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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닮은 든든한 스노볼, '100배 주식'에 돈을 묻자

입력
2021.06.27 11:00
수정
2021.06.27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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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여러분의 주식 계좌는 오늘도 안녕하십니까? 25년 연예 전문기자 김범석씨가 좌충우돌하며 겪은 스타들의 이야기와 가치투자 도전기를 전해드립니다.


'유명가수전'에 출연한 아이유. JTBC 제공

'유명가수전'에 출연한 아이유. JTBC 제공

JTBC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서 만난 동갑내기 출연자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몰래 40만 원어치 물품을 사주는 연예인. 팬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전북 김제여고 졸업식에 깜짝 등장해 게릴라 축하 공연과 졸업생 전원에게 향수와 꽃을 선물한 가수. 드라마가 끝날 때마다 스태프들에게 감사 카드를 써주는 배우.

소속사에 자기 스태프들의 완전 고용을 조건으로 내거는 아티스트. 포털에 '아이유 미담'을 검색하면 고구마 줄기처럼 나오는 에피소드들이다.

비싼 세금으로 통하는 '유명세'를 지불하는 연예인은 누구나 집 밖에서 이미지 관리를 위해 계산된 언행을 한다. 그게 설령 가면이어도 자신과 상대를 위해 나쁠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간혹 민낯 그대로의 모습이 더 빛나는 사람이 있다. 타고난 인성이 바르고 초심을 잃지 않는 이들이다. 2000년대 초반 이 방면에 문근영이 있었다면, 2010년 이후엔 아이유를 대적할 사람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한 공중파 예능 PD는 "아이유와 작업하면 누구나 팬이 된다"며 "매사 대충이 없고 세심하게 주위 사람들을 챙겨 방송가에 아이유는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의 복제 인간이 있을 거라는 소문이 돌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가요 프로그램 녹화하는 날이면 새벽부터 시작되는 드라이 리허설 때부터 정성을 쏟고, 여전히 마이크를 건네받는 진행 요원에게까지 인사를 빼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아이유지만 데뷔 초 가요 기자들 사이에선 약간 당돌한 신인으로 불렸다. 겸손하고 싹싹한 태도는 그대로였지만, 신인 시절에도 할 말은 하는 돌직구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발단은 가요계 한 고참급 여기자와 인터뷰 도중 포부를 묻는 질문에 "작사, 작곡을 겸하는 싱어송라이터가 되는 게 목표"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기자가 "아이유씨처럼 기타 메고 다니는 신인을 백 명쯤 봤는데 꿈을 이룬 사람을 거의 못 봤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라고 충고했던 모양이다. 거대 음반사와 복잡한 음원 유통 구조, 한국 가요 산업 메커니즘을 설명하기엔 아마 시간이 모자랐을 것이다.

이럴 때 보통 신인들은 주눅이 들어도 표정 관리하며 "아 네. 그렇군요. 기자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했을 텐데 아이유는 달랐다. "기자님은 왜 제 소중한 꿈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시죠?"라고 반문한 뒤 "기자님, 지켜봐 주세요. 제가 잘 커 드리겠습니다"라고 해 직원들의 머리에 김이 나게 했다고 한다.

아이유는 몇 년 뒤 이 경험담을 방송에서 공개했고 "지금도 그 기자와 친하게 지내고 있다"라고 설명하는 여유를 보였다.

3단 고음으로 대표되는 가창뿐 아니라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출중한 실력을 겸비한 아이유는 자신의 공언처럼 잘 자라줬다. 이미자 이선희로 이어지는 실력파 여성 솔로 가수의 명맥을 유지하며 안티가 없는 무공해 가수로 늘 손꼽히고 있다.

본명 이지은으로 활동하며 '드림하이'로 시작한 연기도 '최고다 이순신' '예쁜 남자' '프로듀사' '나의 아저씨' '호텔 델루나'까지 찬사를 받는다.


2013년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 주연을 맡았던 아이유는 "예전에는 어린 친구들이 많이 좋아해 줬는데 드라마 출연 이후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예뻐해 주신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3년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 주연을 맡았던 아이유는 "예전에는 어린 친구들이 많이 좋아해 줬는데 드라마 출연 이후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예뻐해 주신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데뷔 초부터 기대치를 웃돌며 꾸준히 우상향하는 아이유를 보며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주식은 LG생활건강이다. 증권가에서 LG생활건강은 '100배 주식'으로 불리는 대표적 스노볼 종목.

처음에 눈 뭉치를 단단하게 만들기가 어렵지 일단 한 번 만들어진 눈 뭉치는 몇 번 굴리기만 하면 불어나는 크기와 속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LG생활건강 주식은 10년 전인 2011년 40만 원대였지만 이후 꾸준히 올라 6월 현재 국내 주식 중 최고가인 170만 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증권가에선 200만 원 돌파 역시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최근 뷰티 패션 저널 WWD가 발표한 2020년 세계 100대 화장품 기업 순위에서 12위를 차지할 정도로 '노는 물'이 달라졌다. 세계 1위는 프랑스 회사 로레알이며, 국내 기업 중에선 아모레퍼시픽(14위)을 제친 1위 기록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패션, 뷰티업계가 직격탄을 맞았지만, LG생활건강 매출은 2019년 대비 오히려 4.9% 성장한 40억5,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후와 숨, 오휘 등 고가 라인 화장품 매출이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증가한 덕분이다.

독립 법인 출범 20년 만에 시가 총액이 124배나 불어난 LG생활건강의 우상향은 차석용 부회장을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2005년부터 사령탑을 맡은 차 부회장은 LG화학에서 2001년 독립한 이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10배, 15배로 퀀텀 점프시킨 주인공이다. 16년(64분기) 연속 이익 성장세도 수치를 보기 전까진 믿기 어려운 실적이다.

미국 화장품 엘리자베스 아덴 인수 실패에 따른 실망 매물이 나온 2014년과 사드 배치로 중국 매출이 급감한 2016~2017년 주가가 크게 떨어졌지만, 이 무렵 저가 매수에 나선 장기 투자자라면 현재 엄청난 하이 파이브 수익률을 맛보고 있을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00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20년(82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스노볼 회사는 KT&G, SK텔레콤, 현대모비스, GS홈쇼핑, 신세계, 농심, 유한양행 등 13곳이다. 이 중 의류회사로 유일하게 랭크된 곳이 바로 한섬이다.

타임, 마인, 시스템으로 유명한 한섬은 전문직 여성들이 중요한 회의나 소개팅 같은 특별한 날 입는 옷이라는 고급화 전략을 취해 성공 가도를 달리는 곳이다. 신제품이 출시되면 며칠 뒤 카피가 뜨지만 유럽 고급소재 원단까지 베끼는 게 불가능해 여성복 시장에서 적수가 없다.

한섬은 올해 1분기 매출 3,333억 원, 영업이익은 당초 기대치를 30%나 웃도는 451억 원을 기록했다. 덕분에 2만~3만 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재평가되며 10년 최고가인 5만 원 벽마저 훌쩍 뛰어넘었다. 2012년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된 뒤 백화점 매출에 안주하지 않고 더한섬닷컴을 키워 온라인 매출(18%) 비중을 높여온 게 탄탄한 실적으로 잡힌 것이다.

이는 글로벌 의류 브랜드 전략인 D2C(소비자 직거래) 방식을 도입한 건데 온라인 채널 판매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어 매출이 비슷하게 유지되더라도 영업이익은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클린젠 코스메슈티칼 지분을 인수, 화장품 사업에도 뛰어들어 주주들의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다.

10년 뒤에도 여전히 잘나갈 것 같은 회사,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기업,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주식을 찾고 있다면 LG생활건강이나 한섬 같은 스노볼 회사를 후보에 올려놓고 따져보자.

김범석 전 일간스포츠 연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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