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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아들과 행복한 사회 가능할까요?

입력
2022.06.30 12:00
수정
2022.06.3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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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감호의 눈물]
<7·끝>처음부터 방치하지 않기를
발달장애 특성 맞는 행동치료 필수
만성기·급성기 환자 분리 치료해야
비강압 치료, 충분한 설득으로 가능
환자 퇴원하면 지역 기관 연계해야
같은 경험 조력자 모임 활성화 절실

자폐성 장애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동시에 가진 아들 류인서(20・왼쪽)씨와 그의 어머니 복성옥씨. 복씨는 "발달장애인의 행동을 이론에 입각해 분석하고 적절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이 국내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복씨 제공

자폐성 장애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동시에 가진 아들 류인서(20・왼쪽)씨와 그의 어머니 복성옥씨. 복씨는 "발달장애인의 행동을 이론에 입각해 분석하고 적절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이 국내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복씨 제공

사진 속 모자가 환하게 웃고 있다. 수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발달장애 가정의 그림자는, 이 사진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의 웃음이 현실에서 늘 꽃필 순 없을까. 정신장애(정신질환)와 발달장애(지적·자폐성 장애)를 가진 구성원들이 소외되지 않고, 가족들에게만 온전히 짐을 지우지 않고, 사회가 책임지며 함께하기 위해 필요한 건 수없이 많다.

무엇보다 핵심은 중증에 이르기까지 방치하지 않는 시스템이다. 그러기 위해선 철저한 사전 관리, 적절한 치료, 병원과 지역사회 연계 등 각종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 구체적인 바람과 대안을 제시한 당사자·전문가의 목소리를 '치료감호의 눈물' 기획기사의 마지막회에 모았다.

발달장애인 부모 복성옥씨

“발달장애인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조기 교육을 통해 자립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사회가 모른다는 거예요.

시각장애인에게는 점자 교육이 필요하고, 청각장애인에게는 수어 교육이 필요하듯이 발달장애인도 필요한 교육이 따로 있어요. 그런데 일반학교는 물론 특수학교도 ‘발달장애인은 언어를 모두 이해하지만 말을 못 하는 아이’ 정도로만 알고 기존 교육을 시키는 경우가 많아요. 몸은 멀쩡한데 자기 생각을 언어로 표현을 못 한다는 겉모습만 보고요.

우리 아들은 쉽게 말해서 한 살배기예요. 교사가 아무리 학습 준비를 열심히 하셔도, 우리 고장에 대해 배우고 띄어쓰기를 배우는 과정이 아들에겐 의미가 없죠. 수준에 따라선 의자에 앉혀 놓는 것부터가 맞지 않는 방식일 수 있는 거예요.

이런 아이의 부적절한 행동을 이론에 입각해 분석하고, 그에 맞게 교육할 수 있는 전문성이 국내에도 필요해요. 미국만 해도 발달장애인 행동분석 전문가가 굉장히 많아요.

우리나라에선 백방으로 찾아야 하는데, 미국이라면 지방자치단체 기관만 찾아가도 전문가가 붙을 수 있어요. 그래서 미국 아이들은 국내보다 훨씬 기능이 떨어져도 힘들게 살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행동문제에 대한 수정·보완이 일찍 이뤄지니까 사회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낮죠.

발달장애인 부모 김남연씨

자폐성 장애와 지적장애를 가진 아들 이윤호(23・왼쪽)씨와 그의 어머니 김남연(55)씨. 김씨는 "사회에서 소외되는 처지를 절감해 왔다"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아이를 돌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 제공

자폐성 장애와 지적장애를 가진 아들 이윤호(23・왼쪽)씨와 그의 어머니 김남연(55)씨. 김씨는 "사회에서 소외되는 처지를 절감해 왔다"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아이를 돌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 제공

“우리 아들은 몸무게가 94㎏ 정도 나가요. 게다가 활발하게 움직일 나이잖아요. 아이가 자려면 지치게 해야 하니까 매일 밤 (관리사무소 협조로 일부 비워둔) 지하 주차장에 내려가서 킥보드를 1시간 30분 정도 태워요. 재우는 것조차 이렇게 보호자의 돌봄이 늘 필요한 아이예요.

그래서 코로나19로 인해 자꾸 격리될 때 너무 힘들었어요. 우리가 확진되지 않아도,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에서도 밀접접촉자·확진자가 수시로 나오니까요. 그나마 일괄적으로 자가격리할 시절엔 활동 지원이 가능했는데, 수동감시 체계로 전환되니 지원조차 사라져서 제가 일을 아예 못 갔어요. 방역 정책에서 고려되지 못하는 경험을 하면서 ‘사회에서 철저히 소외되는 처지'를 절감했죠.

‘24시간 돌봄 체계'가 실현되면 발달장애인 부모는 뭐 하냐고요? 여전히 아이를 돌봐야죠. 다만 적어도 이 사회 안에서 아이를 돌볼 수 있게 해 달라는 거예요. 더 이상 소외되지 않고요.”

엄호성 법무법인 명재 변호사 (치료감호청구 사건 다수 국선변호)

엄호성 법무법인 명재 변호사. 엄 변호사 제공

엄호성 법무법인 명재 변호사. 엄 변호사 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격년제로 건강검진 의무화하는 게 거의 정착됐잖아요. ‘정신과 전문의 자문'을 구성하는 등 정신질환도 검사 항목에 넣었으면 좋겠어요. 위험 징후에 따라 사전 체크를 하고 미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요. 꼭 범죄를 저지른 데 대한 부가적인 처벌 개념으로만 치료감호에 접근할 게 아니라요.

물론 그렇게 되면 정신질환을 진단받는 환자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지겠죠. 그래도 사전에 징후를 발견하는 게 사회적 비용을 현저하게 줄일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초기에 잡을 수 있는 정신질환도 시기를 놓치고 음주에 빠지면서 악화되거나, 다른 감기약을 모르고 복용하다가 환각 증세가 오는 등 병을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거든요.”

윤석준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 '중증·정신장애인 의료체계 실태조사' 연구책임)

윤석준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윤 교수 제공

윤석준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윤 교수 제공

“국내 정신병원 폐쇄 병동에 가면 급성기 환자와 몇십 년씩 질환이 반복돼 퇴행화된 (만성기) 환자가 섞여 있어요. 입원 수가가 같아서 그런 거예요. 그나마 대학은 급성기 환자 위주이지만 그 병상 자체가 얼마 안 되죠.

환자 상태에 따라 병동이 분명히 분리돼야 해요. 급성기 병동에서는 입원 기간을 단기간으로 제한해 신속하고 집중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만성기 병동에서는 재활치료 제공을 보다 활성화해야 하죠. 만성 중증 정신질환자의 자기주도적 건강관리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자기 관리를 독려하는 게 필요하고요.

특히 급성기 환자는 초기 치료가 적절하면 중증으로 악화되는 걸 막을 수 있는데 이런 부족한 여건 때문에 방치되기 쉽다는 게 안타깝죠. 병동 구분은 물론이고 의사를 포함한 인력을 더 투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다든지, 건강보험이나 숙박을 포함한 여러 제도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김성수 전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장

김성수 전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장. 김 전 병원장 제공

김성수 전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장. 김 전 병원장 제공

"병원 처음 열 때 제가 ‘비강압 치료'를 도입하자고 제안했어요. 정부는 ‘24시간 응급입원’까지만 생각했지만, 그렇게 환자를 가두기만 하면 병상이 1,000개여도 모자라요. 중증 환자가 입원하는 병원일수록 비강압적인 치료 테크닉을 의료진이 익히고 인권 기반 접근을 해야 병원이 작동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 2020년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새경정) 운영 실적 통계에 따르면, 중증 정신장애인 응급입원을 전문으로 하는 새경정은 전체 환자의 67%(201명)가 응급입원 환자였다.

"응급 입원 단계로 예를 들어보죠.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일반적인 민간 병원에서는 급성기 정신장애인이 오면 당직 의사만 내려가서 잠깐 면담 후 입원 결정하고 환자를 끌고 올라가는 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하지만 저희(새경정)는 입원 결정부터 시간을 많이 들여요.

급성기 정신장애인은 첫 맞이를 잘 해야 합니다. 정신과 전문의에 간호사나 사회복지사, 병동 안전 인력까지 대동해서 환자와 면담을 해요. 깜깜한 밤에 구급차를 타고 오셔서 당황스러우시겠죠. '여기는 경기도립병원이고 저는 정신과 의사예요' 다 소개하면서 천천히 면담을 해요. 환자를 안심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환자에게 권리 고지를 잘 해주는 것도 효과가 있어요. '의사인 내가 볼 때는 선생님께 이 치료가 꼭 필요한 거라, 싫다고 하시더라도 공권력으로 입원하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공지해 드리고 '이에 대해 자기 권리를 주장하실 수 있는 절차가 있다'고 충분히 안내 드리죠. 열에 열 번은 받아들이세요."

※ 2021년 강제 입원 관련, 경기도 전체 절차보조서비스의 약 60%가 새경정에서 이뤄졌다. 절차보조사업은 정신질환자가 입원치료 과정에서 치료 필요성 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각종 절차를 보조해 치료 과정에 당사자가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우리가 그 절차도 도와드릴 거다' 이렇게 말씀드려요. 실제로 동료지원가가 절차 보조인으로서 환자의 권리 행사를 조력하는 사업이 있어요. 인신 구제 재판을 받을 수도 있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을 수도 있어요. 물론 권리 구제 과정이 퇴원까지 이어지는 일은 잘 없어요, 대부분 기각되죠. 하지만 환자들이 사회 시스템을 신뢰하게 돼요. 병원과 의료진을 믿게 되는 거죠. 비강압 치료는 가능합니다.”

※ 새경정의 비강압 치료(무(無)강박, 위기대응, 사례관리, 예방적 관리, 점진적 안정화 등) 비율은 2020년 77%, 2021년 92%로 계속 향상됐다. 강박 경험자 비율은 8%로, 전국 정신과 입원환자 중 강박 경험자가 28.9%(2015년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였던 것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또 비강압 치료의 일환인 ‘병원형 사례 관리’가 잘됐는데, 저희는 담당 사례 관리자가 정해져요. 의사와 함께 환자를 보는 거죠. 그간 의학적인 급성기 치료를 먼저 하고 퇴원을 할 때 지역 자원으로 연결시키는 수준이었다면, 우리는 아주 급성기일 때부터 사례 관리를 시작했죠.

정신질환은 특히 사회적인 결정인자가 굉장히 중요해요. 주거, 고용, 교육, 사회 안전망에 따라 질환 경과가 굉장히 달라지거든요. 약만으로는 환자를 치료할 수가 없다는 뜻이에요. 우리나라는 지역마다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있지만 병원과는 모두 단절돼 있어요. 퇴원하는 환자분들을 지역 정신센터에 연계하라는 권고가 있지만 퇴원 통보조차 잘 안 되는 게 현실이죠. 우리는 환자가 입원할 단계부터 사례 관리 작업을 해 놓고, 퇴원하시기 전에 이분을 도울 수 있는 적절한 자원을 찾아 연결합니다.”

※ 지난해 새경정의 퇴원 환자(실인원) 총 375명 중, 지역 기관 연계가 유지된 인원은 252명으로 연계율은 75%에 달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조현병 환자의 지역사회서비스 연계 의뢰(통보)율은 43.3%에 그쳤다.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애인 권익옹호센터 법안 자문 담당)

"중증 정신질환자와 얘기해 볼수록 놀라워요. ‘망상'이라고 여겨지지만 실제로 자기에게 일어난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상징'들을 말하고 있어요. 비장애인과 당장 어울리기는 힘들어도 같은 당사자끼리는 분명 어울릴 수 있죠. 그래서 이들끼리 모일 수 있도록 지원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영국만 해도 5만 명 규모 도시마다 400~500명 정도 되는 정신질환자들이 있는데, 이들을 위한 당사자 단체가 여러 개 있고, 그 단체에 정부가 재원을 지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거든요.

사실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중증 정신질환자들이 굉장히 많아요. 강제입원까지 필요 없는데, 이들과 소통할 줄 아는 의료진이 없어서 강제입원이 자행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입원 절차상 이들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겠다, 싶어서 시범 사업으로 진행 중인 ‘절차보조사업’을 입법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우리나라는 강제입원 시스템 자체가 잘못돼 있어요. 선진국은 강제입원을 국립・공공병원이 하지, 민간병원에서는 안 하거든요. 신체 구속이 이뤄지다 보니까 공권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예요. 그러니 국가에서는 공공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강제입원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하게 되죠. 근데 우리는 강제입원의 대부분이 민간병원에서 이뤄지잖아요. 민간병원이 정부에 지원을 아무리 요청한대도 국가적 노력을 들일 이유가 없죠.

하지만 정신질환은 결국 사회 환경 때문에 걸리거든요. 아동기 학대・방임, 학교 왕따, 성차별, 사회적 편견, 실업, 인간관계에서의 좌절. 모두 사회적 요인이죠? 정신질환을 위험하게만 보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저 사람에게 질환을 준 거다'라는 사실을 주지하고 공존해야죠. 그게 가능하려면 이들이 직접 말할 수 있는 단위와 절차를 만들어 줘야 하고요. 정신과 의사도, 사회 복지사도 정신질환에 걸려본 게 아니라면 결국 그분들의 상황을 알 수 없거든요."

권용구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지난 4월 8일 오후 2시 권용구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센터 사무실에서 본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권 소장은 조현병 당사자로, "당사자가 주체가 되는 자조 모임을 통한 자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은서 기자

지난 4월 8일 오후 2시 권용구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센터 사무실에서 본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권 소장은 조현병 당사자로, "당사자가 주체가 되는 자조 모임을 통한 자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은서 기자

"당사자가 서로 자립을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도 치료・재활 경험이 있는 당사자인 ‘동료지원가’ 비율을 키워갈 겁니다. 전문 상담, 기술 교육을 더하는 단계도 추진 중이고요. 외부에서 이들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시선도 있지만, 정신장애인 입장에선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동료의 존재를 아는 것만으로도 상담 효과가 있죠.

또 동료지원가는 기초생활수급자인 경우가 많아요. 지원가 월급이 최대 30만 원인데, 수급비가 끊기지 않으면서 활동할 수 있는 적절한 금액이거든요.

이런 동료지원가가 운영하는 ‘위기 쉼터’도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정신장애인 스스로 위기 상태라고 생각되면 밤에라도 와서 쉬었다가, 간밤에 괜찮아지면 낮에 출근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곳으로요. 국내엔 없어요. 통원 치료는 약물이 중심이라면 위기 쉼터는 자신에게 위기가 오게 한 주변 상황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할 수 있어요.

정신장애인 입원의 가장 큰 문제는 퇴원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데 있어요. 저 역시 조현병으로 입원했을 때 인간관계가 끊기는 건 물론이고 대학 학업도 전부 중단해야 했고요. 장기간 갇혀 있다 나오느라 혼자 버스도 못 타는 사람이 되는 게 진짜 치료라고 할 수 있을까요."

◆치료감호의 눈물

<1>프롤로그: 기자가 마주한 비극

<2>발달장애도 ‘치료’가 되나요

<3>치료받지 못하는 치료감호소

<4>최장 15년, 언제까지 가두나

<5>치료감호 수장이 전하는 현실

<6>출소 후 공백, 누가 채우나

<7>처음부터 방치하지 않기를

최은서 기자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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