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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독재정권과 이재명

입력
2023.02.23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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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늘은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이 검찰권 사유화를 선포한 날이다."(2월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독재정권’이란 말을 입에 담았을 때가 언제였을까? 애국자인 척 술기운에 허세를 부리던 때도 분명 있었겠지만, 화염병이 날아다니던 1997년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독재정권 타도하라!’ 뭐 그런 구호로써 말이다. 삶이 고단할 때, 통장 잔고를 보며 한숨 쉴 때, 민생에 무관심한 정부에서 이유를 찾을 때조차 독재가 그리 쉽게 떠올릴 단어는 아니었다.

대장동 비리를 수사해 온 검찰이 지난 16일 이재명 대표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지난해 수사팀 전면 교체 시점 이전과 이후를 명확하게 구분하려 하지만, 2년 가까이 진행해 온 대장동 수사는 철저히 ‘이재명을 겨냥한 수사’였다. ‘대장동 일당(특히 김만배)→유동규→정진상→이재명’이라는 비리 구조는 일찌감치 그려진 상태였고, 이에 따라 수사가 발단(민간사업자와 유동규), 전개(정진상과 김용)를 지나 이 대표 신병 확보라는 절정 구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의 관심은 국회로 쏠린다. 27일로 예정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에 대한 궁금함이다. 다수인 민주당은 당연히 당대표를 지키려 할 것이고, 검사 출신 대통령을 배출한 국민의힘은 반대 결과를 도출하려고 있는 힘과 없는 힘을 모두 발휘할 것이다. 물론 결과에 내기를 걸라고 한다면, 당연히 '정배'는 민주당 승리 쪽이다.

결과가 부결로 나와도 검찰은 그냥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대장동 수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이 대표가 연루된 사건은 그것 말고도 쌍방울그룹 비리 의혹 등 여러 건이 있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이 없지만, 검찰은 먼지가 나올 때까지 사람을 털기도 한다. 구속을 하지 못한다 해도 검찰로서는 손해 볼 것도 없다. ‘방탄 국회’ 탓을 하며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한들 크게 밑질 게 없는 장사다.

검찰과 이 대표 간 설전을 보면서 마음 쓰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특히 거대 야당을 이끄는 이 대표의 발언 대부분은 실망스러웠다. 검찰 소환을 두고 “대선 패배의 응보”라고 했다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대선에 이겼으면 권력을 동원해 사건을 못 하게 뭉갰을 것이냐”는 비아냥이나 들어야 했다. “수사권을 갖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라는 발언 역시 169명을 대표하는 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급 낮은 말이었다. “이재명을 잡겠다고 쏟는 수사력의 10분의 1만이라도 50억 클럽 수사에 썼어야 한다”는 말은 한 전직 대통령의 “왜 나만 갖고 그래”라는 성대모사로 들렸다.

그 와중에 “검사 독재정권”이란 말은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검사 출신 생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고, 대통령의 검사 시절 측근들이 정부 요직을 차지하고, 대통령 최측근인 또 다른 검사 출신 장관이 미래의 유력 정치인으로 주목받는 지금 상황과 겹쳐서 그랬을까? 전 정권 비위와 야당 세력 비리를 밝히는 데 전념하는 검찰이 '정권 수호대'로의 의심을 계속 키우고 있어서일까?

윤석열 정부는 정말 검사 독재정권일까? 답은 모르겠다. 다만 그 말이 온전히 틀린 얘기는 아닐 수도 있겠다 싶어 한껏 불편해진 마음은 숨길 수 없겠다.

남상욱 사회부 차장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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