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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세 아버지도 15세 아들도 모두 청년... 고무줄 나이 기준에 혼란

입력
2023.05.19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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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로 청년 나이 범위 상향 추세
지자체마다 제각각 청년 나이 기준
청년정책 수혜자 늘어 예산 부담도
"효과도 의문… 생애주기 고려해야"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에서 열린 2023 청년활력박람회에서 청년들이 청년수당 안내를 받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에서 열린 2023 청년활력박람회에서 청년들이 청년수당 안내를 받고 있다. 뉴스1

저출산·고령화 영향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이 나이 기준을 상향해 청년 지원책 수요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2020년 시행된 청년기본법에선 만 19세부터 34세 이하를 청년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39세나 49세로 확대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예산 부담과 지자체별로 다른 청년 나이 기준에 따른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도 청년 나이 상향

울산시는 청년 연령 상한선을 기존 34세에서 39세로 조정하는 ‘울산시 청년 기본조례 일부개정안’을 18일부터 공포·시행했다. 개정된 조례에 따르면, 울산지역 청년은 3월 기준 20만5,867명에서 27만5,807명으로 7만여 명 늘어난다. 이들은 청년월세 한시 지원과 울산청년 희망공제, 청년센터 서포터즈, 청년거점공간 설치 지원 사업 등 시가 추진 중인 각종 청년정책 혜택을 받는다. 울산시 관계자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청년 나이 범위를 넓혔다”며 “복지 향상을 통해 청년 인구 유출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년(19~34세 기준) 비율 전국 최하위로 꼽히는 전남도는 지난달 23일 광역단체 최초로 청년 상한 연령을 39세에서 45세로 늘렸다. 지역을 떠나는 도민 가운데 열에 아홉이 청년인 현실을 반영한 자구책이다. 달라진 기준에 따라 전남 청년 인구는 14만3,000여 명 늘어난 53만4,000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30%가량을 차지한다.

세종시와 경남 합천군 등 5개 지자체도 지난해 하반기 청년 나이 기준을 완화했다. 전남 고흥과 경북 봉화·예천은 청년 기준을 49세까지 확대했다. 15~49세를 청년으로 정한 전북 장수군에선 15세 아들과 49세 아버지가 같은 청년으로 묶이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수도권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 도봉구는 최근 서울 자치구 중 처음으로 청년 연령을 19~39세에서 19~45세로 높였다. 구 관계자는 “청년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위기 상황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시와 경기 화성시 등도 청년 연령을 각각 45세와 39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실제 체감 청년 나이도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청년 사회·경제 실태조사' 결과, 국민이 생각하는 청년 연령의 마지노선은 2016년 29.5세에서 2021년 32.9세로 상승했다.

그래픽= 김문중 기자

그래픽= 김문중 기자


나이 올려도 인구 줄어든 단양군

청년 나이 기준이 지자체마다 제각각 규정되면서 광역단체 내에서도 지역마다 다른 잣대가 적용돼 혼선을 주고 있다. 경남의 경우 18개 시·군 가운데 도와 청년 기준이 같은 기초단체는 양산시뿐이다. 45세라면 고성군에선 청년 대우를 받지만 인접한 통영시에선 장년층에 속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다른 시·군에선 혜택 대상인데 우리는 왜 안 되느냐는 민원이 종종 들어온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청년 나이 불일치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지난해 6월에는 청년 나이를 19세 이상 39세 이하로 통일하는 청년기본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청년정책 수혜자 확대로 늘어나는 예산도 부담이다. 전남도는 청년 나이를 45세로 늘리면 35억 원, 49세로 늘리면 100억 원의 사업비가 더 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비 매칭 사업이라면 정부가 현재 청년으로 정한 34세 이상에 대한 추가 예산은 지자체가 모두 감당해야 한다.

산술적인 청년 연령 조정 효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충북도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단양군은 2017년 청년 연령 상한을 다른 시·군보다 무려 열 살 많은 49세로 올렸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듬해 40여 명이 반짝 증가하는 데 그쳤을 뿐 오히려 5년 사이 전체 인구의 10%에 달하는 2,500여 명이 줄었다. 단양군 관계자는 “지역민들에게 조금 더 혜택을 확대하는 차원일 뿐, 청년 인구 유입 효과는 미미했다"고 말했다.

김기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청년정책연구실장은 “연령 폭이 넓어질수록 정책의 초점은 흐려질 수밖에 없고, 특별 지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얻기도 어렵다”며 “취업, 결혼, 육아 등 연령별 생애주기를 고려해 남아있는 청년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청년이 남도록 하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울산=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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