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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친 어르신 가이드라인, 서비스 현장에 활용할 것"

입력
2023.03.2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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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고령 고객, 매뉴얼이 없다: 보도 그 후]
가이드라인에 보내온 기업·협회·지자체의 피드백

편집자주

2년 후 한국은 고령화 과정의 최종단계인 초고령사회(65세 이상 비율이 20% 이상)에 진입합니다. 고령자도 경제활동의 중요 주체가 돼야 하는 인구구조죠. 하지만 외국어가 난무하고 무인 키오스크가 지배하는 국내 서비스 업장은 어르신에게 너무 불친절한 곳입니다. 소비활동의 주축이 될 고령자들이 좀 더 편리하게 이용할 환경을 만들 순 없을까요? 한국일보가 어르신의 고충을 직접 듣고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어르신 친화 서비스’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봤습니다.


게이오백화점 4층 여성 패션 매장에서 고령 소비자들이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도쿄=이현주 기자

게이오백화점 4층 여성 패션 매장에서 고령 소비자들이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도쿄=이현주 기자


우리 걸음은 점점 느려지는데, 세상은 너무나도 빨리 변하고 있는 걸요. 우리도 우리들 어르신에게 그리 대했을 것이고, 그 분들도 적응 못하는 세상이 참 원망스러웠을 겁니다.

본보 '스마트폰 빠삭한 75세 '젊은 오빠'도... 키오스크, QR코드는 피하고 싶다' 기사에 달린 한 독자의 댓글이다. 한국일보는 기사에서 고령자 100명을 심층 설문조사한 결과로 만든 가상 인물 75세 김정식씨의 '좌충우돌' 소비생활을 다뤘다. 김씨는 아직 자신을 팔팔한 중년이라 믿고 있지만, 왠지 키오스크와 QR코드 앞에서는 주춤하게 되는 인물이다.

본인이 "환갑을 넘긴 노인"이라 밝힌 독자는 김씨를 통해 평소 자신의 모습을 엿보았을 것이다. 또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배려 받지 못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그리고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지체 현상은 누구에게나 닥칠 일이며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는 의미가 댓글 행간에 녹아있다.

내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선다. 한국 정부와 기업의 서비스 현장은 행동과 걸음이 느려진 소비자가 20%를 넘어서는 상황에 제대로 대비하고 있는 것일까. 한국일보는 '1000만 고령 고객, 매뉴얼이 없다' 기획(3월 21~23일자)을 통해 △고령자들이 적응하기 어려운 '젊은이 중심'의 서비스 업장 환경을 지적하고 △노후 대비 선진국 일본의 사례를 연구하면서 △서비스업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친(親) 어르신 가이드라인'을 제작했다. 가이드라인은 한국편의점산업협회, 한국체인스토어협회(대형마트 및 기업형 슈퍼마켓),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전국은행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3사 등에 배포됐다.

한국일보 가이드라인을 접한 일부 유관협회와 기업,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는 "가이드라인을 사업 기획이나 현장에 활용하겠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보내왔다. 인천 고령사회대응센터 관계자는 "고령사회대응센터에서 올해 어르신들의 키오스크 활용을 돕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데 한국일보의 기획 보도가 많은 도움이 됐다"면서 "사업 계획에 기사 내용을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울산 선암호수노인복지관과 인터넷TV 관련 콜센터에서도 "한국일보의 가이드라인을 활용하겠다"고 알려왔다.

시각물_한국일보 ‘친親 어르신’ 가이드라인

시각물_한국일보 ‘친親 어르신’ 가이드라인

향후 고령 소비자가 증가하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의 제작 취지에 공감한다는 반응도 많았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유통업계에서도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지만 아직 걸음마 수준일 것"이라며 "한국일보 가이드라인이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 측도 "어르신 고객의 원활한 소비활동을 위해 백화점 현장 시설과 서비스 부문을 보완하는데 참고자료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국상인연합회 측은 "가이드라인을 연합회 차원에서 상인들에게 공유해 어르신들에게 좀 더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실제 서비스 현장에서는 고령 소비자에 특화된 가이드라인보다는 모든 연령을 포괄하는 범(凡)고객 대응 매뉴얼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개별 점포마다 사정이 달라 어르신만을 위한 일관적인 교육 프로그램은 부재하다"면서도 "경찰청과 함께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예방 캠페인을 연중 실시하고, 일부 가맹본부나 점포에서는 심폐소생술 교육을 실시하거나 가맹본부도 있고 자동심장충격기를 비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고객과 접점이 있는 부문과 관련해서는 서비스경영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나, 어르신을 위한 내용을 별도로 명문화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몸이 불편한 고객을 위해 휠체어 대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 백화점 어플리케이션에 필수 기능만 모아 놓은 '쉬움 모드'가 어르신 고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은행연합회는 서비스 편의보다는 금융사기 피해 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금융기관은 고령 소비자들의 금융사고 피해를 방지하는 게 우선이고, 2차적으로 디지털 문해력을 높이려는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2015년 금융감독원에서 '어르신 전용 창구'를 운영하도록 권고했고, 2020년 금융위원회는 오프라인 점포가 급감하는 것에 대비해 '고령친화금융환경조성방안'을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자택 인근에 새로 생긴 무인카페에서 마실 음료를 고르고 있는 66세 최선희씨. 이현주 기자

자택 인근에 새로 생긴 무인카페에서 마실 음료를 고르고 있는 66세 최선희씨. 이현주 기자

업태(業態)의 특성을 감안해 좀 더 정교화된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것이라는 건의도 있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 측은 "가이드라인을 활용할 장소와 서비스의 특성에 맞춰 일부 내용은 탄력적으로 운영하면 더 유용할 것"이라며 "별도의 고령 소비자 전담직원을 고용하기 어려운 매장은 현장 직원이 고령 고객에게 최우선으로 응하고, 가이드라인 기준에 따르는 방안 등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전국상인연합회 측은 "1인이 운영하는 영세한 점포의 경우 자동문을 설치하거나 온라인, 전화나 대면 서비스에 모두 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사업체 규모에 따라 매뉴얼을 세분화하는 방안도 고민할 만하다"고 전했다.


▶ '1,000만 고령 고객, 매뉴얼이 없다' 기사 모음

https://www.hankookilbo.com/Collect/8284




이현주 기자
이승엽 기자
윤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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