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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웃지 못하는 소녀시대, 액면 분할도 될 사람만 된다

입력
2021.06.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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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여러분의 주식 계좌는 오늘도 안녕하십니까? 25년 연예 전문기자 김범석씨가 좌충우돌하며 겪은 스타들의 이야기와 가치투자 도전기를 전해드립니다.

소녀시대 윤아(왼쪽)와 효연. SM엔터테인먼트, 효연 인스타그램 제공

소녀시대 윤아(왼쪽)와 효연. SM엔터테인먼트, 효연 인스타그램 제공


카카오가 4월 15일 액면분할을 단행해 1주당 액면 가격이 500원에서 100원이 됐다. 예를 들어 주당 주가가 50만 원이라면 10만 원짜리 5주로 쪼개져 재출범하는 것이다. 카카오는 재상장 첫날 12만 원을 가뿐히 돌파하며 단숨에 시가총액 5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다음 날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5,000억 원 규모의 주식을 대량 매매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하락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카카오의 장기 비전이 밝은 건 카카오보다 앞서 액면분할한 선배 우량주들이 보여준 레코드 때문이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이 방면에서도 맏형 격이다.

삼성전자 보통주는 한때 265만 원에 달해 개인들은 쳐다보기도 힘든 황제주였다. 하지만 2018년 5월 5,000원에서 100원으로 액면분할해 신사임당 한 장으로 매수할 수 있는 친근한(?) 주식이 됐다.

삼성전자는 분할 후 재상장 첫날 5만1,900원으로 재부팅했고 그로부터 2년 동안 4만~5만 원에서 횡보하다가 2021년 4월, 8만 원 고지를 넘어섰다. 한때 70만 원이 넘던 언택트 대표주 네이버도 액면분할 후 재상장 첫날 14만2,000원으로 거래됐으며 6월 현재 두 배가 넘는 30만 원 중반으로 급등한 상태다.

올해 초 카카오 뒤를 이어 액면분할을 선언한 상장사는 코스피와 코스닥을 통틀어 현대중공업지주, 한국석유공업, 삼일제약 등 14곳에 달한다. 지난해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기업들이 액면분할에 나서는 이유는 주가가 오른 김에 유통 주식 수를 늘려 거래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개인들 관점에서 비싸게 보이던 주식을 싼 가격으로 담을 수 있어 투자 문턱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액면분할을 했다고 해서 무조건 호재는 아니다. 액면분할로 바뀌는 건 액면가와 주식 수일 뿐 기업의 펀더멘털과 경쟁력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8년 이후 3년 동안 액면분할한 기업 71곳 중 한 달 뒤 주가가 오른 회사는 24곳(34%)에 불과했다. 주가가 보합을 보인 한 곳을 제외하고 나머지(46곳)는 오히려 주가가 하락해 역시 될 놈만 된다는 걸 보여줬다.

삼성전자도 몸집이 가벼워져 매수세가 몰릴 것이란 애초 기대와 달리 2년 넘도록 4만~5만 원대 박스권에 갇혀 많은 투자자를 한숨짓게 했다.

액면분할 종목을 매수할 땐 단기성 호재가 아닌 기업 가치를 더 철저히 따져야 한다. 액면분할 자체가 기업 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게 아니므로 어디까지나 일회성 이벤트로 접근해야 한다. 액면분할은 주가 상승 기회보다 우량주를 담을 기회가 늘어난 것으로 접근하면 좋다.

걸그룹 멤버들의 개별 활동도 이런 액면분할 맥락에서 보면 겹치는 점이 많다. 대표 걸그룹 소녀시대는 10년 가까이 SM엔터테인먼트를 먹여 살리며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멤버들이 나이를 먹고 후배들은 치고 올라오고 여기에 음악 트렌드 변화와 팬덤 약화로 인한 구매력 하락 등이 겹치며 마이크를 내려놓아야 했다.

보통 걸그룹은 해체 1, 2년 전부터 소속사와 재계약 여부를 포함해 개별 활동 플랜B 짜기에 돌입한다. 소녀시대도 가창 담당인 태연은 솔로로, 윤아와 서현 유리는 연기자, 춤꾼 효연은 DJ로 제2의 출발을 알렸다.

1세대 걸그룹 핑클과 SES 역시 비슷한 경로를 걸었다. 핑클 리더 이효리는 해체 후 독자 노선을 걸으며 부와 인기를 동시에 거머쥔 가장 성공한 모델로 꼽힌다. 막내 옥주현은 뮤지컬 배우로 홀로서기에 성공했지만 성유리는 작품 등판 때마다 ‘겸손한’ 연기력으로 구설에 오르며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이수만 회장의 친척인 소녀시대 써니도 해체 후 예능 프로 방송인으로 활동할 뿐 별다른 두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룹으로 활동할 땐 서로의 장단점이 어느 정도 보완됐지만, 개별 활동할 땐 ‘모 아니면 도’라는 냉혹한 현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셈이다.

만약 액면분할한 소녀시대 멤버들을 개별 종목에 빗댄다면 누구에게 투자해야 할까. 관점과 가중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필자는 윤아와 효연을 주목할 것 같다. 새벽으로 나온 KBS 일일 드라마 '너는 내 운명'부터 영화 '공조' '엑시트'를 통해 주인공으로 안착한 윤아는 소녀시대 멤버 중 최고 매출을 기록해 온 명실상부 '센터'다. 업계 추산 매출액이 100억 원대로 2위와 격차가 크다.

한국 진출을 선언한 디즈니플러스 등 새로운 플랫폼과 국내 여배우 품귀 현상을 고려하면 당분간 몸값은 계속 올라갈 것이며 광고 시장에서도 경쟁자 손예진이 결혼한다면 미혼 프리미엄이 더해져 개런티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다만 최근작 JTBC 드라마 '허쉬'가 부진했던 만큼 차기작 성공 여부를 눈여겨봐야 한다.

효연은 윤아에 비해 매출 규모는 적지만 영업이익과 성장성 면에서 후한 점수를 줄 만하다. 코로나19가 종식돼 일상이 회복되면 억눌렸던 클럽 공연과 대학, 지역 축제가 봇물 터지듯 재개될 텐데 이때 DJ 수요 역시 급증하게 된다. 효연은 DJ 업계에서 지팍(박명수)과 함께 톱 클래스급 출연료를 받고 있고 가격 협상력까지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윤아가 의상, 미용, 차량 등 많은 백업맨을 거느려야 해 만만찮은 고정 비용이 드는 반면 효연은 헤드폰만 휴대하면 돼 유지비가 거의 들지 않는 장점도 있다. 가성비와 부가가치 창출 면에서 유리해 보이는 지점이다. 덩치만 큰 미국 자동차들의 연비가 형편없듯 실속을 따져볼 때 효연의 투자 수익률도 높아 보인다.

김범석 전 일간스포츠 연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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