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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세계화와 국가전략기술 특별법

입력
2023.09.28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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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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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무역기구(WTO)의 2023년 연례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소제목은 '안전하고 포용적이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재세계화'(Re-globalization for a secure, inclusive and sustainable future)다. 보고서는 미중 전략 경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대표되는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세계화가 후퇴하고 있지만, 다시 한번 경제성장과 기후변화와 같은 전 지구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재세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전체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그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극명하게 드러나는 상품 교역의 블록화다. WTO 보고서는 진영 내 교역이 2022년 1월 이후 증가한 반면, 진영 간 교역은 감소한 것을 데이터로 보여준다. 동시에 진영 내 교역과 진영 간 교역 격차도 확대되기 시작했다. 글로벌 경제의 블록화가 시작되었다고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첨단기술 제품이 있다. 미국은 선택적 디커플링(selective decoupling) 전략을 통해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중국도 비대칭적 디커플링(asymmetric decoupling) 전략을 통해 세계는 중국에 더 의존하지만 중국은 세계 의존도를 줄이는 전략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진영 간 기술 초격차 경쟁과 진영 내 첨단기술 협력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부상하는 두 가지 개념이 있다. 기술주권과 기술통상이다. 기술주권이라는 개념은 과학기술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로, 국가의 주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기술의 확보역량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기술통상은 이러한 기술주권 강화를 위해 일어나는 국가 간 기술의 교역을 의미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교역을 촉진하는 수단으로 바라보던 5G·6G,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첨단기술은 이제 그 자체를 교역의 주역으로 다뤄지고 있다.

보통 주요국의 첨단기술 혁신전략은 기술의 '개발', '보호', '활용'의 세 가지 틀로 구성된다. 전통적인 과학 기술계의 시각에서 보면 개발은 연구개발(R&D), 보호는 지식재산권(IP), 활용은 기술표준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다. 그러나 지정학적 갈등이 첨예화되고 첨단기술이 이중 용도적 특성을 더해가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과학기술을 경제 및 안보와 결합해서 바라보는 경향은 나날이 강화되고 있다. 이제 주요국은 과학기술의 개발을 경제안보 협력의 대상으로, 보호는 수출통제와 외국인투자심사, 활용은 기술규범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미 주요국들은 발 빠르게 기술파트너를 찾아 나섰다. 2021년 미국-EU 무역기술위원회(TTC), 미국-대만 기술무역투자협력(TTIC), 2022년 미국-일본 상무·산업파트너십(JUCIP), 2023년 미국-인도 핵심첨단기술구상(iCET), EU-인도 무역기술위원회(TTC)가 출범했다. 우리는 지난 4월 미국과 차세대 핵심‧신흥기술관련 협력 채널을 마련하였고, 8월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공동연구뿐만 아니라 기술표준과 기술규범 관련 협력의 기틀을 마련했다. 다음 단계는 우리 협력의 대상을 EU, 영국, 인도 등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일 것이다. 세계 경제의 블록화와 첨단기술의 중요성이 부상하는 가운데, 9월 22일 시행에 들어간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의 역할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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