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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심장병 다음으로 많이 사망하는 '이 질환', 겨울 지났다고 방심하다간…

입력
2023.03.26 08:00
수정
2023.03.26 14:2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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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렴은 면역력이 떨어지는 겨울철에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요즘 같은 일교차가 클 때에도 흔히 발생해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폐렴은 면역력이 떨어지는 겨울철에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요즘 같은 일교차가 클 때에도 흔히 발생해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병으로 사망했다고 하면 암과 심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 등을 떠올리지만 65세가 넘으면 폐렴이 암보다 더 치명적인 질환이다. ‘현대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윌리엄 오슬러 캐나다 의사가 “폐렴은 인류를 죽이는 ‘대장 질환(Captain of the Men of Death)’”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무서운 병이다.

실제로 폐렴은 암ㆍ심혈관 질환과 함께 국내 3대 사망 원인이다. 통계청 사망 원인 통계(2020년)에 따르면 폐렴의 10만 명당 사망자 수는 43.3명으로 암(160.1명), 심혈관 질환(63.0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2010년 14.9명에서 10년간 3배 가까이(190.9%) 늘어 사망 원인 6위에서 3계단이나 올랐다. 뇌졸중 등 뇌혈관 질환(42.6명)은 그 뒤다. 폐렴은 면역력이 떨어지는 겨울에 가장 많이 발병하지만 일교차가 심한 요즘 같은 날씨에도 위험하다.

◇폐렴, 4월에 12월 다음으로 많이 발생

폐렴은 폐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주원인은 폐렴구균 같은 세균이다. 증상은 발열ㆍ오한ㆍ기침 등 감기와 비슷하지만 염증으로 폐에 물이 차면서 고열과 가래를 동반한다. 폐를 둘러싸고 있는 흉막까지 염증이 침범하면 숨을 쉴 때 통증을 느끼고 숨이 차게 된다.

건강한 성인은 폐렴에 걸리더라도 별다른 이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경증이라면 항생제 치료와 휴식만 취해도 쉽게 치료할 수 있다.

김주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렴은 급성으로 나타나고 고열ㆍ기침ㆍ가래가 특징이지만, 고령인은 기침ㆍ가래가 생기지 않고 숨이 차거나 힘이 떨어지는 등 비전형적인 증상을 보이기에 65세가 넘으면 감기 증상에 고열ㆍ기침ㆍ가래가 사흘 이상 계속된다면 병원에서 폐렴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폐렴 환자 가운데 65세 이상이거나 만성질환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폐렴 사망률은 2019년 기준 10만 명당 45.1명(2019년 기준)인데, 65세 이상 폐렴 사망률로 추산할 경우 10만 명 당 283.1명으로 6배가량 많다.

폐렴구균에 의한 폐렴에 걸릴 위험이 만성 폐 질환자는 7.7~9.8배, 당뇨병 환자는 2.8~3.1배, 만성 심장 질환자는 3.8~5.1배였다. 또한 임신부나 고령인ㆍ어린이가 폐렴에 걸리면 50% 이상 입원 치료를 받는다.

폐렴이 무서운 이유는 패혈증 같은 중증 감염으로 악화하기 때문이다. 고령인이나 만성질환자 등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은 폐렴이 패혈증으로 악화하기도 한다. 패혈증은 미생물 감염에 의해 주요 장기에 장애를 유발하는 질환으로 중증 패혈증과 패혈성 쇼크가 생기면 사망률이 각각 20~35%, 40~60%나 된다.

이처럼 치명적인 폐렴은 봄에도 만만치 않게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폐렴 환자는 11월과 12월에 각각 21만8,450명, 24만4,267명이었고 4월과 5월엔 20만8,684명, 21만4,953명이었다. 10년 평균으로 따지면 4월에 폐렴 환자가 12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폐렴이 많이 발생하는 원인은 큰 일교차와 건조한 환경이다. 일교차가 커지면 신체 적응력이 깨지면서 면역력이 떨어진다. 특히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때 마음만 앞서 실제 기온에 맞지 않는 가벼운 옷차림을 한다면 감기에 걸려 면역력이 더 저하될 수 있다. 건조하면 호흡기와 기관지 점막이 쉽게 마르는데 폐렴 원인 균이 몸속으로 침투하기 쉬운 환경이 된다.

◇실내 26~28도ㆍ습도 40~50% 유지해야

요즘 같은 날씨에 폐렴에 걸리지 않으려면 옷은 되도록 여러 겹으로 입고 더울 때 하나씩 벗는 게 좋다. 면역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평소 30초 이상 손 씻기 △흡연은 삼가고 양치질 자주 하기 △실내 온도는 26~28도, 습도는 40~50% 유지하기 △하루 6~8시간 정도의 충분한 수면ㆍ규칙적인 유산소운동ㆍ균형 있는 영양소 챙기기 등이다.

폐렴 고위험군은 예방백신이 도움이 된다. 폐렴 예방백신을 맞으면 폐렴구균에 감염됐을 때 나타나는 치명적인 합병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국내 성인에게서 발생하는 세균성 지역사회획득 폐렴 중 폐렴구균은 27~69%를 차지해 폐렴의 가장 큰 원인 균이다. 90여 가지 폐렴구균 가운데 '3'과 '19A' 혈청형이 가장 높은 치명률을 나타낸다. 폐렴 예방백신은 23개 폐렴구균 항원을 가진 '23가 다당질 백신'과 '13가 단백 접합 백신'이 쓰이고 있다. 65세 이상이라면 한 번만 접종하면 되고, 1958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은 무료로 접종할 수 있다.

허중연 아주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단일 접종 시 65~74세에게서 13가 단백 접합 백신은 66.4%, 23가 다당질 백신은 18.5%의 효과를 보였다"며 "그러나 13가 단백 접합 백신과 23가 다당질 백신을 순서와 관계없이 둘다 접종하면 80.3%의 효과를 나타냈다"고 했다.

김주상 교수는 “호흡기가 약하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흡연자나 만성질환자도 고위험군에 속하고, 아이를 키우고 있거나 65세 이상 고령인이 함께 사는 가족들도 전염 가능성을 고려해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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