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신종펫숍에 속지 마세요, 부디 제발

입력
2023.05.20 14:00
수정
2023.07.27 00:47
23면
0 0


경기도 한 신종펫숍에서 공간 부족으로 파양견이 종이박스 안에서 관리되고 있는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경기도 한 신종펫숍에서 공간 부족으로 파양견이 종이박스 안에서 관리되고 있는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신종펫숍이 기승을 부린다는 제보를 받고 지난달 중순 경기도와 서울에 있는 신종펫숍 두 곳을 찾았다. 신종펫숍은 비영리 보호소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펫숍 영업에 주력하거나 영리를 목적으로 하면서 보호소를 표방하는 업체다. 포털사이트에 '유기동물 보호소'라고 검색하면 상단에 뜨는 곳들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안락사 없는 보호소'임을 내세우며 "사지 말고 무료로 분양받으라"고 광고하고 있다.

경기도의 신종펫숍 매장에 들어서자 진열대마다 태어난 지 2개월 안팎의 이른바 품종견, 품종묘가 물건처럼 전시돼 있었다. 파양견(보호자가 소유권을 포기한 개)에 관심이 있다고 하자, 직원은 안쪽 별도의 공간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중대형견 20여 마리가 비좁은 칸에 분리돼 있었다. 공간 부족으로 종이박스와 이동장 안에서 생활하는 개들도 있었다. 이 중 두 마리는 입에 거품을 무는 등 위독해 보였지만 방치되고 있었다. 사람들이 돈을 내고 맡긴 자신의 동물이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는 걸 알고 있을지 궁금했다.

업체 측에 확인하자 "위독해 보인 개는 처방에 따라 약을 먹였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개는 입양됐다"며 "입양가족 사진과 진료 및 치료 내역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업체 측으로부터 받은 사진은 아이들이 해당 개와 찍은 사진뿐이었다. 사진만으로는 개를 맡긴 가족인지, 입양한 가족인지 알 수 없었다. 입양 기록 및 진료와 치료 기록을 재차 요구했지만 기사가 나간 뒤 업체 측은 연락을 끊었다.

경기도 신종펫숍에서 구조됐지만 이틀 만에 숨진 '조이'가 치료받던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경기도 신종펫숍에서 구조됐지만 이틀 만에 숨진 '조이'가 치료받던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업체 측은 전염병 검사를 한 뒤 동물을 분리한다고 했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달랐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가 손님으로 가장해 해당 매장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던 3개월령 강아지를 보증금 5만 원을 주고 데려왔지만 홍역과 코로나에 감염된 게 확인됐다. 다른 개들에게 전염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구조된 개는 '조이'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안타깝게도 이틀 만에 세상을 떠났다.

신종펫숍은 보호소라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만 파양동물은 '미끼상품'에 불과하다. 실제 방문한 서울의 신종펫숍은 홈페이지에 소개된 파양견 자체가 없었고, "파양견은 대부분 문제가 있거나 아프다"며 펫숍 동물을 권했다. 안락사는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위 사례처럼 아픈 파양동물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무료라고 하지만 입양하려는 이에게 책임비라는 명목으로 수십만 원을 요구하기도 한다.

서울의 한 신종펫숍에서 판매되고 있는 푸들.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파양견은 정작 매장에 없었다. 고은경 기자

서울의 한 신종펫숍에서 판매되고 있는 푸들.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파양견은 정작 매장에 없었다. 고은경 기자


신종펫숍 사업 흐름도. 동물자유연대 제공

신종펫숍 사업 흐름도. 동물자유연대 제공

신종펫숍은 또 자신의 동물을 포기하는 사람들의 죄책감을 교묘하게 이용해 이득을 취해 왔다. 보호자로부터 돈을 받고 동물을 맡은 뒤 새 보호자에게 다시 돈을 받고 팔면서 수익을 올리는 구조인데 이 과정에서 보호자로부터 반려동물을 인수할 때 나이, 질병 유무 등에 따라 수십만~수백만 원을 받았다. 계약서상 고객에게 심각하게 불리한 조항이 많아 업체와 보호자 간 갈등이 컸는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아이조아 서울점의 '파양·입소각서'를 심사해 업체 측이 불공정약관 조항을 스스로 시정하기도 했다.

신종펫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무나 보호소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게 하고 △피치 못할 상황에서 지자체가 동물을 인수하는 사육포기 인수제를 도입하는 등의 방법이 거론된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이들의 마케팅에 속지 않는 것이다. 신종펫숍에 가지 마세요, 부디 제발.

알려왔습니다

[반론보도] <신종펫숍에 속지 마세요, 부디 제발> 관련
본보는 지난 5월 20일자 <한국일보> 오피니언면(23면 이내의 면)과 <한국일보닷컴>에 <신종펫숍에 속지 마세요, 부디 제발>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하며 아이조아 요양보호소 서울점을 언급했습니다.
이에 대해 위 업체 측은 “본점이 관리하고 있는 동물은 모두 파양자로부터 인수하였거나 보호위탁을 받은 동물이고, 해당 동물들을 방치하거나 열악한 시설에서 관리한 사실이 없으며, 일반 펫샵처럼 파양동물이 아닌 동물을 판매하고 있지는 않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