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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디브의 옥빛 바다와 하얀 산호초...그 뒤의 슬픈 사실

입력
2022.06.14 05: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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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가 격주 화요일 <한국일보>에 찾아옵니다. ‘여행하는 과학쌤’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인 이은경 고양일고 교사가 쉽고 재미있게 전해드립니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산호초가 어우러진 몰디브의 리조트는 많은 이들의 로망이다. 게티이미지 뱅크

에메랄드빛 바다와 산호초가 어우러진 몰디브의 리조트는 많은 이들의 로망이다. 게티이미지 뱅크

오래전부터 가고 싶은 여행지 1순위는 몰디브였다. 수십 개의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몰디브에는 섬마다 다른 리조트가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최근 리조트 예약이 붐비고 있다고 한다. 몰디브의 리조트 사진에는 대부분 옥빛 바다가 담겨 있다. 모래색의 서해나 검푸른 동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빛깔이기 때문에 몰디브에서의 해수욕에 환상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완벽한 휴양지라고만 생각했던 몰디브에 대해 몰랐던 사실이 너무 많았다.

몰디브 주변의 주요한 수생 군계는 산호초다. 산호초란 산호에서 분비된 탄산칼슘 골격을 바탕으로 형성된 수중 생태계다. 산호는 촉수를 이용해 먹이를 먹는 자포동물로 산호초의 우점종인데, 따뜻하고 물의 투명도가 높은 바다에서 서식한다. 산호는 스스로 먹이를 구하기도 하지만 주로 광합성을 하는 조류와 공생 관계를 이루어 영양분을 얻는다. 산호 조직 내에 사는 단세포 조류에게 안정적인 서식처를 제공해주고 광합성 결과 생성된 유기물을 공급받는 것이다. 광합성 생물로부터 상당량의 유기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산호초에는 다양한 동물 종들이 군집을 이루고 있으며, 이는 열대우림의 생물 다양성에 버금간다고 한다.

산호는 단단한 기질에 부착해 살아가므로 섬의 가장자리를 따라 산호초가 생성된다. 시간이 지나 섬이 가라앉게 되면 섬과 산호초 사이에 바닷물이 들어와 해안 보초를 형성하게 되고, 최종적으로는 커다란 섬 없이 고리 모양의 산호초만 남은 환초가 형성된다. 몰디브의 많은 리조트들은 환초 근처에 지어져 있는데, 몰디브가 가라앉고 있다는 말은 이러한 산호초의 진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슬픈 사실은 섬이 가라앉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산호초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산호는 수중 환경에 매우 민감하다. 수온이 18도 이하로 떨어지거나 30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공생하고 있던 조류의 개체수가 감소하고 광합성 색소가 파괴된다. 산호는 유기물 섭취의 상당 부분을 조류에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이들과 상호작용하는 생태계 전체가 무너진다. 이때 색소 단백질의 밀도가 감소해 산호의 색이 하얗게 변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러니하게도 산호의 백화 현상이 일어난 바다의 색이 우리가 기대하는 몰디브의 모습이다. 따라서 옥빛 바다는 백화 현상이 진행되어 수중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뜻으로 산호초 특유의 생물 다양성을 관찰할 수 없다.

수중 환경에 민감한 산호. 에메랄드빛 바다는 백화 현상이 진행돼 수중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뜻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수중 환경에 민감한 산호. 에메랄드빛 바다는 백화 현상이 진행돼 수중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뜻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온도뿐만 아니라 산소 농도도 산호초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환경요인이다. 산호는 영양물질이 많이 유입되는 곳에서는 살지 못한다. 영양물질이 증가하면 플랑크톤이 다량 번식하고 그 사체를 분해하는 미생물이 어마어마하게 증식해 용존 산소량이 낮아진다. 산호가 건강하게 생장하기 위해서는 높은 산소 농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깨끗하고 투명한 바다에서만 산호초를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무수히 많은 관광객이 다녀가는 리조트 근처의 수온이 오르고 다량의 영양물질이 유입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개발된 지 오래된 섬 근처에서는 더 이상 산호초의 수중생물들을 기대할 수 없다. 그렇다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환초에 지어진 새로운 리조트에서 마냥 즐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생태계 속에서 즐거움만 누릴 것이 아니라 인간이 길게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실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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