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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K반도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만으론 안 된다"

입력
2022.06.10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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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 '포스트 삼전·하이닉스' 전략 요구
소·부·장 육성하고 전문 인력 양성 절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반도체업계는 전문인력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 대책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 4월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부설 나노종합기술원을 방문한 모습. 뉴스1 제공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반도체업계는 전문인력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 대책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 4월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부설 나노종합기술원을 방문한 모습. 뉴스1 제공


"삼성전자, SK하이닉스만으로는 안 됩니다. 반도체 강소기업을 키우고 전문 인력을 길러야 합니다."(반도체업계 관계자)

한국과 미국, 일본, 대만, 중국 등 반도체 패권국들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 전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업계는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①강소기업 육성'과 '②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을 강조했다.

1970년대 삼성전자가 반도체 산업에 첫발을 뗀 이래로 국내 반도체 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D램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43.6%, SK하이닉스 27.7% 등으로 국내 기업이 71.3%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를 빼고는 주목할 만한 반도체 기업을 찾기 힘들다보니 시스템 반도체와 반도체 설계(팹리스), 반도체 위탁생산 공정(파운드리),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분야는 경쟁국에 한참 밀리는 형편이다.


반도체업계는 기존 메모리반도체 중심에서 벗어나 시스템반도체와 팹리스, 파운드리, 반도체 소부장 분야까지 전방위적 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반도체업계는 기존 메모리반도체 중심에서 벗어나 시스템반도체와 팹리스, 파운드리, 반도체 소부장 분야까지 전방위적 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업계는 반도체산업 경쟁력 확보의 첫 번째 과제로 강소기업 육성을 꼽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시장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강소기업이 버팀목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는 2019년 일본이 수출규제를 통해 한국을 상대로 무역 보복에 나섰을 때부터 반도체 소부장 국산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동진쎄미켐(포토레지스트), 주성엔지니어링(화학기상증착 장비), 후성(불화수소), 경인양행(포토레지스트리용 고분자 소재) 등 국내 기업들이 자신들의 분야에서 국산화를 이뤘다. 다만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는 한국이 아직까지 후발주자"라며 "정부가 원천기술 확보부터 소부장 수출 전략까지 꾸준히 끌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반도체 소부장은 일부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아직까진 대부분 미국이나 일본에 기대는 처지"라며 "소부장 산업 추격의 토대를 겨우 마련한 만큼 장기적 투자와 관련 정책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도체업계 인력 부족 실태 및 반도체 분야 인재양성 현황. 한국일보

반도체업계 인력 부족 실태 및 반도체 분야 인재양성 현황. 한국일보


업계는 '반도체 전문인력 육성'도 바랐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반도체업계의 연간 부족 인력은 1,621명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전국 반도체 관련 15개 학과의 전체 정원은 419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수도권 대학 정원의 경우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지역균형 정책에 따라 그 수가 한정돼 있어 인원 확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 관련 부처 간 이견도 계속되고 있다.

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이 반도체 인력 양성을 언급하자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수도권 대학 규제'를 언급해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이외에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IT, 배터리업계의 '이공계 인재'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지방에 주요 공장을 둔 반도체업계의 인력 확보는 더욱 어려운 처지다.

이에 기업들은 반도체 인재 수급을 위해 궁여지책으로 기업과 대학이 계약을 맺고 특정 분야 인력을 양성하는 '계약학과'를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 계약학과'의 경우 반도체 관련 기업이 학생의 학자금 50% 가량을 부담하는 대신 정원 외로 인원을 뽑을 수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대학의 반도체 관련 계약학과는 약 15개가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 반도체 계약학과 졸업생도 70여 명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여 반도체 인력 부족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또 계약학과 자체가 정원 외 선발인 만큼 대대적인 인력 양성에는 한계가 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 인력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그나마 배출된 인재도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며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등을 풀어 충분한 인력을 배출해야 강소기업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분야에 인재가 적재적소에 배치돼야 우리가 열세인 시스템반도체, 팹리스, 파운드리 분야까지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반도체특별법(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에도 반도체업계가 요구해 온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완화 내용은 제외돼 인재육성 지원책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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