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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대응력 높이려니 中 'MD 편입' 의심… 한미일 미사일정보 공유 딜레마 [워치 앤 캐치]

입력
2023.05.24 16: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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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장인 그랜드 프린스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장인 그랜드 프린스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1일 오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인 일본 히로시마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이뤄진 한미일 정상회담. 촉박한 일정으로 사진 촬영까지 2분에 불과한 짧은 만남이었지만 3국 정상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회담의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합의를 잊지 않고 재확인했다. 현재 군당국 간 정보공유 협의체 구축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세 나라는 다음 달 싱가포르 국방장관 회담, 7월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구체적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한미일 미사일 정보 실시간 공유는 한미와 미일 간 따로 가동되던 정보공유 체계의 연결을 뜻한다. 우리 입장에선 미일의 감시정찰 정보를 결합해 북한 미사일 도발 동태를 보다 신속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이 최근 들어 남한을 사정권에 둔 중단거리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전술핵무기 위협을 본격화하고 있어 우리로선 불가피한 대비 태세 강화 조치다.

문제는 이번 조치가 한국의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 참여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의 MD 배치에 특히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중국은, 우리 정부의 의혹 부인에도 지난 9일 "양국 관계에 불필요한 방해와 영향을 피하길 희망한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일찌감치 미국 MD체계 구축에 동참한 일본과 달리 참여정부 이래 역대 정부는 지정학적 여건, 국내 여론 등을 감안해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체계의 독자 구축 기조를 유지해 왔지만, 당위론이든 현실론이든 한미동맹의 MD체계는 결국 통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란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2016년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때처럼 중국의 고강도 보복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 한편으로, 수세적 태도를 벗고 한미일 군사공조의 이익까지 감안해 국익 극대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

한일 탐지정보 상호보완적

주한미군은 지난 3월 전반기 '자유의 방패' 한미연합연습과 연계해 사드 원격발사대 전개 훈련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사드가 2017년 경북 성주기지에 배치된 이래 처음으로 기지 밖에서 진행된 훈련이다. 연합뉴스

주한미군은 지난 3월 전반기 '자유의 방패' 한미연합연습과 연계해 사드 원격발사대 전개 훈련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사드가 2017년 경북 성주기지에 배치된 이래 처음으로 기지 밖에서 진행된 훈련이다. 연합뉴스

미사일방어체계는 적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탐지·요격하는 시스템으로 △탐지체계(공중 정찰위성·정찰기, 지상 레이더, 해상 이지스함) △지휘통제체계(C4I) △요격체계로 구성된다. 한미는 국군 작전통제소(KTMO-CELL)와 주한미군 작전통제소(TMO-CELL)의 C4I를 연결해 북한 미사일 정보를 실시간 공유한다. 이미 MD를 공동 구축한 미일은 주일미군사령부와 일본 자위대 간 실시간 정보공유 C4I 체계를 갖추고 있다. 양측의 C4I 체계를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를 매개로 한데 연결하는 것이 3국의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의 골자다.

한국은 미국과의 정보공유를 통해 위성, 고공정찰기, 무인정찰기 등 우리가 취약한 감시정찰자산 수집 정보를 얻고 있다. 경북 성주 사드 기지에 배치된 레이더(AN/TPY-2)는 최대 탐지거리가 800㎞에 달해 조기경보망 구축에 보탬이 된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하거나 발사 직후 조기경보를 울리는 데 있어 가장 유용한 자산이 우리에겐 아직 없는 군사정찰위성"이라며 "미군 정보공유가 없다면 미사일이 발사된 뒤, 그것도 레이더 사거리 안에 들어와야 탐지 가능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일본의 탐지정보가 가세하면 미사일방어의 최종 목표인 요격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북한과의 거리 차이와 지구 곡률로 인해 한국은 미사일 발사 초기 단계에, 일본은 이후 단계에 각각 정확히 탐지할 수 있어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박휘락 국민대 특임교수는 "일본은 19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계기로 미국과 MD 실무단을 구성했고, 1998년 북한 대포동 1호가 영토 상공을 통과하자 MD 청사진 공동 연구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참여정부 들어서야 KAMD 구축에 나선 우리보다 한발 앞선 셈이다.

"MD 참여 판단 기준 모호"

북한 미사일 다층적 방어체계 그래픽=송정근 기자

북한 미사일 다층적 방어체계 그래픽=송정근 기자

중국은 미국의 동아시아 MD 배치를 "역내 전략적 균형을 파괴하고 중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을 훼손한다"며 비판한다. 한용섭 국방대 명예교수는 논문에서 중국의 속내를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 약화 우려로 해석했다. A2/AD는 대만 동중국해 남중국해 등을 중국의 독점적 영향권에 두고 미국 해·공군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전략인데, 중국은 이를 뒷받침하고자 중거리 핵탄도미사일을 집중적으로 개발·배치해왔다. 미국이 구소련과 맺은 중거리핵전력조약(INF, 2019년 폐기)에 묶여 중단거리 핵미사일을 보유할 수 없으니 역내 미사일 전력에서 미국을 압도하자는 계산이었다.

이렇게 공들여 구축한 전략지역 내 군사적 우위가 미국의 MD 배치로 단번에 무력화할 수 있는 상황이 중국이 느끼는 위기감의 실체다. 다만 중국은 미국에 직접적으로 MD 철회를 요구하지 않는데, 이는 미국이 군비통제 협상을 요구하며 미사일 전력 열세를 뒤집을 빌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한 교수는 분석한다. 사드 사태 당시 중국이 한국을 압박해 사드 배치 거부를 유도하려 했던 것도 이런 이유라는 것이다.

정부와 군은 한미일 정보공유 추진 과정에서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조심하는 분위기다. 국방부는 프놈펜 정상회담 이후 MD 편입 관측이 확산되자 지난해 12월 초 "우리 정부는 미 MD에 참여할 의사가 없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군은 이번 정보공유가 2014년 체결된 3국 정보공유약정(TISA)을 활용한 것일 뿐 새롭게 진전된 규약을 맺은 게 아니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달 23일엔 박진 외교부 장관이 "북한 미사일에 대한 억제력을 강화하고자 일본이 가진 정보를 공유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미 MD 편입과는 전혀 다를뿐더러 우리는 KAMD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건 한미일이 정보공유 체계를 일단 구축한 이상 공유하는 정보 범위가 갈수록 넓어질 거란 예상 때문이다. 권용수 전 교수는 "사실 MD 참여냐 아니냐를 가르는 명확한 문턱이 있는 게 아니며 중요한 건 정보공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최종적으로 3단계 미사일 정보(감시정찰→조기경보→탐지추적)를 모두 공유한다면 각국이 보유한 요격 무기로 북한 미사일 격추까지 공조할 수 있다. 탄도미사일을 비행 중간단계(요격고도 150~500㎞)에서 방어하는 SM-3, 하강단계 상층방어(40~150㎞) 사드와 하층방어(15~40㎞) 패트리엇(PAC-3)이 대표적 요격 미사일이다.

3국 정상이 공유에 합의한 미사일 정보는 '경보정보'로 조기경보에 국한된 개념이란 해석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미사일 정보 간 경계는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철균 전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경보정보는 요격 시간을 단축하는 결정적 요소"라며 "한미일이 북한 핵·미사일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으니 종국엔 요격 상황까지도 공유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보공유 따른 '비용' 최소화해야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구축함이 지난달 17일 동해 공해상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하고 있다. 훈련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상황을 상정해 가상의 탄도미사일 표적을 생성하고 탐지, 추적, 정보공유 등 대응 절차를 숙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실시하였다. 사진 앞에서부터 율곡이이함, 벤폴드함, 아타고함. 해군 제공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구축함이 지난달 17일 동해 공해상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하고 있다. 훈련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상황을 상정해 가상의 탄도미사일 표적을 생성하고 탐지, 추적, 정보공유 등 대응 절차를 숙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실시하였다. 사진 앞에서부터 율곡이이함, 벤폴드함, 아타고함. 해군 제공

우리 입장에서 한미일 미사일 정보 공유의 딜레마는 세 나라가 상정하는 미사일방어 범위가 다른 데서 비롯한다. KAMD는 북한 미사일 방어에 특화된 반면, 미 MD는 본토를 방어하는 국가미사일방어(NMD), 동맹국과 해외 주둔 미군을 방어하는 전구미사일방어(TMD) 등으로 나뉘고 그중 인도태평양 지역 TMD는 기본적으로 중국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본 MD의 경우 북한 미사일 위협에서 비롯했지만 미국 주도 MD체계에 적극 참여하는 방식으로 구축되면서 중국 대응 성격을 띠게 됐다.

요컨대 KAMD가 미일 MD체계와 공조하면 본연의 북한 미사일 방어 임무 수행에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본의 아니게 인태 지역 안보 현안에 개입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는 것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우리가 북한을 겨냥해 레이더를 가동하더라도 중국 정보가 포착돼 미일에 공유될 수 있다"며 "직접 무기를 쓰거나 병력을 투입하지 않아도 정보 공유만으로도 대중 군사 행동에 협력하게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통합억제' 정책도 미 MD 편입 압력을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통합억제는 패권 도전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포위·압박하고자 동맹국들과 집단안보 수준의 협력 체제를 결성하는 것으로, MD 부문에선 통합미사일방어(IAMD)체제 구축을 목표로 한다. 한국국방연구원은 지난해 10월 발표된 미 국방부의 '미사일방어 검토 보고서(MDR)'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미국이 IAMD 구축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면서 앞으로 한국에 중국·북한 억제를 위한 자산 배치 수요가 제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을 갖춘 신형 이지스함 건조를 비롯해 KAMD 군비 확충 계획이 이행될수록 미국의 요구가 많아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물론 중국의 반발 등을 감수하더라도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로 북한 미사일 억제력을 높이는 쪽이 우리에게 이익이 될 여지도 있다. 한 군사전문가는 "MD체제를 갖추려면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데다가 완벽하게 구축되리란 보장도 없다"며 "미국과 같은 군사 강국과의 협업이 군사적, 경제적으로 필수"라고 말했다.

다만 그런 경우라도 '비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권용수 전 교수는 "만약 정부가 미 MD체제 참여가 필요하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다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대외적으로 '여론에 의해 형성된 정책'이라는 모양새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엽 교수는 "날아오는 미사일을 막는 것보다 애당초 미사일을 쏘지 못하게 만드는 게 상책"이라며 외교적 노력을 주문했다.

이훈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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