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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만 죽고도 '잊힌 전쟁'... 에티오피아 내전, 2년 만에 살얼음 '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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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만 죽고도 '잊힌 전쟁'...에티오피아 내전, 2년 만에 살얼음 '휴전'

입력
2022.11.03 22: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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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총리-TPLF 권력 갈등으로 시작한 내전
인종 청소·조직적 성폭력 등 전쟁범죄 넘쳐
우크라 전쟁 비해 관심 미미…"절차 이제 시작"

에티오피아 정부 대표인 레드완 후세인(왼쪽에서 두 번째)과 티그라이 사절 게타추 레다(맨 오른쪽)가 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프리토리아에서 아프리카연합(AU) 중재로 이뤄진 평화 협상 서명식에서 내전 중지 합의 문서를 교환하고 있다. 프리토리아=로이터 연합뉴스

에티오피아 정부 대표인 레드완 후세인(왼쪽에서 두 번째)과 티그라이 사절 게타추 레다(맨 오른쪽)가 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프리토리아에서 아프리카연합(AU) 중재로 이뤄진 평화 협상 서명식에서 내전 중지 합의 문서를 교환하고 있다. 프리토리아=로이터 연합뉴스

최대 6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에티오피아 내전이 전쟁 당사자들의 합의로 2년 만에 가까스로 중단됐다.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 벌어진 무수한 민간인 집단학살과 성폭행 등 전쟁범죄 처리는 갈 길이 멀다. 참전했던 일부 세력이 평화 협상에 참여하지 않아 전쟁의 불씨도 남아 있다. 평화 정착을 위해선 지속적인 관심이 절실하다.

'노벨평화상' 총리가 시작한 최악의 전쟁

에티오피아 주변 지도. 그래픽=김대훈 기자

에티오피아 주변 지도. 그래픽=김대훈 기자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정부와 반군 측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은 이날 '영구적인 적대 행위 중단'에 합의했다.

양측은 지난 일주일간 아프리카연합(AU)의 중재로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에서 협상을 벌여 왔다. 올루세군 오바산조 AU 특사는 "양측이 질서 있고 조율된 무장해제, 법과 질서 회복, (통신 및 금융) 서비스 복원,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방해받지 않는 접근 등에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2020년 11월 3일 내전이 발발한 지 2년 만의 첫 공식 휴전이다.

내전은 30년간 정계를 주도했던 옛 집권 정당 TPLF와 2018년 취임한 아비 아머드 총리의 권력 다툼으로 시작됐다. 에티오피아는 80여 개 부족으로 이뤄졌는데 이 중 아머드 총리의 출신인 오로모족(전체 인구 34.5%)과 티그라이족(6.1%)은 앙숙 관계다. 특히 오로모족은 티그라이족이 소수이면서도 강력한 무장병력으로 국가 주도권을 좌지우지하던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전쟁의 시발점은 '총선 연기'였다. 아머드 총리가 2020년 8월 코로나19를 이유로 총선을 미루자 TPLF는 반발하며 다음 달 독자적인 지방선거를 실시했다. 이에 아머드 총리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반군 근거지인 티그라이에 에티오피아 연방군을 투입했다. 이웃국 에리트레아와 종전 공로로 2019년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한 아머드 총리는 이 결정으로 내전의 장본인으로 전락했다.

양측은 무차별 학살과 보복을 반복했다. 에리트레아까지 정부군에 합세해 티그라이족 민간인까지 무조건 학살하는 '인종 청소'를 저질렀다. 조직적 성폭행과 폭행, 고문 등의 전쟁범죄가 너무 많이 발생해 집계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나아가 정부군은 티그라이 지역을 완전히 봉쇄하고 모든 지원을 차단해 기근을 무기화했다. 반군도 정부군 편에 선 암하라족과 아파르족 민간인 수천 명을 살해했다.

전쟁의 상처는 치유를 논하기도 어려울 만큼 깊다. 2년간의 전쟁 끝에 최대 60만 명이 숨지고 최소 240만 명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북부에서만 약 1,300만 명에게 인도주의적 도움이 시급하다.

세계 무관심 속 잊힌 전쟁…완전한 평화까진 갈 길 멀어

올루세군 오바산조 아프리카연합(AU) '아프리카의 뿔 지역' 특사가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의 국제관계협력부에서 AU의 중재로 열린 에티오피아 내전 평화 협상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프리토리아=AFP 연합뉴스

올루세군 오바산조 아프리카연합(AU) '아프리카의 뿔 지역' 특사가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의 국제관계협력부에서 AU의 중재로 열린 에티오피아 내전 평화 협상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프리토리아=AFP 연합뉴스

에티오피아 내전의 사망자 규모는 우크라이나 전쟁 사망자 규모(약 9만5,000명)의 6배가 넘지만, 국제사회의 관심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쏠렸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에티오피아 종전 압력책은 에티오피아 무역 우대 조치 철회와 정부 예산 지원 중단 정도에 그쳤다. 이들이 우크라이나에 보낸 수십조 원 규모 무기와 재정 지원을 고려하면 미미한 조치다.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가 에티오피아 내전은 "잊힌 전쟁"이라며 '평화 협상'을 촉구한 이유다. 에티오피아 보건장관 출신인 세계보건기구(WHO)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차별적 관심에 불만을 표하며 "세계가 정말 흑인과 백인의 목숨에 공평하게 주목하고 있느냐"고 일침을 남겼다.

그나마 AU와 미국의 개입으로 휴전에 합의했지만, 이마저도 언제 깨질지 모르는 반쪽짜리 평화다. 정부군 편에 섰던 에리트레아와 암하라 지역 민병대가 평화 협상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암하라민족운동당은 이날 "협상을 환영한다"면서도 "정의와 책임 규정이 부족해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남겼다. 평화 협정의 이행 절차와 이행 점검 방안 등도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양측 지도부가 협정 이행을 위해 군대를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재를 도운 우후루 케냐타 전 케냐 대통령은 "악마는 이행 과정에 있을 것"이라며 "정치적 절차는 이제 시작됐고, 아직도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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