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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절반 뚝"... 주택 거래 끊기자 이사·가구·중개업 '휘청'

입력
2022.11.02 04:30
14면
0 0

<4> 저성장 신음
주택경기 침체, 후방산업 후폭풍
주택 건설 차질, 도미노 불가피

10월 26일 찾은 서울 아현동 가구거리 전경. 주말인데도 사람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김동욱 기자

10월 26일 찾은 서울 아현동 가구거리 전경. 주말인데도 사람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김동욱 기자

#지난달 26일 찾은 서울 마포구 '아현동 가구단지'. 손님으로 붐벼야 할 주말 오후인데도, 가구단지로 이어지는 길목엔 손님이 없어 한산했다. 200m 길이의 가구거리를 걷는 동안 '폐업 정리', '임대' 같은 팻말을 걸어두고 아예 장사를 접은 매장도 10여 곳이나 눈에 띄었다. 주말인데 손님이 거의 안 보인다는 기자의 말에 이모 대표는 한숨부터 쉬었다.

"안 어려운 적이 없었지만 요즘은 정말 힘드네요. 주말이면 당연히 가게 문을 열어야 하는데, 인건비라도 아끼려고 주말에도 문 닫는 가게가 꽤 됩니다. 그만큼 사정이 절박한 거죠."

#서울에서 도배 일을 하는 이모씨는 지난해보다 수입이 절반 넘게 떨어졌다. 일주일에 적어도 4건 넘게 들어왔던 일이 최근엔 2건도 채 안 들어올 때가 많다. 이씨의 일당은 25만 원. 일감이 줄면 그만큼 수익도 쪼그라든다.

그는 "도배 일이 주택경기 침체 영향도 크게 받지만 요즘은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서 그런지 이사를 해도 도배를 건너뛰는 이도 많더라"라며 "부족한 수입을 메우려고 일이 없는 날은 배달 일을 뛴다"고 토로했다.

개업보다 폐업이 더 많은 중개업소

서울시내 공인중개업소 앞을 지나가는 시민. 뉴시스

서울시내 공인중개업소 앞을 지나가는 시민. 뉴시스

극심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 거래가 끊기다시피 하면서 부동산 중개·가구·인테리어처럼 주택·건설 연관 업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들 산업은 개인사업자 비중이 특히 높다 보니 부동산 경기 침체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절벽'을 넘어 '빙하기'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최근 주택시장의 거래 침체는 극심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전국의 누적 주택 거래량은 41만여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49% 감소했다. 특히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매매는 856건으로 무려 77.9%나 줄었다. 2006년 1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저다.

집을 사고파는 이들이 확 줄자 관련 산업도 휘청이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홈페이지에는 중개사무소를 매매할 수 있는 양도 게시판이 있는데, 이달 들어 중개업소를 넘기겠다는 글만 260여 건(서울 140건)이 올라왔다. 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송파·용산 등지에서도 싼 권리금에 사무소를 넘기겠다는 글이 잇따랐다.

실제 난달 문을 닫은 중개업소(휴·폐업)는 1,058곳으로 새로 문을 연 사업장(918곳) 수를 웃돌았다. 이는 두 달째 이어진 흐름으로, 중개사협회가 2018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처음이다. 최근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중개업소를 처분한 박모 대표는 "주택 거래가 안 됐던 2010년은 그나마 전세 거래라도 잘 됐는데 지금은 이마저도 없으니 버틸 재간이 없다"고 했다.

건설 현장 급감…"일용직 일감도 줄어든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동네 영업을 주로 하는 이사·도배·청소업체도 시름이 깊다. 서울에서 포장업체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이후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가 많아 지금은 전·월세 이사 수요도 씨가 말랐다"며 "기름값 등 각종 비용은 크게 뛰었는데, 경쟁이 심해 이사비를 올릴 수도 없어 어려움이 상상 이상"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주택 건설도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 올해 1~9월 누계 주택 착공 실적은 29만4,059가구로 1년 전보다 26% 감소했다. 수도권의 올해 주택 인허가 실적은 1년 전보다 29% 줄었다. 한 대형 건설사 자재담당 임원은 "건설 현장이 줄면 도미노처럼 일용직 건설노동자는 물론 아파트에 각종 자재를 납품하는 가구·인테리어 업체까지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3고 1저' 지뢰밭 위 한국경제] 글 싣는 순서


<1> 고금리 비명

<2> 고환율 비상

<3> 고물가 신음

<4> 저성장 수렁

<5> 복합위기 진단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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