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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평사 3걸', 한기평·한신평·나이스...'경쟁 실종' 도마에

입력
2022.12.05 15: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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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파워 국제 신평사]
국내 신평사시장 삼등분, 10년 넘게
기업 부실 사태 때 등급 늦게 내려 뭇매
"신규 업체 위해 진입 문턱 낮춰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의 신용평가시장은 3대 국제 신용평가사가 주도하는 글로벌 시장처럼 한국신용평가(한신평), 한국기업평가(한기평), 나이스신용평가(나이스) 등 3개 회사 체제다. 3곳은 2020년 기준 연 매출 1,400억 원인 국내 신용평가시장을 3분의 1씩 차지하고 있다. 이런 '삼국지 구도'가 10년 이상 이어지면서 신용평가시장 내 경쟁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신용평가시장은 1982년 장영자·이철희의 대형 어음사기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당시 기업들이 연쇄 도산하고 회사채시장이 마비되자, 금융시장은 기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줄 수 있는 기관을 필요로 했다. 1983년 한국경영컨설팅(한기평 전신), 1985년 한신평, 1986년 전국종합신용평가(나이스 전신) 등 신평사가 줄줄이 등장했다.

국내 3대 신평사는 주로 국내 회사채에 신용등급을 매기고 있다. 회사채 발행 규모가 2000년 82조 원에서 2020년 387조 원에서 불어나면서 국내 3대 신평사의 영업 성과와 입지도 탄탄해졌다.

점점 굳어지는 3대 신평사의 독과점 체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선 3대 신평사가 비슷한 신용평가를 해 회사채시장에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신용평가사 간 동일기업에 대한 신용등급이 얼마나 다른지 보여주는 스플릿비율은 무디스, 스탠더드앤푸어스(S&P), 피치 등 3대 국제 신평사가 30~40%인 반면 국내 신평사는 3.1~8.7%에 불과하다.

국내 신평사가 투자자에게 위험에 빠진 기업을 미리 알리는 '감시견' 역할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실제 △2011년 LIG건설 △2012년 웅진홀딩스 △2013년 동양 등 기업 부실 사태 국면에서 국내 신평사는 신용등급을 뒤늦게 내렸다.

다른 나라보다 독과점 체계를 해소하려는 노력 역시 부족하다. 글로벌 신용평가시장을 주름잡는 미국만 해도 2000년대 초중반까지 3대 국제 신평사만 인정하는 지정제에서 등록제로 제도를 변경했다. 물론 3대 글로벌 신평사의 시장점유율이 여전히 높으나 일본계 JCR 등이 신용평가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금융당국 승인을 거쳐야 하는 인가제 방식이다.

금융연구원 등은 신규 업체가 신용평가시장에 새로 진입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독과점 완화책으로 무인가·무의뢰 평가가 거론된다. 무인가·무의뢰 평가는 금융당국 인가를 아직 얻지 못하거나, 회사채 발행사의 요청 없이 채권 신용등급을 매기는 것이다. 신규 업체가 회사채시장에서 이미 권위를 얻은 신평사에 맞서 평판을 얻기 위한 조치로 미국 등 주요국에서 허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신용평가산업 규제 역사와 경쟁정책 개선방안' 보고서를 작성한 임형준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연적으로 시장경쟁에 의해 형성하는 과점 구조와 인위적 진입 규제에 따라 고착화한 과점 체제는 명백히 큰 차이가 있다"며 "물론 신용등급시장은 평판이 좋은 회사 중심으로 유지되는 경향이 있지만, 경쟁 정책을 정비해 기존 신평사의 변화와 새로운 회사의 등장을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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