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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고마웠어요. '깡충'

입력
2022.01.0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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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어린 시절 문구점 사은품으로 팔리던 토끼를 기억하시나요? 반려동물 1500만 시대, 토끼도 누군가의 가족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토끼랑 산다'는 토끼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에 발송되고 있습니다. 포털 사이트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후 1시에 보실 수 있습니다. 귀여움이 가득한 국내 최초 '토끼' 뉴스레터를 소장하고 싶으시다면 구독해주세요. ▶ https://www.hankookilbo.com/NewsLetter/rabbit

토끼 TMI

토끼와 사는 행복

가족의 조건

1살 햇살이. 이순지 기자

1살 햇살이. 이순지 기자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지난주 뉴스레터에 한 독자님이 이름을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주셨어요. 이름을 부른다는 건 특별한 의미라고 문학 시간에 배웠는데요. 독자님 의견을 보고 있으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뉴스레터를 읽고 쓰고 공유하면서 어느새 랜선 독자님들과 친구가 되었구나.' 제가 '토끼'로 뉴스레터를 처음 쓸 때 아낌없이 응원을 보내는 분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분도 있었어요. 토끼가 무슨 얘기가 되겠냐는 의견이었죠. 그런데 저는 확신이 있었어요. 작고 귀여운 생명체가 주는 행복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었거든요. 뉴스레터를 보낸 후 독자님들에게 따뜻한 의견이 올 때마다 제 확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하고, 또 감사드려요. '아니, 오늘 이 기자가 참 감성적이네?'라는 생각 드시죠. '토끼랑 산다' 뉴스레터는 오늘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립니다. 호기심이 많은 저는 또 다른 도전을 준비 중이거든요. 2022년에는 새로운 콘텐츠로 더 많은 사람을 만나려고 계획 중이랍니다.

그래서 오늘 토끼 TMI는 기존 리스티클 형식이 아닌 긴 글로 풀어가려고 해요. 마지막 뉴스레터에 어떤 얘기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토끼를 키우는 행복에 대해서는 쉼 없이 얘기했었죠. 하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던 '토끼와 가족'에 대한 얘기를 해볼게요.

"토끼와 가족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아요. 제가 다른 사람의 인생을 평가할 수 없고 어떤 사람에게 토끼를 키우지 말라고 단정 지어서 말할 수는 없어요. 주제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이런 분들은 토끼를 키우는 것을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첫 번째, 토끼에게 시간을 내어줄 수 없는 사람. 토끼를 키우는 데는 돈만큼 시간도 많이 듭니다. 돈과 시간 중에 어떤 것이 더 필요했냐고 말한다면 저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돈이 아무리 많아도 그 돈을 토끼에게 쓰지 못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어요. 자신에게 쓰는 돈은 아깝지 않아도 토끼에게 쓰는 돈은 아까웠기 때문이죠. 그런데 시간은 정직하게 말을 하더라고요. 매일 아침, 저녁으로 토끼집을 청소하는 시간, 아플 때 병원 데려가는 시간 등등. 수많은 시간들이 토끼와 유대감을 만들고 가족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해준답니다.

두 번째, 인생의 변수가 많은 사람. 무슨 말인가 싶으시죠? 인생에는 여러 변수가 생깁니다. 우연찮게 생긴 변수가 아닌 스스로 변수를 만드는 사람을 말해요. 반려동물을 키우는데 안정적인 환경은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입양 심사 등을 할 때 환경을 보는 것도 같은 이유죠. 환경이 자주 변하는 사람들은 토끼를 키우는데 고민을 해야 해요. 실제로 유학을 이유로 토끼를 파양하는 경우도 있어요. 삶의 변화가 생겼을 때 토끼를 가장 먼저 놓아버리는 사람도 있죠.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만 스스로를 돌아보고 변수가 있는 삶을 살아왔는지 물어보는 것이 좋아요.

세 번째,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 반려동물 키우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입니다. 측은지심이라는 것이 있어야 해요. 무조건 희생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랍니다. 다만 토끼와는 사람처럼 대화로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공감 능력이 있어야 한답니다. 교감하는 동물이기 때문이죠. 이 교감이라는 것에 '따뜻함'을 더하면 더 나은 반려인이 될 수 있답니다.

유일하게 남은 랄라, 햇살 가족사진. 이순지 기자

유일하게 남은 랄라, 햇살 가족사진. 이순지 기자

토끼를 키우는 저는 걱정 많은 반려인이 되었어요. 세 가지 조건을 들이밀며 이런 사람이 반려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저도 그런 조건을 가지고 있었는지 자신 있게 대답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하나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했답니다.

토'pick

버려지고 남겨진 토끼들

유기동물 입양&실종동물 찾기 애플리케이션 포인핸드

유기동물 입양&실종동물 찾기 애플리케이션 포인핸드

최근 3개월간 보호소에 남겨진 토끼는 100마리 가까이 됩니다. 운이 좋게 가족을 만난 토끼들도 있지만, 세상을 떠난 토끼들도 있어요. 한 번에 6마리가 공원에 버려지기도 했죠. 이 토끼들에게는 어떤 죄가 있을까요? 아무런 죄도 없죠. 토끼들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눈빛을 하고 있어요. 버려지는 순간에도 죽음이 찾아오는 순간에도.

토끼가 많이 버려지는 이유는 쉽게 살 수 있어서입니다. 토끼와 함께 햄스터도 많이 버려지고 있어요. 이 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청계천 주변 상가, 마트에서 아무렇지 않게 돈만 내면 살 수 있다는 것이죠. 장난감 사듯 쉽게 판매되는 동물들은 버려짐도 쉬워요. 얼마 전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올라온 적이 있어요. "아들이 좋아해서 사줬는데, 이제 싫증이 난다고 하네요. 어디서 다른 동물을 사 오면 될까요?" 함께 올린 사진에는 귀여운 앵무새 한 마리가 있었어요. 햇살이를 데려온 공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아무런 고민 없이 개체를 늘렸어요. 배봉산 공원도요. 지옥이 된 토끼섬도 그렇죠. 사람에게 볼거리만 된다면 토끼를 데려오는데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어요. 그렇게 볼거리가 된 토끼들은 아파서 죽고, 제대로 먹지 못해 죽었어요. 구조된 토끼들도 있지만, 운이 좋았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어요. 대부분은 토끼별 여행을 떠났으니깐요.

사람이 먼저지, 토끼가 먼저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어요. 저는 누가 먼저라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한 생명을 보는 측은지심. 생명을 생명으로 보는 시선을 가지고 있다면 토끼가 버려지는 일은 없지 않을까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버려진 토끼들을 위해 보호소를 만들고 봉사 하고 있어요. 2022년에는 버려지고 남겨진 토끼들이 없기를 소망합니다.

이번 주 햇살이는요

이순지 기자

이순지 기자

(전지적 햇살이 시점) 햇살이는요. 여전해요. 여전하다니? 네. 열심히 먹고 열심히 잠을 자요. 겨울은 토끼에게 그런 계절인가 봐요. 끊임없이 잠이 오는 계절?>_< 12월은 어쩐지 들뜨는 한 달이었어요. 크리스마스도 준비하고 가족들과 파티도 자주 했답니다. 2022년에는 어떤 날들이 펼쳐질지 궁금해요. 햇살이에게 소원이 있다면, 모두 아프지 않고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2022년에는 더 밝은 얼굴로 만나요. 약속! 손가락 걸고 도장 찍고 복사~~

2021년을 함께한 랜선 친구들

이순지 기자

이순지 기자

38번의 토끼레터를 보내면서 만난 토끼 친구들입니다. 각자 생김새도 다르고 성격도 달라 보이죠? 이 토끼 친구들은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성장하고 있답니다. 마지막에는 저희 집 토끼 햇살이도 넣어봤답니다. 랜선 친구들은 인스타그램, 유튜브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어요. 그동안 보내드렸던 뉴스레터들을 살펴보시면 주소를 찾을 수 있답니다. 랜선 친구들을 소개하면서 함께 전해드린 소식도 있어요. 유기 동물 입양 코너였답니다. 한 독자님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던 코너였어요. 유기 동물 입양을 홍보하면 좋겠다는 의견이었죠. 그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서 실제로 입양을 간 친구들도 있답니다. 독자님들이 보내주신 응원에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토끼를 사랑하는 독자님들에게

뉴스레터를 마치며

불쑥 이별을 전하는 저에게 아쉽다는 말과 함께 다음에 또 만나자는 따뜻한 인사를 건넬 것이 뻔한 우리 독자님들. 토끼랑 산다는 저에게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코너 제목입니다. 어디서부터 청춘이 시작되었냐고 물어보면 저는 항상 토끼를 만난 순간부터였다고 대답해요. 취업을 못해 방구석에서 24시간을 뒹굴뒹굴했던 순간에도 옆에 토끼가 있었어요. 용기를 내 직업을 찾고 사랑을 만나던 순간에도 토끼가 있었죠. 가족들에게 자랑스러운 딸, 누나가 되던 순간에도 토끼가 '깡충'하고 뛰고 있었어요.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을 토끼 때문에 알게 되었어요.

이 행복을 나누고 싶었어요. 제가 토끼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랍니다. 뉴스레터에서 유독 '행복', '따뜻함'이라는 말을 많이 썼어요. 제 글을 읽는 동안에는 조금이라도 독자님들이 웃을 수 있기를 희망했거든요. 인생을 아직 많이 살아보진 않았지만 살아보니 작은 곳에서 감사함을 느껴야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뉴스레터를 쓰면서 이 사소한 진리들을 배워나갔습니다. 생각만 하던 것들이 글로 표현되는 순간이었죠. 저는 꿈이 하나였어요. 평범해지는 것. 평범하게 살고 싶었어요. 따뜻한 집에서 원하는 음식을 먹고 가족들이 웃음이 넘치는 곳. 2022년. 저는 조금 평범해진 것 같아요. 제 가족의 범주에는 독자님들도 자리한답니다. 한해 동안 넘치도록 주신 응원들이 쌓여 제 마음에 사랑으로 쌓였거든요. 이 따뜻한 마음들을 모아 내년에는 더 행복한 토끼 반려인으로 돌아오려고 합니다. 뉴스레터는 여기서 문을 닫지만, 햇살이와의 얘기는 끝나지 않았답니다. 욕심이 많은 저는 더 좋은 토끼 콘텐츠를 들고 찾아올게요. 독자님들. 감사했습니다. 내년에도 '빙키'한 한해 보내세요. 깡충.


몽마르뜨 공원에서 만났던 토끼. 이순지 기자

몽마르뜨 공원에서 만났던 토끼. 이순지 기자

※본 뉴스레터는 2021년 12월 30일 발송됐습니다. '토끼랑 산다' 뉴스레터는 이번 주를 끝으로 마무리됩니다. 토끼에 대한 더 많은 얘기 햇살이의 일상이 계속 보고 싶으시다면 인스타그램 @ralra_rabbit 계정을 방문해 주세요. 소소한 일상이 업로드되고 있어요.


이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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