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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이 끌고 산중산물로 특화된 화개장터… '문화관광' 장터로도 우뚝

입력
2023.03.06 04:00
수정
2023.03.06 10:4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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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전통시장]<15>하동 화개장터
약초와 나물 등 지역 특산물로 승부
2014년 화재, 2020년 수해 위기 극복
쌍계사와 최참판댁 등 문화자원 활용
5월 차엑스포 글로벌 시장 도약 꿈꿔

편집자주

지역 경제와 문화를 선도했던 전통시장이 돌아옵니다. 인구절벽과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도 지역 특색은 살리고 참신한 전략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돌린 전통시장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 정문. 하동=이동렬 기자

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 정문. 하동=이동렬 기자

지난달 25일 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 입구에 들어서자 황금색 동상이 눈에 들어왔다. '화개장터'를 부른 가수 조영남의 동상이다.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든 관광객들은 "구경 한번 와보세요. 있을 건 다 있구요. 없을 건 없답니다. 화개장터~"라는 화개장터 가사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전남 구례군과 맞닿은 화개장. 영호남이 교차하는 지역성 특성 덕분에 한때 전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손꼽히는 커다란 장터였다. 하지만 6·25 전쟁 이후 빨치산 토벌 과정에서 지리산 일대가 황폐화되면서 화개장도 쇠락했다.

1988년 발표된 '화개장터'는 부활의 변곡점이 됐다. 영호남뿐 아니라 전국에서 관심이 쏠리면서 발길이 조금씩 늘어나자, 하동군은 1997년부터 4년간 공을 들인 끝에 상설 관광형 시장으로 탈바꿈시켰다.

화개장터 초입에는 조영남이 부른 '화개장터' 노래비(왼쪽)와 조영남 동상 포토존이 있다. 하동=이동렬 기자

화개장터 초입에는 조영남이 부른 '화개장터' 노래비(왼쪽)와 조영남 동상 포토존이 있다. 하동=이동렬 기자

이후 화개장터는 녹차와 약초, 나물 등 철저하게 지역 특산물과 연계한 아이템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박경리 소설 '토지'의 배경인 최참판댁과 쌍계사 등 인접한 관광자원과 연계해 문화관광형 전통시장의 롤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지리산과 백운산 약초 · 나물 으뜸

화개장터 74개 점포에선 다양한 산중산물(山中産物)을 만날 수 있다. 약초와 나물 등을 파는 농특산물 점포만 39개에 달한다. 지리산과 섬진강에서 생산된 둥글레와 더덕, 금은화, 돌배 등은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인기 아이템이다. 2001년부터 약용식물 가게를 운영해온 여남식(80)씨는 "화개장터는 각종 산초와 산약재의 보고인 지리산과 백운산에서 나는 약용식물이 주력 상품"이라며 "지난 3년간 코로나19 사태로 손님 발길이 뜸해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어 힘이 난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이 화개장터의 간판 상품인 산약초와 야생약재 점포 앞에서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하동=이동렬 기자

관광객들이 화개장터의 간판 상품인 산약초와 야생약재 점포 앞에서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하동=이동렬 기자

국민장터로 거듭나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화개장터도 두 번의 위기를 겪었다. 2014년 11월 대장간과 약재상 점포 쪽에서 화재가 발생해, 41개 점포가 잿더미로 변했다. 복구작업을 통해 2016년 4월 재개장하면서 제2의 부흥기를 맞나 싶었지만, 2020년 8월 남부지방 폭우로 물에 잠겼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화개장터도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하동군 관계자는 "위기 때마다 자발적으로 상황을 타개하고자 노력한 상인들의 마음이 한데 뭉쳐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시골장터 원형 살린 민속촌형 시장 조성

위기 때마다 화개장터가 오뚝이처럼 다시 설 수 있었던 것은 하동이 가진 문화관광 자원의 영향이 크다. 실제 '십리 벚꽃터널'로 유명한 쌍계사와 소설 '토지'의 무대인 최참판댁 등이 화개장터에서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있다. 하동이 자랑하는 특산물인 차(茶) 시배지(최초 재배가 시작된 곳)도 화개장터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 올해 5월에는 '2023세계차엑스포'가 하동에서 열린다. 지난달에도 엑스포 성공 개최를 위한 캠페인이 화개장터에서 열렸다.

경남 하동 화개장터 옛사진 갤러리. 하동=이동렬 기자

경남 하동 화개장터 옛사진 갤러리. 하동=이동렬 기자

쌍계사를 중심으로 펼쳐진 드넓은 차 밭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화개장터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화개장터 내부도 전통 장옥(長屋) 형태의 점포와 난전 등 옛 시골장터 모습을 원형 그대로 되살려 눈길을 끈다. 화개장터 상인회 관계자는 "화개장터 담장을 따라 늘어선 '화개장터 옛사진 갤러리'에는 옛 장터 풍경과 소달구지를 끌고 장으로 향하는 모습 등 총 33컷의 흑백사진이 전시돼 있어 과거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호남 화합의 상징도 위기 넘겨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가 공존해 '경라도'라 불리는 화개장터는 영호남 화합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화합에 금이 갈 뻔한 위기를 맞았다. 하동군이 화개장터 입점 공고를 내면서 신청 자격을 하동군민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반발이 거세지자 하동군은 전남 광양시와 구례군 주민에게 최대 3개 점포를 배정하는 재공고를 냈다.

화개장터에서 60년을 지켜온 화개대장간도 화합의 상징이다. 지난해 대장장이가 세상을 등지면서 망치질 소리가 멈췄다. 하지만 부인 유경숙(61)씨가 전북 남원 대장간에서 농기구와 주방용품을 사와 명맥을 잇고 있다. 유씨는 "비록 화개장터 터줏대감 격인 남편이 세상을 떠났지만, 아직 잊지 않고 찾아주는 단골손님들이 남아 문을 닫을 수 없었다"면서 "호남 대장간에서 좋은 물건을 사와 장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개장터 명소로 꼽히는 화개대장간. 60여 년을 지킨 대장장이가 지난해 세상을 떠나면서 망치질 소리는 멈췄지만 그의 아내가 대장간 명맥을 잇고 있다.

화개장터 명소로 꼽히는 화개대장간. 60여 년을 지킨 대장장이가 지난해 세상을 떠나면서 망치질 소리는 멈췄지만 그의 아내가 대장간 명맥을 잇고 있다.

하동군은 올해 차 엑스포에 국내외에서 135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화개장터도 현대식 주차장 건립부터 장터바닥 정비 등을 통해 손님맞이 준비를 끝냈다. 영호남 화합의 화개장터가 국제 행사를 계기로 외국인들도 찾아오는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경북 경주에서 화개장터를 찾은 최경성(48)씨는 "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들과 함께 화개장터를 찾았는데 과거와 달리 쾌적한 환경에 편의시설도 많이 늘었다"면서 "주변 관광 명소와 맛집도 많아 다시 꼭 들르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 위치도. 그래픽=김문중 기자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 위치도. 그래픽=김문중 기자


하동= 글ㆍ사진 이동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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