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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아이돌 엄마개 '온주'의 미국 적응기

입력
2023.01.13 11:00
수정
2023.01.1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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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 가족을 소개합니다] <11> '만다린즈' 할머니개 '온주' 입양자 최한아씨

편집자주

매년 10만 마리 이상의 유실∙유기동물이 발생합니다. 이 가운데 가족에게 돌아가거나 새 가족을 만나는 경우는 10마리 중 4마리에 불과합니다. 특히 품종이 없거나 나이 든 경우, 중대형견과 동네 고양이는 입양처를 찾기 더욱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들도 사랑받을 자격은 충분합니다. ‘유가소’는 유기동물을 입양해 행복하게 살고 있는 가족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제주 제주시 한 가정집 마당 내 쓰레기더미 옆에서 짧은 목줄에 묶인 채 4년을 살았던 온주(왼쪽 사진)는 지난해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인근에 거주하는 최한아씨에게 입양됐다. 최한아씨 제공

제주 제주시 한 가정집 마당 내 쓰레기더미 옆에서 짧은 목줄에 묶인 채 4년을 살았던 온주(왼쪽 사진)는 지난해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인근에 거주하는 최한아씨에게 입양됐다. 최한아씨 제공


지난해 국내 첫 강아지 아이돌 연습생 그룹 '탠져린즈'와 2기 연습생 그룹 '만다린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면서 한 마리(오렌지)를 제외하고는 가족을 만났다. 이들은 제주시 한 가정집 마당 쓰레기더미 옆에서 짧은 줄에 묶여 살던 개들이다. 우연히 개들을 발견한 구낙현씨는 보호자를 설득해 구조한 뒤 입양홍보를 위해 강아지 아이돌 그룹 데뷔 콘셉트를 고안했다. 그는 귤 종류로 개들의 이름을 지은 뒤 SNS를 통해 입양공고를 내고, 오프라인 팬미팅(입양행사)을 열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모두가 쉽게 입양기회를 얻은 건 아니다. 국내에서 20㎏대까지 크는 진도믹스의 입양처를 찾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더욱이 강아지들보다 엄마개들을 선뜻 입양하겠다는 이들은 더 적었다. 구씨는 이 중에서도 '만다린즈'의 모견 '자몽'을 낳은 '온주'(4세 추정)에 대한 걱정이 컸다. 마당에서 제일 오래 지냈고, 사람들이 선호하는 '귀여운' 외모와도 거리가 멀어서였다. 4년의 마당개 생활은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거주하는 최한아(38)씨를 만나고 끝났다.

중대형견 입양 어려운 한국 상황이 입양에 영향

제주 마당개 모계 중심 가계도. 구낙현씨 인스타그램 캡처

제주 마당개 모계 중심 가계도. 구낙현씨 인스타그램 캡처

미국에도 유기견이 있는데 최씨가 한국 진도믹스견 '온주'를 입양한 이유는 뭘까. 그는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통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한국을 방문하면서 우연히 SNS에서 만다린즈 입양 홍보글을 보게 됐다"며 "이 과정에서 원치 않는 출산을 반복해야 했던 엄마개 온주에게 마음이 갔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중대형견이라고 해서 특별히 입양이 어렵지 않지만 한국 상황은 다르다는 것도 그의 입양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최씨가 처음부터 온주를 입양하려 했던 건 아니었다. 처음에는 온주가 낳은 '자몽'에게 관심이 갔다. 하지만 입양신청서를 작성하는 도중 온주의 존재를 알게 됐고, 온주가 입양 가기 가장 어려울 것 같다는 구씨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움직였다고 한다.

최한아씨가 반려견 온주, 오딘, 로즈, 행크와 산책 도중 잠시 쉬고 있다. 최한아씨 제공

최한아씨가 반려견 온주, 오딘, 로즈, 행크와 산책 도중 잠시 쉬고 있다. 최한아씨 제공

최씨가 온주를 입양하는 데 하나의 걱정이 있었다. 세 마리의 반려견 이탈리안 마스티프종 '오딘'과 '로즈', 잉글리시 마스티프종 '행크'와 잘 지낼 수 있을지였다. 오딘은 75㎏, 로즈는 45㎏에 달하는 초대형견이다. 모두 브리더(번식업자)나 지인이 포기한 개들로 최씨 남편이 데려와 함께 기르고 있다. 최씨는 "온주가 다른 셋과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며 "셋이 워낙 크다 보니 20㎏ 정도의 온주는 소형견처럼 느껴졌다"고 웃었다.

"보호소 동물에 주어진 시간은 한정돼 있어"

구조 뒤 밝은 모습의 온주. 구조자 구낙현씨는 온주가 덩치도 크고 마당개 생활이 긴 데다 다소 거칠어 보이는 외모로 입양 가기 어려울 것으로 걱정했다. 구낙현씨 제공

구조 뒤 밝은 모습의 온주. 구조자 구낙현씨는 온주가 덩치도 크고 마당개 생활이 긴 데다 다소 거칠어 보이는 외모로 입양 가기 어려울 것으로 걱정했다. 구낙현씨 제공

온주는 경계심이 있고 겁도 많은 성격이라 사람뿐 아니라 다른 개들과도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새 환경에 점차 적응해갔다. 최씨는 "다른 셋은 지하에 잘 곳을 마련해줬지만 온주는 1층에서 지내게 하면서 사람과 다른 개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고 소개했다. 또 온주 앞에서 같이 잠을 자면서 조금씩 친해지려 노력한 결과 이제 온주는 개들과 마당에 나가 함께 노는 걸 즐기고, 오히려 다른 개들에게 장난을 치는 성격으로 바뀌었다.

최씨의 마음을 아프게 한 사건도 있었다. 비가 내리는 동안 온주가 마당에 나가 배변을 할지 말지 고민하다 배변만 하고 곧바로 실내로 들어온 것이다. 그는 "비 맞는 걸 저만큼 싫어하는데 마당에서 4년간 짧은 줄에 묶인 채 눈과 비를 맞으며 살았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온주를 입양한 뒤 달라진 점이 있을까. 최씨는 "온주가 '밥 먹자', '산책 가자' 등을 한국어로 하면 알아듣는데 영어로 하면 아직 못 알아듣는다"며 "덕분에 남편이 한국어를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최한아씨가 온주를 쓰다듬고 있는 모습(왼쪽)과 입양을 기다리던 당시 온주의 모습. 최한아·구낙현씨 제공

최한아씨가 온주를 쓰다듬고 있는 모습(왼쪽)과 입양을 기다리던 당시 온주의 모습. 최한아·구낙현씨 제공

마지막으로 유기동물 입양을 고려하는 이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을 물었다. 최씨는 "유기동물은 상처가 있을 것으로 여기고 교육 등의 문제를 고민하는데 이는 유기동물에만 국한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모든 동물을 데려올 때 평생 책임질 수 있는지 생각해보고 신중하게 결정했으면 한다"고 답했다. 이어 "다만 보호소에 있는 동물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며 "온주를 입양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신중하게 결정하되 입양 시 이러한 점도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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