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대체텍스트
알림

"미술품 투자사의 CSO, 복잡한 시장을 읽어내는 CEO의 '눈'이죠"

입력
2023.02.16 13:00
0 0

편집자주

스타트업엔 유난히 다양한 C레벨(분야별 최고 책임자)이 있습니다. 강점을 가지려는 분야에 최고 책임자를 두기 때문입니다. C레벨을 보면 스타트업의 지향점도 한 눈에 알 수 있죠. 스타트업을 취재하는 이현주 기자가 한 달에 두 번, 개성 넘치는 C레벨들을 만나 그들의 비전과 고민을 듣고 독자들과 함께 나눕니다.


⑤장은경 열매컴퍼니 CSO

최고전략책임자(CSO·Chief Strategy Officer)라는 책임 임원(C레벨)이 있다. 기업의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최고책임자다.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는 CSO에게 '여섯 가지 얼굴'이 있다고 규정했다. 최고경영자(CEO)가 ①전략을 가다듬는 것을 돕는 조언자, ②시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해석하는 보초병, ③거래와 동업 관계를 이끄는 자금 담당, ④전략 계획 과정을 만들고 실행하는 설계자, ⑤CEO의 비공식 전속 보좌관, ⑥특별한 프로젝트의 리더가 바로 그것이다. 딜로이트는 "CSO는 조직의 특성과 능력에 따라 모든 역할을 한꺼번에 수행하기도 하고, 각기 역할 따로따로 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인수합병(M&A) 조직이 탄탄한 기업이라면, CSO의 역할은 '자금 담당'보다는 '설계자' 또는 '전속 보좌관'에 가까울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CSO의 색깔은 CEO의 경영 방침이나 조직의 특성에 따라 '변화무쌍'한 셈이다.

여기 숫자를 다루는 회계사 출신 CEO가 만든 스타트업이 있다. 미술품에 조각투자(여러 명이 지분을 나눠 고가의 자산에 공동 투자하는 방식)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다. 딜로이트의 6가지 정의 중에서 이 회사엔 어떤 CSO가 어울릴까?

2016년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앤가이드' 운영사 열매컴퍼니를 창업한 김재욱 대표는 2020년 미술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장은경(46) 전 케이옥션 실장을 영입해 CSO 역할을 맡겼다. 갤러리(화랑), 한국화랑협회, 미술품 경매회사 등을 거친 장 CSO는 열매컴퍼니에서 작품 구매와 매각 전반을 책임진다. 미술시장에 오래 몸 담고 있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미술 생태계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남들보다 반보(半步) 빨리 좋은 작품을 알아보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장 CSO를 만나, 일반 회사에선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직책인 CSO의 역할에 관해 자세히 들어봤다. 이하 일문일답.

장은경 열매컴퍼니 최고전략책임자가 지난달 6일 서울 강남구 아트라운지 취화담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장은경 열매컴퍼니 최고전략책임자가 지난달 6일 서울 강남구 아트라운지 취화담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최고전략책임자(CSO)에게는 여섯 가지 얼굴이 있다고 하는데, 본인은 어떤 얼굴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조언자나 보초병에 가까운 듯 합니다. 열매컴퍼니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미술품을 공동구매하고, 블록체인(데이터 분산·저장 기술)으로 소유권을 기록하는 테크 기반 스타트업입니다. 거래 대상은 미술품이죠. 그런데 이 미술시장은 결코 보이는게 다가 아닙니다.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굉장히 많아요. 특히 (재화로서의 가치가 감소하는) 일반 제품과 가장 큰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상승한다는 점입니다.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에 미술 전문가가 필요했던 이유죠. 작품을 정확하게 알고, 복잡한 미술 생태계의 특수성을 잘 이해하며, 미술 시장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읽어내는 사람을 회사가 찾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합류한 뒤로 CEO는 경영과 투자 유치에 집중하고, 저는 미술시장 분석과 작품 거래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미술품 공동구매 자체에 반감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오랜 지인이었던 김 대표가 처음 사업 아이템을 들고 왔을 때 저는 미술계 '꼰대'에 가까웠습니다.(웃음) 창업을 하게 된 이야기를 쭉 듣고 제 입에서 나온 첫 대사가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였어요. 그런데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그냥 여태 해온 일을 그대로 하면 된다, 가방만 들고 오면 된다'라는 김 대표 말만 믿고 왔는데, 어느새 열매컴퍼니에 온지도 4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왜 미술품 공동구매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셨나요? 전통적인 미술 거래와 공동구매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갤러리 중심의 전통적인 1차 미술시장은 이렇게 돌아갑니다. 작가의 작품이 갤러리로 오면 작품 도록(art brochure)을 만들고, 비평글을 받고, 고객을 부르고, 작품 소장을 유도하는 과정을 거쳐요. 보통은 한 사람이 하나의 작품을 구매해 소유하거나, 지인 두세 명이 돈을 모아 한 작품을 소유하는 경우가 많죠. 여럿이 그림을 함께 사더라도 친구이거나 지인 내지 동업 관계였습니다. 그런데 공동구매 플랫폼에선 불특정 다수가 함께 하나의 작품을 소유하게 되죠. 저희가 직접 작품을 구매하고 나면 CSO실 산하 작품팀에서 작품 설명 페이지 만들고, 마케팅을 위한 콘텐츠도 만듭니다. 공동구매가 이뤄진 뒤엔 적절한 시점에 작품을 판매해 차익을 나눠가지게 됩니다. 판매 후엔 작품 소유권은 다시 개인 또는 소수에게 귀속되는 셈인데, 그 앞에 '공동소유'라는 새로운 단계가 만들어진 셈입니다.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거래시장이 열리게 된 거죠."

장은경 열매컴퍼니 최고전략책임자. 김영원 인턴기자

장은경 열매컴퍼니 최고전략책임자. 김영원 인턴기자

-미술업계에서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미술품 공동구매라는 비즈니스 모델보다는 김 대표에 대한 확신이 있었어요. 누가 하느냐에 따라 이 사업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가 결정될 거라 생각했죠. 한편으로는 미술업계에서 오래 경력을 쌓으면서 작품 거래 시장의 저변 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습니다. 갤러리들은 전시, 국내외 아트페어 참가, 해외 전시 교류 등을 통해 작가를 육성하고 홍보하는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고, 한국화랑협회도 이를 적극 지원합니다. 저는 여러 갤러리에 안정적인 재원이 뒷받침되면 결과가 더 좋을 것이라고 봤어요. 미술품 공동구매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 미술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이 공급될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작가와 갤러리에 대한 지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직 후 일상은 어떻게 달라지셨나요?

"사실 크게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제 일상은 '그림이 있는 곳으로 간다'고 표현하면 쉬울 것 같아요. 작품을 보러 갤러리에 가고, 아트페어가 열리면 출장도 갑니다. 또 미술계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쌓는 일도 중요하죠."

장은경 열매컴퍼니 CSO 주요 이력

2008년~ 갤러리 '예화랑' 어시스턴트
2017년~ 한국화랑협회 팀장
2019년~ 케이옥션 실장
2020년~ 열매컴퍼니 CSO


장은경 열매컴퍼니 최고전략책임자. 김영원 인턴기자

장은경 열매컴퍼니 최고전략책임자. 김영원 인턴기자

-열매컴퍼니가 미술품 거래 2차 시장에서 하는 역할이 무엇인가요?

"공동구매 시장이 생기면서 전체 미술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이 공급되고 있어요. 과거에는 미술품을 살 수 있는 고객이 소수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소액만으로도 미술품에 투자할 수 있게 된 거죠. 또 저희는 현재까지 회사에 누적된 투자금 대부분을 작품 매입에 쓰고 있습니다. 김 대표가 개인적으로 소규모 미술품 거래를 하다가 아예 회사를 창업하게 됐고, 벤처투자사가 열매컴퍼니에 투자를 했으니 미술시장에 마중물을 넣어준 셈이죠. 또 저희는 미술품 거래에 자체 개발한 가격산정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의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TIPS) 프로그램에도 선정됐습니다. 미술시장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봅니다."

-실제 수치로 드러난 성과가 있나요?

"문화체육관광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미술시장 규모는 2021년 7,563억원, 2022년에는 사상 최초로 1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아트앤가이드(플랫폼)의 지난해 매출액이 290억이었습니다. 큰 숫자는 아닐지 모르지만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빠르게 성장한 점을 고려해보면 미술시장 저변 확대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고 봅니다."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을 만든 후발주자들이 많습니다. 아트앤가이드만의 공략법이 있나요?

"저희는 열매컴퍼니가 집적 공동구매에 동참하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직접 투자를 하니, 작품 매각에 소홀할 수 없죠. 저희는 작품을 함께 보유하고, 매각한 뒤에는 다른 참여자들과 똑같이 수익을 지분별로 나눠갖고 있습니다."

-최근 금융당국이 미술품 조각투자도 증권으로 본다는 판단을 내리고, 토큰증권(블록체인 기술로 디지털화한 증권)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열매컴퍼니의 사업 방향은 어떻게 재편되나요?

"아트앤가이드는 처음부터 예치금을 받거나 수수료를 수익으로 하는 거래소 형태를 취하지 않았고, 거래소 방식으로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앞으로 금융권과 협업해 개인이나 기관이 투자성향에 맞는 미술품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적합한 토큰증권 상품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또 미술품 가치 산정 기술을 보다 고도화해 나갈 것입니다."

이현주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