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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상속 분쟁, 남 일 아냐... 나만 겪는 아픔도 아니니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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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상속 분쟁, 남 일 아냐... 나만 겪는 아픔도 아니니 힘내요"

입력
2022.08.29 14:00
수정
2022.08.29 15:2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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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규 가사상속전문변호사 인터뷰]
실제 상속 사례, 공감 쉬운 웹툰으로 설명
"가족은 기대 큰 만큼, 서운함도 큰 관계"
"준비 없이 마주한 상속은 파멸로 이어져"

25일 서울 강남구 산하LAW타워에서 법무법인산하 가사·상속팀 곽노규 팀장 변호사가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하겸 인턴기자

25일 서울 강남구 산하LAW타워에서 법무법인산하 가사·상속팀 곽노규 팀장 변호사가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하겸 인턴기자

“여길 어디라고 와요!”

엄마 장례식에 가족을 파탄 낸 그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기철 아저씨. 그 이름을 처음 들은 건 10년 전이에요. 엄마는 봉사활동하다 알게 됐다며, 아저씨 칭찬을 아끼지 않았죠. 그런데 엄마는 점점 이상해졌어요. “봉사활동하는 요양원 상황이 심각해”라며 수백만 원씩 아저씨한테 돈을 보내더니 급기야 적금까지 깨서 목돈을 입금했죠. 엄마와 다툼이 잦아진 아빠는 지병이 악화돼 세상을 떠났고, 저는 엄마와 연을 끊게 됐어요. 그러다 10년 만에 엄마 사망 소식을 들었고, 장례식장에서 아저씨와 마주하게 된 거예요.

아저씨는 뜻밖의 얘기를 꺼냈어요. “치료비에 보태라고 1년 전 네 엄마 땅을 사줬는데, 네 아빠로부터 받은 상속재산이더라. 돌려주러 왔다”는 겁니다. 9억 원이 넘는 땅을 별 대가 없이 넘겨준 아저씨에게 고맙다는 생각마저 들었지요. 고마움이 분노로 바뀌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나중에 통장을 확인해보니 엄마가 땅을 담보로 빌린 5억 원과 땅 매매대금 4억 원 모두 아저씨가 챙겨 갔더군요. 제게는 5억 원의 빚과, 상속인에게 부과된 양도세 3억 원만 남았어요. 땅 받을 때 그렇게 좋아하던 제 남편은 양도세 얘기를 듣고 이혼하자네요.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웹툰 ‘디어마이패밀리’의 한 에피소드를 요약한 내용이다. 웹툰은 법무법인 산하에서 가사ㆍ상속 분야를 주로 다루는 곽노규(39) 변호사가 그렸다. 그는 지난해 7월부터 과거 수임 사례 등을 토대로 다양한 가족 내 분쟁을 담은 웹툰을 그리기 시작했고, 벌써 9만 명이 넘는 ‘독자(팔로어)’가 생겼다.

내용은 다소 충격적이다. 부모를 때리는 모범생 아들이나, 딸과 함께 사는 친부를 미성년자 약취ㆍ유인으로 고소한 친모 등의 사례도 나온다. “에이, 그래도 가족인데… 과장이겠지”하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웹툰 '디어마이패밀리' 25번째 에피소드 '아저씨' 일부 발췌. 법무법인 산하, 작가 '올리브페이퍼' 제공

웹툰 '디어마이패밀리' 25번째 에피소드 '아저씨' 일부 발췌. 법무법인 산하, 작가 '올리브페이퍼' 제공

곽 변호사는 2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모든 에피소드는 최대한 덜 자극적으로 각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실 속 가사ㆍ상속 갈등은 웹툰보다 훨씬 더 극단적이란 얘기다. 그는 “가족이라고 하면 ‘조건 없는 사랑' '양보’ 같은 아름다운 모습을 떠올리지만, 막상 상속 문제 등이 닥치면 서로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기대가 높았던 만큼 서운함도 클 수밖에 없는 관계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평소 가사ㆍ상속 문제를 미리 접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게 곽 변호사 생각이다. 그가 사람들이 이야기하길 꺼리지만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가사ㆍ상속 잔혹사’를 열심히 그리기로 결심한 이유다. 웹툰이 전하는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 ①사람들이 웹툰을 보며 ‘상속 문제는 언제든 우리 가족 일이 될 수 있구나’ 깨닫고, 미리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의뢰인들을 지켜보면서 ‘상속의 기본적 내용만 알아도 최악은 피할 수 있겠구나’ 느낀 적이 많았다”고 했다. ②가사ㆍ상속 문제로 고통받는 이들이 웹툰을 보며 ‘가족 간 갈등이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구나’ 위로받도록 하는 것도 곽 변호사의 소망이다.

곽 변호사도 최근 친할머니를 떠나 보내며 상속 문제를 직접 경험했다. 가사ㆍ상속 전문가에게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미신고 재산에 대한 가산세를 피하기 위해 세무사 도움을 받아 미리 정리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사심 없는 말에도 가족 간 오해와 다툼이 불거졌다고 한다. “상속 문제는 절대 남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우리 가족만의 고통도 아니니까, 너무 힘들어하지 마세요.” 곽 변호사의 당부다.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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