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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띠지 바뀌었지만... 정부는 느리고 기업은 소극적이다

입력
2021.12.29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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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점 보도 8개 품목 다시 찾아 변화 살펴보니
일부 개선에도 불구, 변화 눈감은 기업들 많아
정부도 규제 느려, 내년에나 포장규칙 개정 예정

[쓰레기를 사지 않을 권리] <26·끝>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


전체를 비닐로 감싸는 묶음포장 대신 띠지(밴드)를 쓴 농심 '생생우동'과 플라스틱 대신 종이 트레이를 쓴 롯데제과의 '카스타드'. 한국일보의 지적 후에 포장이 바뀐 상품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포장 개선에 소극적이다. 김현종 기자·현유리PD

전체를 비닐로 감싸는 묶음포장 대신 띠지(밴드)를 쓴 농심 '생생우동'과 플라스틱 대신 종이 트레이를 쓴 롯데제과의 '카스타드'. 한국일보의 지적 후에 포장이 바뀐 상품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포장 개선에 소극적이다. 김현종 기자·현유리PD

'기후위기와 과도한 쓰레기 배출의 책임은 소비자보다 정부와 기업에 있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한국일보 기후대응팀은 1년간 25회에 걸쳐, 두께가 3㎝에 이르는 화장품 용기, 오히려 재활용을 방해하는 절취선 라벨, 분리배출 통로가 없는 코팅종이, 눈가리고 아웅식의 PVC랩 규제 등 여러 문제를 다뤘다.

마지막 회에서는 그동안 보도했던 품목 중 8개를 골라 변화 여부를 다시 점검해봤다. 일부 기업들이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정부가 직접 규제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변화는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화장품 과대포장 여전, '재활용 어려움' 표시만 추가

화장품 용기를 해부해봤던 첫 보도에서 네이처리퍼블릭의 '진생 로얄 실크 워터리크림’은 무려 세 겹의 플라스틱 용기를 쓰고 있었다. 용기의 두께는 2.9㎝, 무게는 전체의 83.5%를 차지하는 심각한 과대포장 제품이었다.


첫 보도 당시 네이처리퍼블릭의 '진생 로얄 실크 워터리크림'을 반으로 잘라본 결과 무려 세 겹에 달하는 플라스틱 덩어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왼쪽). 보도 이후 약 1년이 지났지만, 해당 제품의 용기는 바뀌지 않고 그대로다(오른쪽). 배우한 기자·현유리 PD

첫 보도 당시 네이처리퍼블릭의 '진생 로얄 실크 워터리크림'을 반으로 잘라본 결과 무려 세 겹에 달하는 플라스틱 덩어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왼쪽). 보도 이후 약 1년이 지났지만, 해당 제품의 용기는 바뀌지 않고 그대로다(오른쪽). 배우한 기자·현유리 PD

해당 제품에는 변화가 있었을까. 약 1년 후 다시 매장을 찾아 확인한 결과,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취재 당시와 마찬가지로 돌덩이처럼 무거웠고, 플라스틱임에도 유리인 척하는 겉모습도 그대로다.

다른 제품은 어떨까. 두 겹의 플라스틱에 담긴 한율의 '달빛유자수면팩'도 기존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에는 브랜드 이미지가 여전히 환경이라는 가치를 앞서고 있는 것이다.


21일 서울의 한 화장품 매장에 진열된 제품에 '재활용 어려움' 표시가 보인다. 신혜정 기자

21일 서울의 한 화장품 매장에 진열된 제품에 '재활용 어려움' 표시가 보인다. 신혜정 기자

그나마 화장품 매장에는 ‘재활용 어려움’ 표시를 한 용기들이 등장하고 있다. 2022년부터 화장품 용기에도 ‘포장재 재질ㆍ구조 등급 표시’ 제도가 적용되면서 미리 표시를 한 상품이 등장한 것이다.

당초 환경부는 용기 회수를 전제로 화장품 회사에 등급 표시의무를 면제했지만 비판이 계속되자 지난 3월 제도를 개선했다. 다음 달부터 소비자들은 재활용이 어려운 모든 용기에서 등급 표시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플라스틱 트레이, 퇴출 움직임

지난 1월 연세대 미래캠퍼스에서 패키징학과 연구실 연구원들이 낙하 실험(사진 왼쪽)과 제품 재포장(오른쪽)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지난 1월 연세대 미래캠퍼스에서 패키징학과 연구실 연구원들이 낙하 실험(사진 왼쪽)과 제품 재포장(오른쪽)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지난 1월 기후대응팀은 해태제과의 '홈런볼', 롯데제과의 '카스타드' '엄마손파이', 농심 '생생우동', 동원F&B의 '양반 들기름김'을 대상으로 낙하 실험을 진행했다. ‘제품 보호를 목적으로 플라스틱 트레이를 쓴다’던 업체 설명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실험은 식품에서 트레이를 제거한 뒤 제품당 150㎝ 높이에서 12회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트레이가 제품 보호를 위해 필수라는 업계 주장과 달리, 대부분의 제품에서 트레이와 파손 사이 상관관계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여러 업체들이 트레이를 제거하거나 대체 소재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제과의 '카스타드' 트레이가 종이 소재로 바뀌었다. 그러나 낙하실험에서 전혀 파손되지 않았던 '카스타드'에 여전히 일회용 종이 트레이를 쓰는 것은 아쉽다. 현유리 PD

롯데제과의 '카스타드' 트레이가 종이 소재로 바뀌었다. 그러나 낙하실험에서 전혀 파손되지 않았던 '카스타드'에 여전히 일회용 종이 트레이를 쓰는 것은 아쉽다. 현유리 PD

롯데제과는 지난달 ‘카스타드’와 ‘엄마손파이’의 트레이를 종이 소재로 대체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트레이 소재를 바꾼 후에도 소비자나 유통ㆍ판매 업체에서 ‘제품이 파손됐다’는 항의는 없었다”며 “판매량 변화도 없었고 기업 이미지가 좋아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고 말했다.

또 칸쵸ㆍ씨리얼 컵 제품의 플라스틱 컵을 종이로 대체하고, 기타 아이스크림류의 플라스틱 용기 중량을 약 10% 줄였다. 연간 약 700톤의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해태제과는 내년 9월 가동 예정인 충남 아산 공장에서 홈런볼을 플라스틱 트레이 없이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종이나 생분해 플라스틱 등 다른 소재 트레이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종이 트레이도 일회용인 만큼, 아예 트레이 자체를 없애는 방안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

농심은 생생우동의 플라스틱 트레이 제거를 최우선으로 제품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동원F&B는 '양반 들기름김'의 '에코패키지'에 한해 트레이 없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 CJ제일제당 등 다른 조미김 업체들도 일부 플라스틱 트레이를 제거한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전 제품에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간편조리식품의 플라스틱 트레이를 다뤘다. 풀무원ㆍCJ제일제당ㆍ오뚜기에서 출시한 냉장면과 떡볶이 제품이 대상이었다. 지난 9월 업체들이 내년 중으로 트레이를 제거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변화는 없다.

라면 포장, 생생우동 '띠지'로 대체

지난 3월 기후대응팀이 라면 포장용 띠지를 제작해 사용 편의성을 평가하고 있다(왼쪽 사진). 농심은 지난 7월 '생생우동'에 한해 띠지 묶음 제품을 내놨다. 한국일보 자료사진·현유리PD

지난 3월 기후대응팀이 라면 포장용 띠지를 제작해 사용 편의성을 평가하고 있다(왼쪽 사진). 농심은 지난 7월 '생생우동'에 한해 띠지 묶음 제품을 내놨다. 한국일보 자료사진·현유리PD

지난 3월 기후대응팀은 라면 묶음 포장용 띠지를 제작해 사용 편의성을 실험했다. 연세대 원주산학협력단의 연구 보고서를 참고했다. 제품의 재포장 문제를 다룬 보고서에는 라면 묶음 포장을 지적하며 ‘전체를 플라스틱 필름(비닐)으로 덮는 대신 띠지 등을 활용하라’고 권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 권고를 받아들인 라면 업체는 없었고, 환경부도 관련 정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기후대응팀이 띠지를 제작해 라면을 묶어봤다. 기존 묶음 포장보다 폐기물이 약 5분의 1수준으로 줄었고, 사용 면에서도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대부분 업체들이 공정상 어려움과 위생 우려를 이유로 불가 의사를 밝혔다.

이후 농심이 화답했다. 지난 7월 생생우동 4개 묶음 포장을 띠지(밴드)로 바꿨다. 매년 약 10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감축될 예정이다.

농심 관계자는 “적용 초기 단계여서 띠지가 뜯어지는 상황이 다수 발생했다”며 “띠지 자동화 설비를 개발 중이며 내년 상반기 내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달 업계, 다회용기 사용 시도

10개의 음식을 직접 주문해 배달쓰레기 문제를 조명했던 4회에서 배달주문 1회당(2인분 기준) 사용된 일회용품은 평균 9.7개. 이 중 플라스틱은 평균 6.2개였다. 지난해 8월 한 달 주요 배달앱 서비스 결제자가 약 1,600만 명이니 한 달에 약 9,920만 개의 플라스틱이 버려진 셈이다.

코로나19가 잦아들지 않으면서 배달 산업은 전례없이 성장 중이다. 지난달 3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6조9,908억 원. 지난해 3분기(4조6,588억 원)보다 50.1%나 증가했다.

대형 배달 플랫폼에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적용하지 않는 제도적 허점을 지적했지만, 정부는 여전히 개선하지 않고 있다. EPR은 일회용품 생산자 및 판매자에게만 재활용 부담금을 부과하고 유통업체에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


배달플랫폼 요기요와 서울시는 지난 10월부터 다음 달까지 강남구 일대에서 다회용기 배달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요기요 제공

배달플랫폼 요기요와 서울시는 지난 10월부터 다음 달까지 강남구 일대에서 다회용기 배달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요기요 제공

일부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다. 경기도의 공공배달플랫폼 ‘배달특급’은 7월부터 동탄신도시 내 일부 가맹점과 함께 다회용기 배달 사업을 하고 있다. 배달플랫폼 요기요는 10월부터 다음 달까지 서울시와 함께 강남구 일대 음식점 약 100곳과 다회용기 배달 사업을 진행한다. 다 먹은 용기는 소비자가 반납 신청을 하면 수거해 세척하는 방식. 이들의 실험이 장기적인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종이팩·멸균팩 분리배출 시작...다른 코팅종이는?

비닐로 코팅된 종이도 재활용이 가능하다. 기후대응팀이 지난 4월, 코팅종이 용기 10개를 들고 직접 제지업체 및 재활용업체에 확인한 결과다. 종이컵은 물론 우유팩도 화장지 등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코팅종이는 일반쓰레기로 버리도록 안내하고 있고, 재활용률은 2019년 기준 15.8%에 불과하다. 당시 만난 전문가들은 “코팅종이도 페트병처럼 따로 분리배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1일 서울광장에서 전국 제로웨이스트가게 연대 모임 '도모도모'와 서울환경연합 회원들이 종이팩 재활용 체계 마련을 촉구하는 '메리 종이팩 크리스마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1일 서울광장에서 전국 제로웨이스트가게 연대 모임 '도모도모'와 서울환경연합 회원들이 종이팩 재활용 체계 마련을 촉구하는 '메리 종이팩 크리스마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기사가 나가고 8개월 뒤, 환경부가 움직였다. ‘종이팩 분리배출 시범사업’을 공표하고 지난 6일부터 경기 남양주·부천·화성시와 세종시 등의 66개 아파트 단지에 전용 수거함을 설치하고 있다. 우유팩 등 종이팩뿐 아니라, 멸균팩까지도 따로 모으는 방식이다. 다른 지역의 주민도 세척한 종이팩ㆍ멸균팩을 모아 매일유업, 서울우유 등 제조기업 등에 보내면 된다.


이달 초 경기 화성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 종이팩과 멸균팩 분리배출함이 놓여 있다. 이 시설은 환경부의 '종이팩 분리배출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설치됐다. 환경부 제공

이달 초 경기 화성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 종이팩과 멸균팩 분리배출함이 놓여 있다. 이 시설은 환경부의 '종이팩 분리배출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설치됐다. 환경부 제공

“종이팩류는 따로 수거하기엔 양이 많지가 않고 자원가치가 상대적으로 낮다”며 미온적 태도를 보였던 정부가 분리배출 시범사업에 나선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종이컵 등 다른 코팅종이까지 포함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종이컵은 흰색이라 재활용에 용이하다.

심지어 국물 색이 남아 있는 종이 라면용기도 색깔과 무관한 골판지로 재생할 수 있다. 이들 제품에 대한 재활용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숙취해소제 '이중뚜껑'엔 변화 없어

숙취해소제의 이중뚜껑 문제를 다룬 후 6개월 뒤, 편의점을 방문해 해당 제품들을 확인했지만 이중뚜껑을 씌운 화려한 포장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중뚜껑은 여러모로 골칫덩이다. 재활용을 하려면 재질별로 분리배출을 해야 하는데, 서로 다른 두 재질이 접착제로 붙어 있어 떼내는 것부터 불가능하다. 이중뚜껑에 사용된 플라스틱은 대부분 물질재활용이 가능한 폴리에틸렌(PE) 재질임에도 결국 일반쓰레기로 버려져 소각ㆍ매립하게 된다.

이렇게 버려진 양은 최소 3,400톤 정도로 추정된다. 디자인 때문에 불필요한 플라스틱이 사용되고 버려지는 것이다.


숙취해소제 '모닝케어'의 이중뚜껑은 병의 절반을 뒤덮을 정도로 크다. 이중뚜껑에 쓰인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어렵지만 이와 같은 디자인에는 변화가 없다. 한진탁 인턴기자·신혜정 기자

숙취해소제 '모닝케어'의 이중뚜껑은 병의 절반을 뒤덮을 정도로 크다. 이중뚜껑에 쓰인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어렵지만 이와 같은 디자인에는 변화가 없다. 한진탁 인턴기자·신혜정 기자

이중뚜껑은 ‘재활용 어려움’ 표시 대상으로 EPR 분담금을 20% 더 낸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이 같은 플라스틱을 가급적 덜 쓰는 것이다.

장난감, "포장 최소화 노력"한다더니

서울의 한 대형마트 완구 판매대에 어린이 장난감이 진열돼 있다. 장난감 실제 부피에 비해 터무니없이 큰 포장재를 사용하지만 각종 꼼수 덕에 제재를 면한다. 김현종 기자

서울의 한 대형마트 완구 판매대에 어린이 장난감이 진열돼 있다. 장난감 실제 부피에 비해 터무니없이 큰 포장재를 사용하지만 각종 꼼수 덕에 제재를 면한다. 김현종 기자

어린이 장난감 업계도 사실상 변화가 없었다. 일부 신제품 포장재에 플라스틱을 종이로 대체한 업체도 있지만, 그 종류가 한정적이다.

지난 4월 기후대응팀은 영실업ㆍ손오공(초이락컨텐츠컴퍼니)ㆍ오로라월드 등 대표 완구3사 제품의 포장재를 점검해봤다. 실제 제품에 비해 포장의 크기가 터무니없이 컸지만, 각종 이유로 정부 규제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포장재가 제품보다 15배가량 큰 제품도 있었다. 당시 과대 포장을 지적하는 질의에 영실업과 초이락컨텐츠컴퍼니는 “포장재 사용을 최소화하도록 연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기업들이 정말 노력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앞서 지적됐던 제품들도 포장 변화 없이 유통되고 있다. 지난 8개월 사이 출시된 신제품에 변화가 있었는지 묻자 영실업은 "올해 하반기 신제품을 출시하며 장난감 박스에 내부가 보이도록 플라스틱 필름을 붙이던 것을 없앴다"고 했다. 초이락컨텐츠컴퍼니와 오로라월드는 답하지 않았다.

'빵 칼' 지급 방식, 변화 시작

서울의 한 파리바게뜨 직영점에 "케이크 칼을 요청하는 고객에게만 제공한다"는 안내 팻말이 붙어 있다. 파리바게뜨 제공

서울의 한 파리바게뜨 직영점에 "케이크 칼을 요청하는 고객에게만 제공한다"는 안내 팻말이 붙어 있다. 파리바게뜨 제공

지난달 소비자들은 ‘빵 칼 반납 운동'을 벌이고, 안 쓰는 일회용 칼들을 모아 “필요할 때만 칼을 제공해달라”며 파리바게뜨 본사로 택배를 보냈다. 케이크를 판매할 때 소비자에게 칼이 필요한지 확인한 후 지급하도록 판매 방식을 바꿔달라는 요구다. 현재는 별다른 안내 없이 일회용 칼을 일괄 지급하고 있다.

기후대응팀은 파리바게뜨ㆍ뚜레쥬르ㆍ투썸플레이스ㆍ스타벅스에 일회용 칼 지급 방식을 바꿀 의향이 있는지 물었고,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가 화답했다.

파리바게뜨는 27일부터 빵 칼 제공 방식을 바꿨다. 직영점에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기 위해 요청하는 고객에게만 케이크 칼을 제공해드립니다"는 안내 문구를 설치하고, 케이크 주문 고객에게도 "칼이 필요하시느냐"고 묻도록 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환경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에서 긍정적 반응이 나왔다"며 "플라스틱 감소가 중요한 사회적 문제인 만큼 고객·점주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하겠다"고 했다.

뚜레주르는 아직 적용하지 않고 있다. 뚜레쥬르 관계자는 “본사의 지침이 점포에까지 확대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판매 방식 변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환경부, 포장 관련 규칙 내년 개정

많은 과대포장 문제들이 정부의 엉성한 규제 때문에 발생한다. 화장품, 장난감, 이중뚜껑 등은 심각한 과대포장 상태지만, 정부의 규정을 지키고 있다.

환경부는 포장공간비율과 측정방법을 규칙으로 정해놓고 있는데, 이 고시 개정이 시급하다. 기후대응팀은 첫 회부터 이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나 아직 변화는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제품 특성상 포장재가 일정 두께 이상이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생활재별로 플라스틱 포장재의 두께·무게 기준을 마련하는 연구용역이 내년 상반기 중 마무리될 예정"이라며 "내년까지 개정안을 마련해 환경부 시행령(포장규칙)에 반영할 것"이라고 했다.

신혜정 기자
김현종 기자
현유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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