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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했던 PC게임이 그냥 잊혀지게 해서는 안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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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했던 PC게임이 그냥 잊혀지게 해서는 안되죠"

입력
2023.03.09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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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한국 PC 게임' 쓴 장세용·오영욱·조기현씨

'우리가 사랑한 한국 PC 게임'의 저자 장세용(왼쪽부터)씨, 오영욱씨, 조기현씨가 6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우리가 사랑한 한국 PC 게임'의 저자 장세용(왼쪽부터)씨, 오영욱씨, 조기현씨가 6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2019년 1월, '한국 PC 게임의 역사를 구매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온라인 중고장터에 올라왔다. 지금까지 모은 게임 패키지 244종을 1억 원에 판매한다는 글이었다. 글을 올린 게임 제작자 장세용(45)씨는 중학교 때부터 게임을 모아왔지만 개인 사정 때문에 애써 모은 게임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30년 가까이 소중히 해 온 게임사(史)의 증거를 기록 없이 흩어버리는 것 또한 아쉬운 일이었다. 장씨는 한국 게임사에 관심이 깊은 저자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한국 게임의 역사'를 함께 쓴 게임개발자 오영욱(42)씨와 국내 단 하나 남은 월간 게임잡지 '게이머즈'의 수석기자 조기현(46)씨가 그들이다.

연락을 받은 이들은 곧바로 뜻을 맞췄다. 2019년 말 뭉쳐 여러 갈래로 팔려 나갈 게임 패키지를 사진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뒤 이 기록은 '우리가 사랑한 한국 PC 게임'이라는 책으로 다시 태어났다.



30년 모은 게임 패키지 200개 팔기 전 기록으로 남겨


'우리가 사랑한 한국 PC 게임'의 저자 장세용씨가 6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장씨는 30년 동안 모아 온 200개의 게임 패키지를 팔기 전 책을 만드는 작업을 주도했다. 김영원 인턴기자

'우리가 사랑한 한국 PC 게임'의 저자 장세용씨가 6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장씨는 30년 동안 모아 온 200개의 게임 패키지를 팔기 전 책을 만드는 작업을 주도했다. 김영원 인턴기자


세 저자는 모두 "1990년대 한국 게임을 고스란히 보듬은 도감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온라인 게임이 한국 게임 개발의 주류가 되기 전 만들어졌던 한국의 '패키지 게임' 개발사에 대한 기록이 드물었고, 풍부한 자료를 지닌 사람은 소수였기 때문이다. 세 사람이 각자 꾸준히 모아 온 기록이 저마다 달랐던 것이 책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다.

어렸을 때부터 개발자를 꿈꿨던 장씨는 정품 소프트웨어 게임을 차곡차곡 모았지만, 수집 목적으로 모으기 시작한 것은 2010년쯤이었다. 본인이 간직한 패키지를 팔아야 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책을 펴낸 계기가 됐다. 그는 "게임을 모으면서 책을 써야 한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었지만 매각을 눈앞에 두니 실천으로 옮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오씨는 2007년부터 꾸준히 저장해 온 게임 및 컴퓨터 전문 잡지 스캔본 3,000여 권을 활용해 게임 설명의 밑거름을 만들었다. 그는 "손노리('어스토니시아 스토리' '화이트데이' 등 유명 게임 개발사)의 이원술 대표 같은 분들이 왜 잊히고 있는지 아쉽다는 생각을 하다가 자료를 챙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20년 전인 게이머즈 입사 초기부터 옛 국산게임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꾸준히 자료를 모으면서 개발자 인터뷰를 해 왔다. "기록을 만들고 싶었지만 재료가 없었다"는 그는 "게임 패키지를 많이 가지신 분이 제안을 해 오니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지금 기록하지 않으면 10년 뒤면 다 잊힐 것"

저자 오영욱씨가 '우리가 사랑한 한국 PC 게임' 책을 들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저자 오영욱씨가 '우리가 사랑한 한국 PC 게임' 책을 들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옛 자료를 들추는 것은 지루하고 유행과는 한참 거리가 떨어진 작업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텀블벅'에서 진행한 크라우드펀딩에 8,000만 원 넘게 몰렸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성과였다. 저자들은 주제 자체에 관심 있는 마니아 수집가층의 활동,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레트로 유행 등을 이유로 꼽았지만, 1990년대 게임을 추억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들은 2000년대 온라인 게임 이후의 역사만 주로 조명하는 현재 한국 게임사(史)를 아쉬워했다. 조씨는 "지금은 당시 게임을 접하던 사람들이 40대로 한창 활동할 나이니까 기억하는 건데 이런 책이 없으면 10년 뒤에는 다 잊힌다"라고 책을 만든 이유를 전했다.

장씨는 "현재는 온라인 게임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면서 획일화가 많이 된 것 같은데 1990년대처럼 현대에도 좀 더 다양한 게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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