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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품 줄여주는 '길 위의 윷놀이판' X횡단보도

입력
2022.02.05 11: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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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행인들이 대각선 횡단보도를 이용해 도로를 건너고 있다. 대각선 횡단보도는 사거리에서 길을 여러 차례 건너야 하는 불편을 덜어 준다. 서재훈 기자

지난달 28일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행인들이 대각선 횡단보도를 이용해 도로를 건너고 있다. 대각선 횡단보도는 사거리에서 길을 여러 차례 건너야 하는 불편을 덜어 준다. 서재훈 기자


수도권 한 신도시에 설치된 'ㅁ'자 횡단보도. 걸음이 느린 노인이 많은 지역이다 보니 대각선 횡단보도보다 'ㅁ'자 횡단보도가 더 안전하다.

수도권 한 신도시에 설치된 'ㅁ'자 횡단보도. 걸음이 느린 노인이 많은 지역이다 보니 대각선 횡단보도보다 'ㅁ'자 횡단보도가 더 안전하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정문 앞에 설치된 'X'자 횡단보도를 행인들이 걷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정문 앞에 설치된 'X'자 횡단보도를 행인들이 걷고 있다.


"아빠, 이 횡단보도는 꼭 윷놀이 판 같아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이 지난 주말, 도심의 한 횡단보도를 보고 건넨 말입니다. 얼룩말의 줄무늬처럼 하얀색 줄들이 ‘X’로 그어진 이 ‘대각선 횡단보도’가 아이의 눈에는 새롭게 다가왔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일자형 횡단보도 못지않게 대각선 횡단보도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서정섭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시설운영계장은 이와 관련해 "1984년 당시 보행자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던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성바오로 병원 교차로에 최초 도입되었고, 이후 차량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교통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 2017년부터 점차적으로 확대 설치됐다"라고 전했습니다.

이렇게 설치되기 시작한 ‘X자 횡단보도’로도 불리는 대각선 횡단보도는 일단, 보행자가 주변을 우회해서 길을 여러 차례 건너야 하는 불편함을 크게 줄였습니다. 이태원역, 신세계백화점 앞 교차로 등 보행량이 높고 쇼핑 및 관광 수요가 많은 곳에 설치한 대각선 횡단보도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대각선 횡단보도는 보행 거리를 단축해 어린이 보호구역 등 보행안전이 필수적인 곳에서도 안심하고 길을 건널 수 있다는 장점 또한 있습니다.

수도권 한 신도시에 'X'자와 'ㅁ'자 횡단보도가 동시에 설치되어 있다. 걸음이 느린 노인이 많은 지역이다 보니 대각선 횡단보도보다 'ㅁ'자 횡단보도가 더 안전하다.

수도권 한 신도시에 'X'자와 'ㅁ'자 횡단보도가 동시에 설치되어 있다. 걸음이 느린 노인이 많은 지역이다 보니 대각선 횡단보도보다 'ㅁ'자 횡단보도가 더 안전하다.


수도권 한 신도시에 'X'자와 'ㅁ'자 횡단보도가 동시에 설치되어 있다.

수도권 한 신도시에 'X'자와 'ㅁ'자 횡단보도가 동시에 설치되어 있다.


‘X’와 비슷한 이유로 설치된 ‘ㅁ’ 자 형태의 횡단보도도 있습니다. 압구정역 교차로, 서강대교 남단 등에 새롭게 설치된 이 횡단보도는 기존의 ‘ㄴ’ 또는 ‘ㄷ’ 자 형태의 횡단보도를 ‘ㅁ’ 자 형태로 추가 설치한 것입니다. 그 결과 보행자는 모든 방향에서 길을 건널 수 있게 됐습니다. 맞은편 버스정류장을 가기 위해 돌아가지 않아도 되고, 원하는 방향으로 직진할 수 있는 것이죠. 시는 유동인구와 통행량이 높은 지역에 우선적으로 올해 31개의 횡단보도를 추가 설치할 예정입니다.

취재하며 여러 곳의 대각선 횡단보도를 건너봤습니다. 두세 번 건너야 하는 발품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실제로 상당히 편리한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또, 이 횡단보도가 초등학교 앞에 설치되었다면 어린이들이 위험한 횡단보도를 한 번만 건널 수 있으니 안전성 역시 확보된 셈입니다.

수도권 한 신도시에 설치된 일자형 횡단보도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수도권 한 신도시에 설치된 일자형 횡단보도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그러나 보완해야 할 점들도 있습니다. 수도권의 한 시청에서 교통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우리 지역의 경우 고령의 노인들이 많다 보니 대각선 횡단보도가 때때로 위험을 초래하기도 한다”라고 전했습니다. 교통안전시설 심의로 인해 보행시간을 무한대로 줄 수 없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들에게는 오히려 대각선의 거리가 더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또 다른 지역의 공무원은 “특히 코로나19 이후 동선을 최소화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편의를 위해 설치해달라는 요구가 늘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삶의 질을 향상하려는 고민들이 이처럼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도로 위도 마찬가지입니다. 면밀한 수요 분석과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 이를 향한 관심이 누구나 안심할 수 있는 보행환경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봅니다.

수도권 한 신도시에 설치된 대각선 횡단보도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수도권 한 신도시에 설치된 대각선 횡단보도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서재훈 기자
한지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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