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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도용 수의계약, 보조금 받는 어린이집… 기초의원들의 일탈

입력
2022.03.24 13:00
수정
2022.09.26 14:57
N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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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겸직으로 발생한 이해충돌 ‘나 몰라라’
겸직 이해충돌 막으려 지방자치·계약법 불구
자정 노력 미미 "정당 차원 관리해야"… '과연'

현행 지방자치법과 지방계약법에선 기초의원의 겸직이 이해충돌 상황으로 번지지 않도록 다양한 통제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핵심은 겸직 사업장과 지자체 간 영리적 관련성을 차단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기초의원이 지자체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공공단체 장을 겸직할 수 없도록 했고, 일반 사업장을 겸직할 경우에도 지자체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기초의원들의 일탈은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일부 의원들은 법망을 피해 지자체가 발주한 계약을 따내거나, 정부가 겸직을 금지한 기관장을 오랜 기간 맡으면서도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른 회사 명의 도용해 지자체와 계약

경북 의성군의회 소속 김동준(61·국민의힘) 의원이 운영 중인 건설사가 간판만 붙은 채 비어 있다. 의성=이정원 기자

경북 의성군의회 소속 김동준(61·국민의힘) 의원이 운영 중인 건설사가 간판만 붙은 채 비어 있다. 의성=이정원 기자

경북 의성군의회 소속 3선 군의원인 김동준(61·국민의힘) 의원은 겸직 신고 없이 운영하던 건설사 문제로 지난해 법정에 섰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김 의원은 2017년 자신이 대표로 있던 건설사가 지방계약법상 의성군 발주 공사에 직접 참여할 수 없게 되자, 다른 건설사를 운영 중인 A씨 명의를 도용하기로 합의한 뒤 의성군 상하수도사업본부의 공사 계약을 따냈다.

수사기관에서 범행을 인정하던 A씨는 법정에서 돌연 진술을 번복했다. "김 의원에게 공사를 일괄 하도급했을 뿐 명의 도용이 아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김 의원에게 건설사 명의를 빌려준 시기와 방법까지 자세히 진술했다. 김 의원의 동료인 의성군의회 B의원 또한 본보에 "(범행이 적발된 후) A씨가 찾아와 '김 의원이 명의를 빌려 달라고 했는데 내가 덤터기를 쓰게 생겼다'며 하소연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대구지법 의성지원은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의원과 A씨에게 지난해 11월 각각 벌금 4,500만 원과 1,000만 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피고인들은 하도급계약서 등 계약의 본질적 사항과 관련된 내용을 제대로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은데도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늘어놓으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과 A씨는 법원 판결에도 "명의 도용이 아닌 일괄 하도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의원은 본보에 "전직 직원이었다가 나간 A씨와 계약서 없이 하도급 계약을 맺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1억 원도 되지 않는 공사인데 신고한 사람이 나쁘다"며 되레 고발인을 탓했다.

보조금 받는 어린이집... 대표 겸직 문제없다?

행정안전부는 2020년 발간한 지방의회 운영 가이드북에서 기초의원의 어린이집 대표 겸직은 금지된다고 명시했다.

행정안전부는 2020년 발간한 지방의회 운영 가이드북에서 기초의원의 어린이집 대표 겸직은 금지된다고 명시했다.

정부의 유권해석과 사법부 판단이 달라 혼선이 생긴 겸직도 있다. 행정안전부는 2018년 유권해석 이후 줄곧 "어린이집은 지자체 재정지원을 받는 공공단체이기에 기초의원이 대표를 겸직할 수 없다"고 밝혀 왔지만, 사법부 판단은 달랐다. 배영숙 전 부산진구 의원은 2019년 의회를 상대로 제기한 제명 처분 취소소송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법에서 규정한 '공공단체' 의미가 불명확하다"며 배 전 의원 손을 들어줬다.

어린이집 대표 겸직에 대한 판단은 이후 공백 상태로 남게 됐다. 인천 연수구의회 소속 유상균(52·국민의힘) 의원의 경우, 부산지법 판결을 근거로 임기 내내 어린이집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연수구의회 윤리위원회는 행안부 권고에 따라 2019년 유 의원 제명안을 상정했지만 부결됐다. 유 의원은 본보에 "동일한 내용으로 배 전 의원이 승소해 복권된 바 있고, 이해충돌 관련 법률 자문도 받았다"며 겸직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의원들 자질 문제, 당에서 관리해야"

행안부는 "어린이집 겸직에 대한 정부 입장은 줄곧 동일하며, 개정된 지방자치법에서 이를 더욱 명확히 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의원들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유 의원 제명안 부결 후 연수구의회에는 '어린이집 겸직 금지'를 포함하는 조례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명의 도용 혐의로 기소된 김 의원도 의성군의회 윤리위원회에서 출석 한 달 정지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이처럼 의회가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서고 법에도 구멍이 많다 보니 겸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훈 정치발전소장은 "겸직 문제는 선출직 공무원의 자질 문제와 직결되기에 법과 조례가 아닌 정치 규범의 영역"이라며 "정당에서 지역 정치에 관심을 갖고 좀더 철저히 관리하고 교육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 기초의원 2,978명의 겸직 현황 전수분석 결과를 직접 확인하세요 바로가기

https://interactive.hankookilbo.com/v/njob/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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