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성전환자, 미성년 자녀 있다고 성별 정정 불허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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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성전환자, 미성년 자녀 있다고 성별 정정 불허 안돼"

입력
2022.11.2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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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 11년 만의 판례 변경
"부모와 미성년 자녀 사이 다양한 상황 살펴야"
일본도 '미성년 자녀 유무' 성별 정정 기준 삼아

대법원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이혼한 성전환자의 가족관계등록부 성별 정정 신청을 불허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11년 만의 판례 변경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24일 성전환 여성인 A씨가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을 바꿔 달라며 제기한 등록부 정정 신청 재항고 사건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남성으로 태어난 A씨는 결혼해 두 자녀를 뒀지만 성정체성 문제로 이혼했다. 2018년에는 외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여성으로 생활해왔다. A씨는 '남성'으로 돼 있는 가족관계등록부 성별을 '여성'으로 바꿔달라고 신청했다.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녀에게 정신적 혼란과 충격 등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미성년 자녀나 배우자가 있는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은 허용할 수 없다는 판례(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때문이었다.

무지개빛 행진. 뉴시스

대법원은 그러나 이날 "성전환자는 자신의 성정체성에 따른 성을 진정한 성으로 법적 확인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전환자 역시 사회 구성원으로서 타인과 함께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대법원은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에 대해 성전환자의 실제 상황을 수용해 공부(公簿· 관공서가 작성하는 장부)에 반영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성전환자 부모와 미성년 자녀 사이의 신분관계에 중대한 변동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며, 성별 정정 전후로 개인적 사회적 법률적으로 친자관계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특히 "성별 정정 허가 자체가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현저하게 반한다고 일률적으로 단정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존재하거나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 즉 자녀 연령이나 심신 상태, 부모의 성별 정정에 대한 자녀의 동의나 이해 정도, 양자 간 관계 및 유대감을 두루 살펴 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결론이다.

이동원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기본적으로 아버지는 남성, 어머니는 여성을 전제로 하는 우리 법령 체계를 근거로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을 불허한 원심 판단과 기존 판례는 타당하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미성년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 가운데 혼인관계에 있지 않은 경우에 한해 기존 판례를 변경한 것"이라며 "혼인 중인 성전환자에 대한 성별 정정 여부에 대해선 명시적 합의와 판단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성년 자녀 유무'를 성별 정정 판단 기준으로 삼는 곳은 현재 한국과 일본뿐이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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