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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어도 외로울 때

입력
2023.06.0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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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수의 마음 읽기]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할머니와 살면서 아르바이트 일을 하며 살아가는 한 20대 학생은 이름 모를 불안과 무기력감 때문에 클리닉에 다니기 시작했다. 우울증에서 많이 벗어난 요즘 친구를 종종 만나는데, 그렇게 만나고 돌아올 때마다 늘 외롭고 허전하다고 말한다. 괜히 사람들을 만났나 느낌도 든다. 바쁘게 살면서도 미래는 늘 불확실한데, 어쩐지 나만 이렇게 사는 것 같은 생각이 자주 든다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지내면서 외로움은 일상이 되었다. 이전의 익숙하던 삶이 돌아올 거라 믿는 사람도 있지만 이미 익숙해진 인터넷을 통한 만남은 일정 부분 계속될 것 같다.

우울과 불안장애 유병률은 전례 없이 증가했고, 독거노인과 요양 시설 거주자들은 가족들을 자주 만나지 못하면서 만성 외로움으로 인한 심리ㆍ신체적 증상 악화를 겪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은 하루 담배 15개비 혹은 알코올 중독 수준으로 신체에 나쁜 영향을 준다. 치매 위험성이 150% 증가하며 심혈관 질환도 30%가량 더 많이 발생한다. 면역력을 낮춰서 감염이나 통증에 취약하게 만드는 것이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은 위험군이라는 게 있지만 외로움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소득이나 교육 수준, 성별이나 인종에 따른 차이도 없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젊은 성인 10명 중 6명은 외롭다. 2020년 성인 대상 ‘외로움 관련 인식 조사’에서 59.5%의 성인과 많은 수의 20대(67.2%), 30대(64%) 청년이 외로움을 보고했다.

외로움이 오래가면 자기 연민에 빠진다.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공감과 달리 자기 연민에는 ‘존중’이 빠져 있다. 스스로를 존중하지 못하니까, 본인 의지를 믿지 못하고 나를 불쌍히 여기게 되면서 사람들도 응당 나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으려 하는 친구는 대부분 멀리하려 하기 때문에 점점 더 외로워진다.

어떻게 해야 할까? 메타버스 시대에 인터넷을 통한 만남은 연결성을 유지하게 해 많은 위안이 된다. 하지만 온라인에만 의존한 사회생활을 하는 것은 삼가는 게 좋다. 화상 회의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한 원격 만남을 이용하면 기본적 의사 소통은 가능하겠지만 인간 사이의 유대감과 행복을 주는 옥시토신이나 세로토닌은 서로 눈을 맞추고 몸을 부대낄 때 작용하기 때문이다. 컴퓨터 앞에만 있다가 발생하는 근력 감소와 체력 저하는 별도로 하더라도 말이다.

시간을 정해 놓고 친구들이나 동호회 등 미팅을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물론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을 억지로 만날 필요는 없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특히 연결성에 취약한 노인이나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인터넷이나 전화 등에만 의존하지 말고 오프라인 수시 방문을 통해 연결성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외로움을 예방하고 연결성을 유지하는 것은 개인의 정신ㆍ신체적 건강 유지뿐만 아니라 사회 유지를 위해서도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뇌를 가진 인간은 서로 함께 있을 때 기운이 난다. 누군가 나를 바라보며 내가 하는 일을 칭찬하고 지지할 때 더 잘하기 때문이다. 일이 잘 안 풀리고 무기력해질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지고 외롭겠지만 어차피 세상에는 내가 손 흔든 만큼 앞으로 가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대다수다.

내가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 아침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책을 읽거나 운동ㆍ명상 등을 하는 시간은 외로움(loneliness)의 시간이 아니라, 내 성장을 위해 스스로 선택한 고독(solitude)의 시간임을 잊지 말자.

한창수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한창수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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