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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가상화폐 해커부대

입력
2023.10.31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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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북한이 지난해 70발의 탄도미사일을 쏘는 데 든 비용은 10억 달러(약 1조3,500억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 돈은 어디에서 났을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지난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상당액이 가상화폐 해킹으로 마련됐다. 미국 블록체인 업체는 북한이 지난해 탈취한 암호자산을 총 17억 달러(약 2조3,000억 원)로 평가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최대 수혜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일 수도 있다.

□ 북한에서 가상화폐 탈취를 주도하고 있는 곳은 정찰총국 산하 121국이다. 해커 수만 7,000~1만2,000명으로 알려졌다. 2014년 김 위원장을 비판한 영화 ‘인터뷰’를 제작했다는 이유로 소니픽처스를 해킹한 ‘라자루스’ 그룹을 비롯 블루노로프, 안다리엘, APT37, 김수키 등의 해킹팀이 활동하고 있다. 유엔 대북 제재로 꽉 막혔던 김 위원장의 자금줄에 돌파구가 마련된 셈이다.

□ 1991년 걸프전과 2003년 이라크전은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정권 유지를 위해선 핵무기를 절대 포기해선 안 되고 앞으로 전쟁은 컴퓨터가 좌우할 것이란 두 가지 교훈을 줬다. 이후 북한은 국가 차원에서 ‘정보전사’를 키우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김일성종합대, 김책공대, 모란봉대가 앞장서 컴퓨터 프로그램과 보안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집중 육성했다. 같은 시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이 초고속정보통신망을 깔고 정보기술(IT) 강국을 추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북한으로서도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북한은 이를 위해 정보전사들에게는 평양 고급 아파트와 해외 근무 등의 특혜까지 줬다.

□ 지금 북한에선 똑똑한 인재가 '정보전사'가 되고 있다. 반면 남한에선 의대로만 몰리고 있다. 한 명의 해커가 백만 대군과 맞먹는 시대다. 그래서 미국은 4성 장군이 사이버사령관과 국가안전보장국(NSA) 국장을 겸하고 있다. 우린 원스타가 책임자다. 올해 우리 군 인터넷망 해킹 시도 건수는 1만 건을 넘어 역대 최대치다. 외교부와 산하기관 해킹 시도도 9월까지 1만7,500건이나 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도 사이버 해킹전이 한창이다. 우린 북한의 사이버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까.

박일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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