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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갖고 활동하니 색안경 벗고 팬 되주시더라"

입력
2022.03.26 10: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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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기초의원 무용론과 냉소 넘어서려면
서울 관악구의회 주무열 의원 인터뷰
구청 공무원들이 꼽은 '베스트 구의원'
주민 목소리 모아 지역 현안 해결 보람
"정치인은 욕망 통제해야... 겸직 안 돼"

주무열 서울 관악구 의원. 배우한 기자

주무열 서울 관악구 의원. 배우한 기자

702조4,041억 원.

2018년 임기를 시작한 전국 226개 기초의회 소속 시군구의원 2,978명이 의결한 4년치(2019~2022년) 예산 총액이다. 유권자 손으로 뽑은 기초의원 1명이 매년 평균 590억 원의 ‘동네 예산’을 심의한 셈이다. 예산 심의와 의결은 시민들 세금으로 보수를 받는 기초의원들의 가장 중요한 업무로 꼽힌다.

2020년부터 서울 관악구의회 행정재경위원장을 맡고 있는 주무열 의원(37·초선)은 주민들에게 위임받은 권력의 무게를 가볍게 여기면 안 된다고 매일 다짐하고 있다. 주 의원은 “정치인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자신의 모든 ‘욕망’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기초의원의 70% 정도가 겸직을 신고했거나 신고도 하지 않고 겸직 중인 현실에서, 그는 구의원 업무에만 열중하고 있다.

유권자를 대신해 관악구의 4년치 예산 3조1,530억 원의 심의·의결 과정에 참여해 온 그가 겸직을 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①의정활동만 집중하려 해도 하루 24시간이 부족했다. ②진정성을 갖고 일하다 보니 기초의원들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부정적 시선이 바뀌는 것을 체득했다. ③열심히 일해서 거둔 성과는 일을 더 잘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과는 새벽 6시부터 “입 주변 다 터진 적도”

주 의원의 하루는 주민들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전에는 각종 모임이 새벽부터 열렸다. “자율방범대와 주민자치회가 새벽 6시까지 마을에 버스를 대놓고 출발하면 만나러 갔다. 버스 타는 분들께 일일이 인사하고 마이크 들고 지역 현안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새벽 일정이 끝나면 의원 사무실로 돌아와 감사 업무를 한다. 구청에서 보고받은 문서들을 읽고 질의사항과 추가 자료요청을 준비한다. 깊이 파고들 현안은 전문가를 초청해 간담회와 토론회를 열기도 한다.

2018년 당선 직후 조직했던 청년 문화예술인과의 정례 회동도 빼놓을 수 없다. 의회에서 업무추진비가 지급되는 상임위원장이 되기 전이라서 사비로 비용을 충당했다. 주 의원이 지역문화단체 지원을 위해 2018년 9월 대표 발의하고 가결된 ‘관악구 생활문화진흥에 관한 조례’는 이런 노력의 결과였다.

그는 의정활동을 위해 하루 평균 40명 이상을 만난다. 회의는 최소 5개가 넘는다. “주민 30명 이상 모인 현안 간담회는 상시적으로 잡힌다. 회의 하나가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오전에 1개, 점심 미팅, 오후에 3개를 끝낸다. 저녁 약속까지 있으면 6개다. 연말연초 모임이 몰렸을 땐 피로가 누적돼 입술이 터졌는데도 꾹 참고 다닌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일한 만큼 기초의회 부정적 시선 줄어들어

주 의원은 소소한 현안이라도 주민들을 직접 만나 경청한다고 했다. 그가 제작한 의정활동 보고서엔 정의와 평등 같은 추상적 문구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신림동 쓰리룸, 청년청 설치 △둘레길 무단 공작물 철거 △인헌아파트 버스정류장 그늘막 설치 등 생활 밀착형 성과들이 담겼다. 그는 “경로당에서 나온 노인 분들이 버스를 기다리는 곳인데 그늘막이 없어 눈비를 고스란히 맞았다. 구청 공무원들과 논쟁 끝에 설치됐다. 그 정류장을 지나갈 때마다 앉아 보고 간다”고 말했다.

지난해 새로 만들어진 서울 관악구 인헌아파트 버스정류장에 그늘막이 설치돼 있다. 과거엔 연두색 표지판만 설치돼 있어 경로당 어르신들이 마을버스를 탈 때마다 불편을 겪었다고 한다. 윤현종 기자

지난해 새로 만들어진 서울 관악구 인헌아파트 버스정류장에 그늘막이 설치돼 있다. 과거엔 연두색 표지판만 설치돼 있어 경로당 어르신들이 마을버스를 탈 때마다 불편을 겪었다고 한다. 윤현종 기자

계속 경청하다 보니, 기초의회에 대한 주민들의 혐오 섞인 시선도 조금씩 바뀌었다. 주 의원은 “처음엔 색안경 끼고 보던 분들이 많았다. 지지하는 정당도 저와 달랐다. 그래도 같이 섞여 회의하고 해결책을 찾다 보니 나중엔 팬이 돼 주시더라”고 했다.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면 정말로 기초의회에 대한 혐오가 줄어드는지 묻자, 그는 "확실히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주 의원은 “정치인과 협업해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주민들 인식을 바꿔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 세금 받는 ‘노동’..노동력은 시민 위해 써야”

주 의원은 인터뷰 내내 ‘내 머릿속은 3등분 돼 있다’고 밝혔다. 지역 현안을 챙기는 대민 업무뿐 아니라 조례 발의 등 의회에서 성과를 내는 일, 그리고 소속 정당(더불어민주당) 일원으로서의 역할도 만만치 않다. “3가지 일을 같이 하다 보면 하루가 짧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주무열 서울 관악구의원이 2019년 4월 관내 지역주택조합의 불법행위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주민들과 집회하는 모습. 주무열 의원 제공

주무열 서울 관악구의원이 2019년 4월 관내 지역주택조합의 불법행위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주민들과 집회하는 모습. 주무열 의원 제공

그는 겸직 문제에 대한 생각도 확고했다. 주 의원은 의원 업무를 제대로 하면서 겸직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의원직은 시민 세금을 받으면서 하는 노동이기 때문에 그 노동력은 시민을 위해 써야 한다”며 "물리적으로도 겸직은 불가능하고, 도덕적으로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그가 4년 동안 한눈팔지 않고 구의원으로만 살아온 보상은 값졌다. 관악구청 공무원 노조에 속한 7급 이하 공무원들은 지난해 투표를 통해 주 의원을 ‘일 잘하는 베스트 구의원’으로 뽑았다. 구의회 의장이 추천하는 의정대상이나 ‘돈 주고받는 상'이 아니라, 의원의 업무 파트너인 구청 실무자가 직접 평가한 결과라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게 주 의원 생각이다.

그는 “다른 지역 기초의회에 ‘실무 공무원이 기초의원을 평가한다’고 얘기하면 의원님들이 많이 싫어합니다. 그래도 일 잘하는 기초의원을 가려낼 수 있는 이런 사례가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현종 기자
임세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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