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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당신의 개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입력
2022.06.21 20:00
수정
2022.07.09 19:2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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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윤
박정윤올리브동물병원장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몇 년 전부터 동물과 함께 살면서 '공부하는 보호자'가 늘어났다. 모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수업을 하면서 깜짝 놀란 건 한 학기 동안 배우는 반려동물전문관리사 과정의 수강자 대부분이 '나의 반려동물을 잘 키우기 위해' 공부하러 온 분들이라는 점이었다. 미디어에도 동물과 함께 살며 겪는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가 가득하다.

사람들은 알고 싶은 게 많다. 자신의 반려동물이 아플 때는 어떻게 알아차려야 하는지, 배변하기 전에 왜 빙글빙글 도는지, 머리를 벽에 처박고 있는 이유는 뭔지. 또, 왜 짖고, 물고, 오줌을 싸는지… 그만큼 함께 사는 동물과 소통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소통은 사람 간에도 쉽지 않다.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같은 종인데도, 언어 표현과 뉘앙스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호감 표현인 말이나 행동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간섭이나 공격으로 들릴 수가 있다. 차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물과 소통을 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앉아', '기다려' 등의 지시어를 가르치거나, 손을 주고 부르면 오게 하는 것이 소통일까? 엄밀히 보면 그건 반려동물의 노력 덕분이다. 동작언어를 쓰는 동물이 음성언어를 쓰는 사람의 말을 어떻게든 알아들으려 하는 노력에 우리는 숟가락을 얹는 정도다.

필자는 동물병원에 오는 보호자에게 하루 중 일정 시간은 동물에게 귀를 기울여 달라고 권한다. 동물이 어떤 의사표현을 하는지, 나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오는지를 몸짓을 통해 봐달라는 뜻이다. 임상 15년 차가 넘는 동안 동물들은 필자의 스승이었다. 가장 중요한 교훈은 동물 각각의 개성과 감정, 지능을 부정하는 일반화를 무시하라는 것이었다.

필자가 만난 모든 동물은 저마다 개성이 있었다. 다 똑같은 개, 고양이가 아니다. 개의 보편적 특성은 꼬리 하나, 귀 둘, 눈 둘, 코 하나, 입 하나 외에는 거의 없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것 역시 보편적 특성이 되지 못할 정도다. 지식과 정보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반화는 옳지 않다. 수많은 정보와 지식이 똑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모두에게 통하는 하나의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동물에게 말을 한다. 아마 다들 말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사람들이 듣는다는 뜻은 아니다. 그게 바로 문제다. 우리는 무수히 많은 표현을 늘어놓는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혼란스럽기 짝이 없으리라. 우리가 일상 속에서 동물들에게 하는 말들을 동물이 다 알아들을 수는 없다. 지능의 차이가 아니다. 소통방식의 차이일 뿐이다. 같이 살면서 그나마 소통이 되는 건 3분의 2 이상 동물의 노력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우리는 어떤 노력을 했을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알리고, 가르치려 하기 전에 자신의 반려동물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귀 기울여 본 적이 있는지 생각해보자. 특히 어떤 경우에 사람이 불편한지를 알리기 전에 어떤 경우에 나와 함께 사는 동물이 불안, 공포, 고통을 느끼는지 관찰해 봤을까. 모든 존재가 느끼는 고통의 크기는 똑같다. 개나 고양이가 쥐보다 더 많은 고통을 겪지도 사람보다 더 적은 고통을 겪지도 않는다. 소통을 위해서는 이것을 기억해야 한다.

동물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려면 개와 고양이를 있는 그대로 봐야 하며, 보고 싶은 대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자신의 개, 고양이에게 신경을 쓰고,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부터 파악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무것도 미리 가정하지 않고 바로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이 개별적 동물과 관계를 맺고 그 동물에 대해 알아가기를 추천한다.

그들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공감하자. 이미 아는 지식을 그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활용하자. 달래에겐 통해도 억이에겐 통하지 않을 수 있고, 모모에게 옳다고 해서 막둥이에게 옳다는 보장이 없다.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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