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도심 재건축 필요하지만, 주변 집값 들썩이지 않게 할 묘수가...

입력
2022.01.05 14:00
8면
0 0

[집값, 다음 대통령은 잡을 수 있나요]
<하>차기 대통령 앞 과제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지부진했던 재건축 사업이 20대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면서다.

시장에서는 두 후보 모두 임기 내 250만 가구 공급을 약속한 만큼 도심 대단지 재건축 카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진단한다. 가야 할 길은 정해진 셈이지만 어떻게 가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주변 집값 자극 최소화와 임대차시장 안정화, 부동산 자산 격차 해결 등 재건축 사업에 맞물린 과제는 산적했다.

초과이익 환수로 사업성 하락... 안전진단도 강화돼 추진 어려움

4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도심 재건축 사업이 크게 위축된 주된 이유로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 부활이 꼽힌다. 이 제도는 재건축 사업으로 조합원이 얻은 개발이익이 1인당 평균 3,000만 원을 넘으면 초과 금액의 최고 절반을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것이다. 2006년 시행 이후 주택시장 침체 등의 이유로 2013~2017년 유예됐다가 2018년 부활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주택 가격 상승기에 초과이익 환수제가 유예되지 않고 그대로 시행되면서 주민들의 사업 추진 동력이 꺾인 게 재건축 위축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이에 더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까지 강화되면서 사업 추진 자체가 물리적으로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2018년 정부는 평가 항목 중 '주거환경' 가중치를 40%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구조안전성'을 20%에서 50%로 대폭 높였다. 서울에서만 10만3,000가구 이상이 강화된 기준의 적용을 받는 것으로 추산됐다.

구조안전성은 건물의 구조적 노후화를 따지는 것으로 평가 항목 중 가장 충족하기 어려운 요소로 꼽힌다. 이 때문에 역대 정부는 재건축 사업의 속도를 조절할 때 이 항목 비중을 조정해 왔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50%까지 확대됐다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재건축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한 '9·1대책'으로 20%까지 내려간 바 있다.

개발 호재로 주변 집값 자극 우려 vs 도심 공급에 주민 주거 환경 문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 그래픽=김대훈 기자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 그래픽=김대훈 기자

정부가 구조안전성 비중을 높인 것은 '집값 자극 우려'와 무관하지 않다. 도심 대단지 아파트의 재건축 신호는 인근의 개발 호재 기대감으로 이어져 주변 주택 가격까지 들끓게 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내건 오세훈 후보가 당선되자 재건축 단지가 몰린 노원구(0.09%→0.17%), 송파구(0.1%→0.12%) 등의 아파트 가격 상승폭이 확대됐다. 당시 서울 아파트 시장은 정부의 '2·4대책' 발표 이후 오름폭이 둔화하는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 재건축 사업 활성화를 요구하는 이유는 도심에 더 이상 주택을 공급할 만한 땅이 부족해서다. 그간 수요억제책을 고집하던 문재인 정부도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공급 확대로 노선을 틀었지만, 정작 마땅한 땅이 없어 '서울 내 유휴부지 활용' 카드를 꺼냈다가 각 지방자치단체와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 노후화가 심화하면서 주민들 삶의 질이 현격히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13단지에 25년간 거주 중인 A씨는 "툭하면 아랫집으로 물이 새기 일쑤고 주차 문제도 심각해 날이 갈수록 주거 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다"며 "실거주를 목적으로 수십 년 살아온 집인데 주변 집값 우려 때문에 재건축을 막아두니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대선 후보들도 '재건축 활성화' 공약, 이주 수요 분산하는 보완책 필요

20대 대선에서 격돌하는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뉴스1

20대 대선에서 격돌하는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뉴스1

차기 대선 후보들도 이 같은 시장의 요구를 반영, 앞다퉈 재건축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고 있다.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약속한 윤석열 후보는 물론 이재명 후보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는 합리적 방향으로 재건축·재개발 규제도 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주변 주택시장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여러 사업장의 이주 수요가 겹치면 주변 매매·임차시장을 크게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별로 시차를 두고 추진해 이주 수요를 분산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송승현 대표는 "3기 신도시 공급이 활성화되는 등 주택가격 하방 압력이 있을 때 시행하면 주변 집값 상승이 덜할 것"이라면서 "이주 수요로 인한 인근 전월세시장 불안을 줄이기 위해 해당 지역 임차인과 임대인 간 상생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다원 기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