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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단속 심하니 혜택 더 줄게요"... 정부보증 노린 동시진행 여전

입력
2023.02.14 12: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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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의 몰락]
정부, 대대적 단속 예고했지만
고액 리베이트 노리고 여전히 성행

빌라가 몰려 있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촌. 배우한 기자

빌라가 몰려 있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촌. 배우한 기자

정부가 최근 전세사기 핵심 고리인 '동시진행' 단속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비웃듯 동시진행이 여전히 성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진행 빌라 6개 중 골라잡아요"

8일 서울 시내 공인중개소가 밀집된 한 상가로 시민들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8일 서울 시내 공인중개소가 밀집된 한 상가로 시민들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동시진행은 전셋값과 매맷값을 거의 비슷하게 맞춘 뒤 세입자가 낸 보증금으로 신축 빌라 분양대금을 치르는 매매기법(무자본 갭투자)이다. 세입자를 들인 뒤 집주인 명의를 바지 집주인에게 넘기면 모든 단계가 종료된다.

분양업자는 전셋값을 부풀려 최대 1억 원 가까운 차익을 남기고, 바지 집주인은 300만 원 안팎의 수수료를 챙긴다. 전세보증에 가입한 세입자는 2년 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는다. 결국 전세사기 조직의 불로소득을 국가가 보전해주는 구조다. 정부가 동시진행에 칼을 빼 든 배경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동시진행 빌라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A신축 빌라를 인터넷에 검색하자 광고글이 여럿 떴다. 경기 부천시에 사무실을 둔 공인중개사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시세를 물었더니 투룸 전셋값이 3억5,500만 원이라고 답했다.

기자는 분양업자만 이용하는 전용 앱에서 이미 A빌라가 동시진행 단지이며, 세입자를 구해 오면 4,000만 원의 보상금이 지급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A빌라의 분양가는 3억5,500만 원. 4,000만 원 보상금을 받기 위해 기자에게 분양가와 똑같은 3억5,500만 원을 전셋값으로 부른 것이다.

동시진행 구조에 대해 잘 아니 이것저것 재지 말고 최대한 혜택을 챙겨주면 들어가겠다고 하자, B씨는 "HUG에서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으니 혜택에만 집중하는 게 현명하다"며 연신 기자를 칭찬했다. 그는 A빌라 반경 1㎞ 내 동시진행 빌라만 6개가 있다며 일단 원하는 집을 고르라고 했다.

요즘 정부 단속이 심한데 괜찮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화곡동에서만 600명 넘게 입건됐거든요. 그런데 다들 영업해요. 대신 문제 심각한 분양팀은 거르죠. HUG 보증 가입만 되면 세입자도 피해 안 보니까 괜찮아요."

서울 구로구 개봉동 C신축빌라를 중개하는 D씨는 "요즘 분위기가 험악해 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우니 분양팀에 얘기해서 최대한 지원을 더 얹어주겠다"며 "정부 단속이 심한 지금이 오히려 혜택을 더 이끌어낼 기회"라고 기자를 꼬드겼다. 그러면서 "하루 약속 날짜만 정해주면 본인 차로 동시진행 매물 10여 곳을 직접 보여주겠다"며 "최근 계약도 몇 건 했다"고 말했다.

"상당수 여전히 영업"

9일 분양업자 전용 앱에 올라온 HUG 선정 감정평가회사에서 감정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홍보글.

9일 분양업자 전용 앱에 올라온 HUG 선정 감정평가회사에서 감정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홍보글.

분양업자들이 이용하는 전용 앱엔 '빌라왕' 김씨처럼 무주택 바지 집주인 명의를 대량 확보했다는 홍보글도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최근 정부가 감정가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평가서를 끊어줄 수 있는 감정평가회사를 40곳으로 제한했는데, 40곳에서 탁상감정(사전 감정)이 가능하다는 홍보글도 올라온다.

한 빌라업계 관계자는 "일부 컨설팅업자만 잡히고 여전히 상당수 업자는 계속해서 동시진행 중개를 하고 있다"며 "바지 집주인으로 명의가 이전되는 마지막 단계를 막는 게 관건인데 이를 막기 위한 (정부의) 조치가 없어 아쉽다"고 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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