 스크린. 하수처리장이나 폐수처리장에 물과 함께 들어오는 쓰레기를 걸러내는 장치로, 기존 스크린보다 여과 면적이 넓어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처리한다. 에싸 홈페이지 캡처

㈜에싸가 개발한 3방향 스크린. 하수처리장이나 폐수처리장에 물과 함께 들어오는 쓰레기를 걸러내는 장치로, 기존 스크린보다 여과 면적이 넓어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처리한다. 에싸 홈페이지 캡처

윤 대표는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인구 3만 명의 소도시 미국 벤턴빌에 본사를 두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고, 자동차회사 포드도 경주시의 절반도 되지 않은 인구 10만 명의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에 본사가 있다”며 “지방 소도시 경주시에 터를 잡았지만 80여 명의 직원들과 마음을 합쳐 기술과 장비 개발에 힘쓰고, 근로자 복지와 경영 내실화에도 노력을 기울여 에싸를 반드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경주=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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