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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쿠르상'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 "식민 잔재인 불어로, 멋진 작품 쓸 수 있다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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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쿠르상'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 "식민 잔재인 불어로, 멋진 작품 쓸 수 있다는 희망"

입력
2023.03.22 18:07
수정
2023.03.22 18:1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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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수상 작가 방한…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작가 최초 수상자
"외부에서 만든 칸을 탈출, 작가로서 쓰려 해"

2021년 공쿠르상을 수상한 작가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가 22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문학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엘리 제공

2021년 공쿠르상을 수상한 작가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가 22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문학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엘리 제공

"저의 수상은 많은 사람에게 프랑스어가 꼭 프랑스에 있는 사람들만 쓰는 언어가 아니라는 걸 알렸습니다. 식민 시대의 잔재로 프랑스어를 배웠지만 나와 같은 젊은 작가들에게 그 언어로 멋진 작품을 쓸 수 있다는 희망이 됐습니다."

2021년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 중 하나인 공쿠르상을 받은 세네갈 출신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33)는 여러모로 화제가 된 작가다. 서른한 살의 젊은 나이에, 무엇보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작가로서 최초 수상자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 프랑스로 건너가 문학을 공부한 그는 자하드 민병대가 장악한 사헬 지역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린 '둘러싸인 땅'(2015)을 시작으로 잇따라 소설들을 내왔다. 수상작은 네 번째 장편소설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 한국에서는 지난해 11월 번역본이 출판됐다. 유일한 한국어 번역본이다.

2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사르 작가는 수상의 의미를 개인적·정치적 측면으로 나눠 설명했다. 시몬 드 보부아르, 마르셀 프루스트 등과 함께 수상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오른 것이 행복했다고 우선 밝힌 그는 세네갈 출신 작가의 수상이 갖는 정치적 의미를 강조했다. 한편으론 세네갈에서 모두가 자신의 수상에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사실도 전했다. 그는 "탈식민지가 완벽하게 이뤄지려면 그 잔재인 프랑스어를 쓰면 안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작가로서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자유롭게 문학으로 전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2021년 공쿠르상 수상작인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의 장편소설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 한국어판은 지난해 11월 출간됐다. 엘리 제공

2021년 공쿠르상 수상작인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의 장편소설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 한국어판은 지난해 11월 출간됐다. 엘리 제공

그의 작품에는 자신의 정체성이 진하게 묻어 있다. 메타소설인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은 세네갈 출신의 '프랑스어권 아프리카 문학의 유망주'로 불리는 젊은 작가 디에간이 우연히 80년 전 소설인 T.C. 엘리만의 '비인간적인 것의 미로'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자신처럼 천재로 추앙받다가 처참하게 사라진 엘리만을 쫓는 여정에 문학과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담아냈다. 엘리만은 1968년 '폭력의 의무'로 르노도상을 수상했다가 표절 시비에 휘말린 뒤 문단에서 사라진 아프리카 말리 출신의 작가 얌보 우올로구엠이 모델이다. 이 소설은 인종차별적인 프랑스 문학계에 대한 비판을 담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래서 공쿠르상 수상이 이례적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이에 대해 그는 "주변부에 있다고 해도 나도 문단 안에 있다"면서 "풍자적으로 쓴 것은 맞지만 애정 어린 비판"이라고 말했다.

소설은 문학에 대한 열정, 탈식민지 시대, 현대 아프리카 작가들의 지위 등 여러 주제를 포괄하는 작품. 그래서 그는 "소설 속에서 던진 많은 질문에서 일관성 있는 답변을 끌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디에간은 작가의 분신과도 같다. 특히 그처럼 문학계 유망주로 불리는 것에 대해 작가는 "처음에는 기분이 좋았지만, 그것은 나를 외부에서 만든 어떤 칸에 넣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작가라면 거기서 탈출할 줄 알아야 한다"고 답했다. 마지막에는 '작가'라는 칸만 남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주한 프랑스대사관이 후원한 공쿠르 문학상 홍보 작가로서 21일부터 나흘간 한국에 머무는 그는 이날 저녁 사인회를 진행한 후 24일 경희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한국 독자들을 만난다. "멕시코에서는 남미 문학의 영향을 받은 부분을 궁금해하는 등 독자들의 질문에는 고국의 문화가 많이 반영되더군요. 한국 독자들은 어떤 주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가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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