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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 정답 다 아는데, 15년간 왜 못 푸나

입력
2022.01.05 10: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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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다음 대통령은 잡을 수 있나요]
<하>차기 대통령 앞 과제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007년 12월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007년 12월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보유세는 적정 수준으로 높이고 거래세는 낮추는 게 저의 부동산 세제 원칙."(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종합부동산세·재산세(보유세)를 전면 재검토하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거래세) 중과세율 적용을 최대 2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겠다."(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식으로 부동산 세제가 개편돼야 한다."(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대선 후보들이 입 모아 외치는 부동산 세제의 원칙이다. 윤석열 후보는 보유세에 대해 조금 차이가 있지만 거래세 완화 방향은 대체로 동일하다.

역대 정권도 마찬가지였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한덕수 당시 경제부총리는 2006년 6월 한 인터뷰에서 "부동산 세제의 기본 방향은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라고 밝힌 바 있다. 이명박 정부도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를 원칙으로 내세웠고, 문재인 대통령도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크게 보면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추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답을 알면서도 역대 정부는 효과적인 정책으로 구현하지 못했고 논란은 15년간 이어졌다. 동시에 차기 대통령을 노리는 후보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부동산 세제의 대원칙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

강만수(왼쪽·당시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2009년 5월 27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며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강만수(왼쪽·당시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2009년 5월 27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며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부동산에 붙는 세금은 크게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와 양도소득세·취득세·등록세 등 거래세로 나뉜다. 보유세는 부동산을 소유한 대가, 거래세는 부동산을 사고팔 때 내야 하는 대가다.

거래가 활성화돼야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간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매도인이 불필요한 부동산을 신속하게 처분할 수 있도록, 매수인이 손쉽게 매입하는 데 도움을 주도록 세제가 설계돼야 한다.

여기서 보유세와 거래세의 성격이 갈린다. 거래세는 거래를 막는다. 취득세가 올라가면 구입하는 사람에게 부담을 주고, 양도세는 파는 사람에게 부담을 준다.

반대로 보유세는 거래를 촉진한다. 불필요한 부동산을 시장에 내놓도록 하는 것이다. 시장 원리에 부합하는 최적의 부동산 세제는 '보유세 강화·거래세 인하'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원칙이 제대로 작동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거래세 완화' 뒷전... 다주택자·단기 소유자 때려잡은 진보 정권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1월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1월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진보 정권은 거래세 완화보다 보유세 강화에 몰두했다. 참여정부는 2005년 대표적인 보유세인 종부세를 도입하면서 취·등록세를 기존 5%에서 3.5%로 낮췄다. 취득세는 2%로 유지하고 등록세를 3%에서 1.5%로 인하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출범 초부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다주택자에게 양도세를 중과했다. 2005년 발표한 8·31 부동산 종합대책을 통해 1가구 2주택자가 집을 팔 때에 양도소득세를 50%, 3주택 이상은 60%를 더 내도록 했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까지 끌어올리겠다며 보유세 강화에 중점을 뒀다. 하지만 몇 년 새 집값이 급등하면서 보유세가 예상보다 더 가파르게 솟구쳤는데 거래세를 올리는 '악수'까지 뒀다. 2020년 7월에는 투기를 막겠다며 보유기간 2년 미만의 주택을 파는 경우에도 양도소득세를 최대 70%까지 인상했다. 집을 팔려는 사람의 퇴로를 끊은 셈이다. 여기에 취득세도 2주택 이상은 1~3%에서 8~12%까지 올렸다.

"보유세, 거래세 가릴 것 없이 내리자" 보수 정권은 완화에만 초점

종합부동산세 추이. 그래픽=박구원 기자

종합부동산세 추이. 그래픽=박구원 기자

반대로 보수 정권은 시장주의를 우선하며 '보유세 완화'에 열을 올렸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9월 종부세 완화 조치를 통해 과세기준을 6억 원 이상에서 9억 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고 세대별 합산 대신 개인별 합산을 적용했다. 세율도 1~3%에서 0.5~1% 수준으로 대폭 낮추고, 고령자에게는 세금을 10∼30% 경감해줬다.

하지만 이후 10년간 부동산 양극화는 심화됐다.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09년 1만9,431명이었던 종부세 납부 주택 5채 이상 보유자는 2018년 5만9,397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종부세를 내는 1주택자는 89% 증가에 그쳤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6%로 미국(0.99%)과 영국(0.77%)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8개 회원국 평균인 0.54%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 정부 부동산 세정 역시 취지나 방향이 완전히 잘못된 건 아니다"라면서도 "현실을 외면한 배타적 일방성, 무리한 추진 속도, 전반적 균형감이나 조정능력 결여 등이 실패를 부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다주택자 과세 강화나 합리적 수준의 종부세 등을 아예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지만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상황에서 징벌적 거래세를 고집하고 공시가 현실화를 급가속한 게 문제"라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신뢰할 만한 공급책이 가동된다는 전제하에 보유세를 강화하더라도 거래세는 완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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