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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외교의 달인' 기시다 "윤 대통령 위해 2차 준비했다" [특파원24시]

입력
2023.05.14 16:09
수정
2023.05.14 17:0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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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총리로 7년 만에 예능 출연해
'히로시마 G7 정상회담' 홍보
"관저에서 근육 운동" 사생활도 공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 방송된 닛폰텔레비전의 예능 프로그램 '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 수업'에 출연한 뒤 출연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닛폰텔레비전 제공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 방송된 닛폰텔레비전의 예능 프로그램 '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 수업'에 출연한 뒤 출연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닛폰텔레비전 제공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 일본 민영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19일 히로시마에서 개막하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를 홍보했다. 일본 총리가 시사 대담이나 토론 프로그램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은 2016년 아베 신조 전 총리 이후 처음이다.

기시다 총리가 출연한 프로그램은 매주 토요일 저녁에 방송하는 닛폰텔레비전(닛테레)의 ‘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 수업’이었다. 선생님 역할을 할 전문가가 출연하고 연예인들이 특정 주제에 대해 배우는 형식의 교양 예능으로, 한국의 '집사부일체'와 비슷하다. 제작진이 히로시마 G7 정상회의를 소개해 달라며 기시다 총리에게 출연을 제안했고, 지역구 히로시마에 대한 애착이 강한 기시다 총리가 선뜻 응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의 특기를 살린 외교는 '음주 외교'

13일 방송된 프로그램에서 사회자는 "기시다 총리가 자신의 특기를 살려서 잘하는 외교는 무엇일까"라는 퀴즈를 출연진에게 냈다. 정답은 ‘음주 외교’였다.

기시다 총리는 술이 세다. 1997년 아베 전 총리 등과 함께 대만에 방문했을 때 대만 의원들이 계속 술을 권했고, 그가 지치지 않고 ‘원샷’으로 응한 일화는 유명하다. 2021년 그가 총리에 취임했을 때 대만 언론은 그를 ‘전설적 주당’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기시다 총리는 방송에서 음주 외교의 장점으로 “딱딱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다”는 점을 들었다. 올해 3월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도 2차까지 준비해 함께 술을 마시며 “진지하게 한일관계를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히로시마에서 G7 정상회의를 여는 이유에 대해 기시다 총리는 피폭지인 히로시마가 세계에 평화를 호소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핵 보유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핵 없는 세상'과 멀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상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기시다 총리의 사생활도 공개됐다. 헬스클럽에 갈 수 없기 때문에 총리 거주 공간인 도쿄 공저(공관)에서 매일 근육 운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공저엔 1930년대 총리 습격 사건 때 사망한 사람들의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지만, “아직 유령을 만난 적은 없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일본의 18선 원로 의원인 오자와 이치로 입헌민주당 의원이 지난 9일 트위터에 올린 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기사를 인용하며 "정치에 방송국을 활용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트위터 캡처

일본의 18선 원로 의원인 오자와 이치로 입헌민주당 의원이 지난 9일 트위터에 올린 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기사를 인용하며 "정치에 방송국을 활용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트위터 캡처


"방송을 정치적으로 이용" 비판 많아

기시다 총리의 예능 출연에 대한 일본의 반응이 좋은 편은 아니다. “공공의 전파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 “인기 관리할 시간이 있으면 경제 대책이나 진지하게 검토하라” 같은 글을 인터넷 공간에 올린 사람들이 많았다. 총리의 국정에 대한 생각을 듣거나 검증할 기회는 없고 홍보 효과만 줬다는 것이다.

마이니치신문은 “방송국에 사심이 있는 것 아니냐”며 기시다 총리를 출연시킨 닛테레를 비판했다. 민영방송은 총무성에서 5년 주기로 방송 허가 갱신 승인을 받는데, 그 시한이 올해 10월 말이다. 일본 릿쿄대의 사나카와 히로요시 미디어학과 교수는 “요즘은 방송사 입장에서 정치권과의 관계를 매우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시기다. 방송사 경영진은 ‘정권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라고 꼬집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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