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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쌓아 올린 20층짜리 빌딩, 이산화탄소 9000톤 머금다

입력
2021.10.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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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대응 건축, 스웨덴 '사라 문화센터']
세계서 두 번째로 높은 목조 빌딩 지난달 완공
스웨덴 북부 목재 사용, 첨단 기술 동원해 건설
강도·단열 보완... 철근콘크리트 건물보다 우수
건물 유지 위해 태양광 등 재생 에너지 설비도
탄소배출 절감... '탄소 네거티브 빌딩' 등록까지

편집자주

떠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여행이 있습니다. 세계 건축을 통해 각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살펴봅니다.

스웨덴 북부 베스테르보텐주의 셸레프테오에 지난달 높이 80m의 20층짜리 목조 빌딩 '사라 문화센터'가 들어섰다. 화이트 아키텍츠 홈페이지(White Arkitekter·Åke E:son Lindman) 캡처

스웨덴 북부 베스테르보텐주의 셸레프테오에 지난달 높이 80m의 20층짜리 목조 빌딩 '사라 문화센터'가 들어섰다. 화이트 아키텍츠 홈페이지(White Arkitekter·Åke E:son Lindman) 캡처

스웨덴 북부 인구 7만여 명의 작은 도시 셸레프테오시가 최근 고층 목조 빌딩 대열에 새롭게 합류했다. 지난달 시내 중심가에 들어선 ‘사라 문화센터(Sara kulturhus centre)’는 높이 80m의 20층짜리 목조 빌딩이다. 이 지역 출신 소설가 사라 리드만(1923~2004)의 이름을 딴 센터는 2019년 3월 완공된 높이 85.4m의 노르웨이 브루문달 소재 ‘미에스토르네’ 호텔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목조 빌딩이다.

세계 2위 높이의 목조 빌딩, '사라 문화센터'

2만7,867㎡(약 8,430평) 규모의 센터는 서로 다른 크기의 박스형 건물이 차곡차곡 쌓여 있고, 중앙에 20층짜리 건물이 등대처럼 삐죽 솟아 있다. 저층에는 박물관, 도서관, 갤러리, 공연장, 카페 등 각종 문화시설이 있고, 고층엔 200여 개의 객실이 있는 호텔이다.

센터는 바닥에서 지붕까지 모두 나무로 만들어진 구조다. 셸레프테오시 반경 60㎞ 이내의 소나무와 가문비나무를 사용했다. 인근에는 면적 48만㏊의 가문비나무 숲이 있다. 센터를 설계한 화이트 아키텍츠(White Arkitekter) 건축사무소의 오스카 노렐리우스 건축가는 “주변이 온통 숲이어서 구하기 쉬운 재료이기도 했지만, 철근콘크리트 건축에 밀려 사라져 가는 목조 건축을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부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스웨덴 북부 셸레프테오에 들어선 높이 80m의 20층짜리 목조 빌딩 '사라 문화센터'. 화이트 아키텍츠 홈페이지(White Arkitekter·Åke E:son Lindman) 캡처

스웨덴 북부 셸레프테오에 들어선 높이 80m의 20층짜리 목조 빌딩 '사라 문화센터'. 화이트 아키텍츠 홈페이지(White Arkitekter·Åke E:son Lindman) 캡처

첨단 기술은 목조 건물의 높이를 끌어올렸다. 센터는 특수 목재인 ‘구조용 집성재(GLT·Glue-laminated timber)’를 사용해 건물 하중을 지지하는 기둥과 보를 만들었다. 이 목재는 여러 층의 나무를 한 방향으로 쌓은 뒤 압축시켜 강도를 높인 일종의 고강도 합판과 같다. 동일한 무게의 강철보다 강도가 높다. 건물의 벽과 바닥은 ‘구조용 면재료(CLT·Cross-laminated timber)’를 썼다. 나무를 서로 교차시켜 쌓은 뒤 압축한 것으로 강도가 철근의 2배, 콘크리트의 9배에 달한다.

고층에 위치한 호텔 객실은 미리 조립해 블록을 쌓듯 층층이 얹는 방식으로 완성됐다. 목조를 그대로 노출시킨 센터는 이중유리로 감싸여 있다. 두 겹의 유리 사이로 공기를 순환시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다. 완공된 센터의 내구 연한은 100년으로 예상됐다. 노렐리우스 건축가는 “하중을 견디기 어려워 높고 크게 짓지 못하고, 화재에 취약하다는 목조 건축의 한계를 최근에는 첨단 기술 공법으로 많이 극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스웨덴 셸레프테오의 '사라 문화센터' 내부 모습. 건물 구조물로 쓰인 목재가 내부 곳곳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화이트 아키텍츠 홈페이지(White Arkitekter·Patrick Degerman) 캡처

스웨덴 셸레프테오의 '사라 문화센터' 내부 모습. 건물 구조물로 쓰인 목재가 내부 곳곳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화이트 아키텍츠 홈페이지(White Arkitekter·Patrick Degerman) 캡처


스웨덴 셸레프테오의 목조 빌딩 '사라 문화센터' 내부 공연장은 마치 숲속 공연장을 연상시킨다. 화이트 아키텍츠 홈페이지(White Arkitekter·Åke E:son Lindman) 캡처

스웨덴 셸레프테오의 목조 빌딩 '사라 문화센터' 내부 공연장은 마치 숲속 공연장을 연상시킨다. 화이트 아키텍츠 홈페이지(White Arkitekter·Åke E:son Lindman) 캡처

강도와 단열이라는 단점을 보완한 센터는 목조 특유의 장점을 부각하고 있다. 별도 내장재 없이 노출된 나무 벽과 바닥과 천장 등은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1층 중앙 1,200여 명을 수용하는 대형 홀에는 나무 계단이 마련돼 있다. 목재로 둘러싸인 공연장은 마치 숲속 공연장을 연상시킨다. 마리아 에크베르 사라 문화센터 최고경영자는 “센터는 전통적으로 임업과 목재 산업이 발달한 셸레프테오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기념비와 같다”며 “센터를 통해 지역 사회가 결속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함께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웨덴 셸레프테오의 '사라 문화센터'는 목재로 이뤄진 구조를 이중유리로 감싸 전망을 확보하면서도 단열을 보완했다. 화이트 아키텍츠 홈페이지(White Arkitekter·Åke E:son Lindman) 캡처

스웨덴 셸레프테오의 '사라 문화센터'는 목재로 이뤄진 구조를 이중유리로 감싸 전망을 확보하면서도 단열을 보완했다. 화이트 아키텍츠 홈페이지(White Arkitekter·Åke E:son Lindman) 캡처


기후위기 대안으로 급부상한 목조 건축

사실 센터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따로 있다. 기존의 철근콘크리트 건축이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목조 건축이 대안 건축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2019년 건설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0기가 톤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분량이다.

센터는 시공에서부터 완공에 이르기까지,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지역 목재를 사용해 재료 운반을 위한 트럭 배송 횟수를 평균치보다 90%가량 줄였다. 운반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도 줄이기 위해서다. 목조로 지어지면서 철근콘크리트 건물에 비해 공사 기간도 1년 이상 단축됐다. 자연히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분진과 공해, 폐기물이 대폭 줄었다. 무엇보다 건축 과정에서 탄소배출을 가장 크게 줄인 것은 재료다.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지는 오래된 나무를 썼다. 나무는 1㎥당 1톤의 이산화탄소가 저장된다. 센터에 사용된 목재의 이산화탄소 저장량은 약 9,000톤에 달한다.

스웨덴 셸레프테오에 지난달 완공된 '사라 문화센터'는 목재 산업이 발달한 이 지역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화이트 아키텍츠 홈페이지(White Arkitekter·Åke E:son Lindman) 캡처

스웨덴 셸레프테오에 지난달 완공된 '사라 문화센터'는 목재 산업이 발달한 이 지역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화이트 아키텍츠 홈페이지(White Arkitekter·Åke E:son Lindman) 캡처


스웨덴 셸레프테오의 '사라 문화센터' 내 호텔 객실들은 하중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전에 조립된 후 블록을 쌓듯 들어올려 얹는 방식으로 완성됐다. 화이트 아키텍츠 홈페이지(White Arkitekter·Martinsons·Jonas Westling) 캡처

스웨덴 셸레프테오의 '사라 문화센터' 내 호텔 객실들은 하중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전에 조립된 후 블록을 쌓듯 들어올려 얹는 방식으로 완성됐다. 화이트 아키텍츠 홈페이지(White Arkitekter·Martinsons·Jonas Westling) 캡처

온실가스는 냉난방 등 건물 유지 과정에서도 막대한 양이 배출된다. 센터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한다.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붙여 태양열 에너지를 모으고, 수력과 풍력 에너지도 확보한다. 이것만으로도 센터 내부 에너지 사용은 충분하다. 하지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센터에서 생성된 초과 에너지를 인근 건물로 보내거나, 반대로 센터가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경우 이웃 건물의 잉여분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화이트 아키텍츠에 따르면 센터는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5,631tCO₂eq)보다, ‘줄이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더 많은(-1만190tCO₂eq) ‘탄소 네거티브’ 빌딩으로 등록됐다.

센터 공동 설계를 맡은 로버트 슈미츠 건축가는 “기후위기에 대응해 지속 가능한 건축을 실현하기 위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반대로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려면 현재로선 목조 건축이 그 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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