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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노동 정책, 설익고 세밀하지 못했다"

입력
2021.06.01 04:30
수정
2021.06.01 18: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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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라진 일과 노동: 문 정부 노동정책의 현주소
한국일보-한국사회학회 연중기획 좌담회
"촛불 큰 기대 속에 양립 힘든 노동정책 천명"
변화하는 노동…"시민·기업의 중층적 규제 필요"

한국일보·한국사회학회 공동 연중기획 '탈진실시대, 보수-진보를 넘어' 좌담회 참석자들이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 모여 있다. 왼쪽부터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배영 포항공과대학 교수, 권현지 서울대 교수. 고영권 기자

한국일보·한국사회학회 공동 연중기획 '탈진실시대, 보수-진보를 넘어' 좌담회 참석자들이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 모여 있다. 왼쪽부터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배영 포항공과대학 교수, 권현지 서울대 교수. 고영권 기자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 한계는 출범 배경과 관련 깊다. 촛불 국면에서 큰 기대를 안고 시작했지만, 준비기간이 태생적으로 짧았고 열망을 단기간에 충족시키려 설익고 방대한 정책을 냈다.”

한국사회 노동 문제에 천착한 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가 한국일보ㆍ한국사회학회 공동 연중기획 ‘탈진실시대, 보수-진보를 넘어’의 두 번째 주제인 문재인 정부의 노동 및 고용 정책을 놓고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 회의실에서 머리를 맞댔다. 좌담회는 배영 포항공과대학 인문사회학부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정부 초기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 상한제 등을 추진하며 ‘친노동’ 방향을 분명히 보였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처리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 사태 등 굵직한 국면에서 ‘디테일’에 한계를 드러내며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의 냉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최저임금 인상 등 영세자영업자에 직격탄이 될 ‘친노동’ 정책을 고집할 수만도 없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권 교수와 정 교수의 정책 진단은 주로 문재인 정부의 부족한 행정력, 소극적인 정책실행력에 집중됐다.

권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으로 타협하기 어려운 ‘두 마리 토끼’를 계속적으로 추구했다”고 꼬집었다. 일자리 전광판 설치처럼 일자리 ‘양’을 확보하고 주 52시간 근로상한제처럼 노동의 ‘질’까지 개선하겠다는, 애초에 양립하기 어려운 목표를 설정하면서 친노동 정부를 천명했음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세밀하고 치밀한 행정력이 중요한데” 이를 실행할 구체안이 뒷받침되지 못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정 교수 역시 “방향은 맞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영세 사업자를 제외시킨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조항 없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등 핵심 문제를 비킨 규제를 만들어 본들 “실효성을 줄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특히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600만여 명의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에 대한 정책적 구제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비판했다. 그나마 불평등을 해소한다며 국정과제로 선정한 성별 임금공시제도는 공공기관조차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과거 정부에 비해 노동자 권익을 보호하고 전반적으로 친노동 정책이라 할 수 있는 방향성을 갖고는 있지만, 실행력이나 효과는 미치지 못한다"라며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안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플랫폼 노동(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불특정 대상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득을 얻는 일)과 같은 복잡다단해진 노동이 늘어난 지금, 고용 양극화 등을 개선하면서 동시에 성장을 꾀할 수 있는 해법은 뭘까. 권 교수는 “기존 법과 규제에 더해 시민사회, 기업의 자율적 ‘중층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 교수는 “새로운 노동 유형에 대해 어떻게 규율할지 큰 틀에서 논의가 필요하다. 정의로운 전환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송진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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