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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도 경주 성동시장... '라이브 커머스'로 2막 엽니다

입력
2023.04.17 05: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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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전통시장] <20> 경주 성동시장
1971년 옛 경주역 앞 개설... 첨성대 가까워
1인당 8,000원 '한식뷔페' 등 관광객 특화
2021년 경주역 폐역으로 시장 이용 타격
'방송국' '경주문화관1918'로 부활 날개짓

편집자주

지역 경제와 문화를 선도했던 전통시장이 돌아옵니다. 인구절벽과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도 지역 특색은 살리고 참신한 전략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돌린 전통시장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12일 오후 경주 성동시장 내 다양한 반찬을 8,000원에 무한리필해서 먹을 수 있는 '한식뷔페'를 운영하는 식당들이 자리했다. 경주=정광진 기자

12일 오후 경주 성동시장 내 다양한 반찬을 8,000원에 무한리필해서 먹을 수 있는 '한식뷔페'를 운영하는 식당들이 자리했다. 경주=정광진 기자

지난 12일 오후 경주 황오동 성동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고소한 기름 향이 침샘을 자극했다. 시장 양옆으로 각종 나물과 전, 동그랑땡 등 수십 가지의 반찬이 맛깔스럽게 차려졌다. 성동시장 명물 ‘한식뷔페’다. 10여 곳의 식당이 각각 운영하는 ‘한식뷔페’는 1인당 8,000원만 내면 양에 상관없이 먹을 수 있다. 한식뷔페를 운영하는 한 식당 주인은 “새벽 6시부터 문을 열고, 가격도 시내보다 저렴해 동네 주민들뿐 아니라 등산객이나 관광객도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연간 2,000만 명 찾는 경주 도심 위치

경북 경주 지역 최대 상설 전통시장인 성동시장 옆에 단체 관광객이 이용할 수 있는 주차타워가 마련돼 있다. 경주=정광진 기자

경북 경주 지역 최대 상설 전통시장인 성동시장 옆에 단체 관광객이 이용할 수 있는 주차타워가 마련돼 있다. 경주=정광진 기자

1971년 문을 연 성동시장은 천년고도 경주 도심에 있는 최대 상설 전통시장이다. 시장에는 600여 개의 점포가 있고, 하루 평균 3,000여 명이 오간다. 연 매출만 540억 원에 달한다. 2년 전만 해도 시장에서 200m가 채 안 되는 곳에 전국에서 경주를 찾는 이들로 붐볐던 경주역이 있었다. 경주역은 2021년 12월 신경주역이 생기면서 폐역됐다. 시장 반경 1㎞ 내 첨성대, 대릉원, 동궁과 월지, 국립경주박물관 등 주요 관광지가 몰려 있다. 경주시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경주를 찾은 관광객은 2,000만 명이 넘는다.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오가는 길목에 위치한 시장은 '한식뷔페' 와 동해 직송 '어물전 거리' 등 관광객 겨냥 특화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종국(68) 성동시장상인회장은 “예전에는 경주역과 가까워 관광객은 물론 아침저녁으로 포항, 울산, 대구를 오가는 통학생들도 즐겨 찾아 시장에 활기가 넘쳤다”고 말했다.

경주 성동시장 위치도. 그래픽=강준구 기자

경주 성동시장 위치도. 그래픽=강준구 기자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2005년에는 환경개선사업이 진행됐다. 비가림 시설 등 아케이드가 설치됐고, 전선은 모두 지중화됐다. 차량 221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타워도 마련됐다. 안전에도 특별히 신경을 썼다. 시장에는 960여 개의 화재감지기와 100여 개의 소화기(공용공간)가 비치돼 있다. 이 회장은 “대형할인점 못지않게 시설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주차공간이 확보되면서 관광객이 더 많이 유입됐고, 비가림 시설과 전선 지중화 작업 등으로 환경이 깨끗해지면서 이용객이 많아졌다”고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이어 경주역 폐역으로 시장은 타격을 입었다. 수십 년째 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해 온 한 상인은 “코로나19 이전에는 관광객뿐 아니라 인근 산업단지 외국인근로자들도 기차를 타고 시장에 왔다”며 “코로나19와 경주역 폐역으로 이용객이 확연하게 줄어들면서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고 말했다.

상인방송국 개국…문화 연계 관광상품화

이종국 경주 성동시장상인회장이 시장을 소개하고 있다. 경주=정광진 기자

이종국 경주 성동시장상인회장이 시장을 소개하고 있다. 경주=정광진 기자

위기는 기회가 됐다. 시장 활성화 마중물 역할을 했던 경주역은 문을 닫았지만, 일대가 문화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경주시는 최근 ‘황오동 원도심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추진해 6억 원을 투입해 시장 내 ‘마을방송국’을 마련했다. 시장 상인들도 시설과 채널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상인방송국'을 개설했다. 이곳에서 제작한 콘텐츠는 케이블방송과 유튜브 등으로 전국에 송출된다. 시에 따르면 주민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콘텐츠를 만들어 올여름 첫 시험 방송을 시작한다. 방송국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면 상인들은 성동시장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전국 단위에서 판매할 수 있는 ‘라이브커머스’를 시도할 계획이다. 이종국 회장은 "방송을 통해 경주 맛집 하면 '성동시장'을 떠올릴 수 있게 시장 상품을 전국 단위로 홍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기차를 타고 왔다면 앞으로 50년은 방송을 통해 시장을 방문할 수 있도록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옛 경주역 자리에서 '경주문화관1918' 개관식이 열리고 있다. 경주시 제공

지난해 12월 옛 경주역 자리에서 '경주문화관1918' 개관식이 열리고 있다. 경주시 제공

지난해 12월 복합문화공간인 '경주문화관1918'으로 재탄생한 옛 경주역도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전시장과 공연장, 작업실, 교육실 등으로 구성된 문화관은 개관 4개월여 만에 지역 내 새로운 관광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주민뿐 아니라 전국 예술작가들도 모여들고 있다"며 "시장과 인근 역사문화적 공간들과 연계한 관광상품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 정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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