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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전 문화부 장관 “문화가 있었기에 군부독재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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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전 문화부 장관 “문화가 있었기에 군부독재 극복”

입력
2023.09.19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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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겸 문화행정가 파울리나 우루티아
DMZ영화제 개막작 '이터널 메모리'로 방한

칠레 배우 겸 전 문화부 장관 파울리나 우루티아는 "한국도 칠레와 비슷한 현대사를 겪은 것으로 안다"며 "'이터널 메모리'가 한국 관객에게도 남다르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트나인 제공

칠레 배우 겸 전 문화부 장관 파울리나 우루티아는 "한국도 칠레와 비슷한 현대사를 겪은 것으로 안다"며 "'이터널 메모리'가 한국 관객에게도 남다르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트나인 제공


남편이 알츠하이머를 앓는다. 아내는 기억이 지워지는 남편을 위해 옛 시간을 상기한다. 병은 부부 편이 아니다. 예고된 결말이 다가온다. 하지만 둘의 사랑은 오히려 더 깊어진다. 지난 14일 개막한 제15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개막작 ‘이터널 메모리’(20일 개봉)는 부부의 애틋한 감정을 넘어 칠레의 엄혹했던 시대를 돌아본다.

영화 속 아내 파울리나 우루티아(54)는 칠레 유명 배우이자 전 문화부(2006~2010) 장관이다. 영화제 참가를 위해 방한한 그를 지난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 극장에서 만났다. 우루티아 전 장관은 “15년 된 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된 점이 큰 의미가 있어 한국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DMZ다큐멘터리영화제가 민주주의와 자유를 상징하는 데다 ‘이터널 메모리’는 칠레가 겪었던 어려움을 기록한 영화라 더 의미가 남다르다”고 덧붙였다. DMZ다큐멘터리영화제는 비무장지대(DMZ) 인접 지역인 경기 고양ㆍ파주시 일대에서 21일까지 열린다.

우루티아 전 장관의 남편은 아우구스토 공고라(1952~2023)다. 칠레 유명 방송 저널리스트 겸 작가였다. 칠레 군부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1915~2006) 대통령이 집권(1974~1990)했던 1980년대 대안 방송뉴스집단 텔레아날리시스를 이끌었다. 주류 방송에선 다루지 못했던 정권의 민주운동 탄압과 인권유린, 빈부격차 등을 보도하며 명성을 얻었다. 피노체트가 물러난 이후엔 주류 방송에서 문화 프로그램을 장기 진행하기도 했다.

‘이터널 메모리’는 공고라의 병이 악화되는 과정 속에 1980년대 칠레의 현실을 고발한 영상을 끼워 넣는다. 공고라는 독재시절의 아픔을 잊지 말자고 주창했던 인물이나 그의 기억은 서서히 꺼져간다. 영화는 둘의 사랑과 칠레 현대사를 화면 속에 영원히 새겨두려 한다. ‘영원한 기억’이라는 뜻의 제목은 역설적이면서도 중의적이다.

칠레 다큐멘터리 영화 '이터널 메모리'. 아트나인 제공

칠레 다큐멘터리 영화 '이터널 메모리'. 아트나인 제공

‘이터널 메모리’의 감독은 마이테 알베르디다. ‘요원 몰(요양원 비밀요원)’(2019)로 제93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장편다큐멘터리상 후보에 올랐다. ‘이터널 메모리’는 지난 1월 선댄스영화제에서 월드시네마 다큐멘터리 부문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영화의 촬영은 5년 넘게 이뤄졌다. 공고라는 촬영을 흔쾌히 허락한 반면 우루티아 전 장관은 “끝까지 반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영화를 보고 나선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남편이 왜 거절하지 않았는지 알겠더군요. 이 영화 자체가 그가 살아온 삶의 결과물이라 볼 수 있습니다.”

우루티아 전 장관은 1987년 연극 배우로 데뷔했다. 군부독재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이다. 우루티아 전 장관은 “당시는 모든 분야가 탄압받던 시절”이라면서도 “제한된 상황에서 저항을 표현하려는 예술 활동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특히 문학 작품들이 은밀하게 (저항적인 내용을) 표현했다”며 “문화는 칠레 국민이 독재의 공포를 이겨내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도 말했다.

군부시절 칠레에선 영화가 5년에 1편 정도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1년에 25편가량 제작된다. 세바스티안 렐리오(‘글로리아’ ‘판타스틱 우먼’ 등), 파블로 라라인(‘재키’ ‘스펜서’) 등 세계적 감독이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우루티아 전 장관은 “2003년 문화부가 생긴 후 예술 분야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며 “영화 제작과 배급, 해외 진출 등 여러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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