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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밀리듯 탈당한 역대 대통령들…취임 4주년 문 대통령의 선택은?

입력
2021.05.11 10:20
수정
2021.05.1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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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文대통령 취임 4주년 맞춰 탈당 요구?
대선 직전 與 압박에 탈당했던 역대 대통령들
박근혜, 출당된 첫 대통령…이명박, 임기 후 탈당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친 뒤 질의할 기자를 지정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친 뒤 질의할 기자를 지정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정치권에서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5월 10일)에 맞춰 '문 대통령 탈당론'이 제기됐다. 흥미로운 건 기존 탈당론 문법과 다른 점이다. 대통령 탈당론은 벼랑 끝에 몰린 여당이 국면 전환용으로 꺼내는 카드다. 여당의 보폭을 넓히고 민심을 되돌리고자 대통령과 선을 긋는 방식이다. 대선 직전 대통령 탈당 요구가 거세지는 이유다.

그런데 이번 문 대통령 탈당론은 야권이 정부·여당을 비판하기 위해 꺼낸 카드다. 문 대통령과 늘 반대의 길을 걸어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대통령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 앞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이제 더 이상 친문 계파의 수장으로서 대통령직을 수행해선 안 된다"며 "대통령의 탈당은 향후 1년간 진영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국민 전체를 위해 일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권 인사들이 즉각 안 대표의 발언에 "무례하다", "탈당 전문가 안철수답다"고 강하게 반발한 만큼 여당이 탈당론을 논의할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들의 경우 대선과 가까워질수록 대통령 탈당론이 거세졌던 경험이 있기에 문 대통령이 이를 피해 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렇다면 과거 역대 대통령들의 탈당론은 어땠는지 살펴보자.

노무현, 여권 내 신당 창당파와 선 그으며 탈당

대통령 취임 이후 여당 탈당까지 걸린 기간(일). 박서영 데이터분석가

대통령 취임 이후 여당 탈당까지 걸린 기간(일). 박서영 데이터분석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빨리 여당을 탈당했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한 지 1,462일 된 날에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

노 전 대통령의 탈당론이 불거지기 시작한 건 2006년 5월 지방선거 이후부터다. 당시 여당은 16개의 광역단체장 가운데 1석을 얻는 데 그치며 참패했다.

계속된 선거 연패 행진에 당내 갈등은 극에 달했고, 당 분열의 책임을 지지율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한 노 전 대통령에게 돌렸다. 여당은 노 전 대통령 탈당 요구와 함께 신당 창당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2007년 11월 22일 노무현(가운데) 대통령이 마지막 해외 순방으로 싱가포르를 다녀오는 기내에서 손가락으로 케이크를 맛보는 모습. 연합뉴스

2007년 11월 22일 노무현(가운데) 대통령이 마지막 해외 순방으로 싱가포르를 다녀오는 기내에서 손가락으로 케이크를 맛보는 모습. 연합뉴스

노 전 대통령은 2006년 11월 여당 내 신당 창당 움직임에 "지역 기반 정당인 신당 창당을 반대한다"며 여당과 반대 노선을 걷겠다고 밝힌다. 노 전 대통령의 선 긋기에도 여당 내 주요 인사들은 청와대와 각을 세우며 잇따라 탈당했다. 정동영 전 의원 등 차기 대권을 노린 인사들이 탈당파의 중심에 서며 노 전 대통령을 압박했다.

탈당 요구에 시달리던 노 전 대통령은 취임(2003년 2월 25일) 4주년을 사흘 앞둔 2007년 2월 22일 탈당을 선언했다. 닷새 뒤 인터넷 매체와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 당적 정리는 유감스러운 일이다. 노무현 때문에 표 다 떨어졌다고 하는데, 지금 나간다고 떨어진 표가 다시 돌아오겠느냐"고 일갈했다.

DJ·YS, 아들들 비리로 대국민 사과하며 탈당

한국일보 2002년 5월 6일 자.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2002년 5월 6일 자. 한국일보 자료사진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취임한 지 만 4년을 지나 1,532일 만인 2002년 5월 5일 여당을 탈당했다. 김 전 대통령은 '최규선 게이트' 등 잇따른 측근 비리에 정권이 위기에 처하자 대선을 치러야 할 여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탈당했다.

김 전 대통령은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된 삼남 김홍걸 무소속 의원을 비롯해 세 아들이 줄줄이 비리에 연루돼 탈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김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최규선 전 유아이에너지 대표는 김 의원과의 친분을 이용해 약 150억 원을 횡령했다. 최씨는 횡령과 배임 등 혐의로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9년과 벌금 10억 원을 확정받아 복역 중이다.

당시 장남 김홍일 전 의원은 나라종금 인사 청탁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고, 차남 홍업씨는 이용호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알선수재, 조세 포탈 등으로 구속됐다. 김홍걸 의원은 최씨로부터 3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한국일보 1997년 11월 8일 자.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1997년 11월 8일 자. 한국일보 자료사진

고 김영삼(YS) 전 대통령도 탈당 압박을 벗어나지 못했다. 삼김정치의 중심 축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아들의 비리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YS는 임기 마지막 해인 1997년 차남 김현철씨가 한보 게이트에 연루됐고,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됐다. YS 역시 DJ처럼 대국민 사과를 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로 YS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정권이 벼랑 끝 위기로 몰리면서 YS는 여당인 신한국당을 탈당했는데,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회창 전 총재의 영향이 컸다.

임기 마지막 해에 YS 측과 이 전 총재 측은 감정의 골이 깊었다. 검찰이 야당의 유력 대선주자였던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의 비자금 수사를 유보하겠다고 하자, 이 전 총재는 YS의 탈당을 요구했다. 김 전 대통령은 영남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자 1997년 11월 7일 탈당했다.

노태우, 경쟁자 압박에 '대선 직전 탈당'한 첫 대통령

한국일보 1992년 9월 19일 자.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1992년 9월 19일 자. 한국일보 자료사진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된 이후 대선 직전 여당을 탈당한 첫 번째 대통령이다. 취임 1,669일 만인 1992년 9월 중순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자유당을 탈당했다. 노 전 대통령이 탈당한 시기는 1992년 대선을 석 달 앞둔 시기로, 당시 민자당 대선 후보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갈등이 탈당의 이유였다.

민자당 대선 후보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선출된 뒤 여권 권력 구도가 김 전 대통령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노태우 청와대의 국정 장악력은 눈에 띄게 약해졌다. 두 사람의 갈등이 폭발한 건 당권 경쟁 때문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박철언 전 장관을 후계자로 지목하려고 했지만, 당권을 노렸던 김 전 대통령이 집단 탈당 카드를 꺼내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당권 경쟁에서 김 전 대통령이 승리하자 1992년 8월 28일 민자당 총재에서 물러났다.

이후 21일 뒤인 그해 9월 18일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탈당했다.

선거의 여왕 박근혜도 못 피한 '대통령 탈당'

한국일보 2017년 11월 4일 자.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2017년 11월 4일 자. 한국일보 자료사진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며 보수정당의 구원투수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탈당의 역사를 피하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여당이 출당 조치를 내린 유일한 대통령이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2016년 10월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의 비주류 의원들은 박 전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지만, 친박계가 당권을 장악했던 터라 박 전 대통령은 탈당 요구를 외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7년 5월 대선 이후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당권을 장악하면서 상황이 바뀐다. 대선을 앞두고 수개월간 박 전 대통령의 탈당은 당의 주요 이슈였다. 친박계는 줄곧 탈당만은 안 된다고 버텼고 당의 핵심 지지층 역시 강하게 반발했던 탓에 탈당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홍 전 대표는 더 이상 여론을 외면할 수 없다며 2017년 11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대통령 제명을 발표한다.

이명박(왼쪽)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고영권 기자

이명박(왼쪽)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고영권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탈당 없이 임기를 마친 유일한 대통령이다. 임기 말 이 전 대통령과 대립해 온 친박계가 탈당을 요구했지만, 이 전 대통령은 탈당 요구를 거부하며 정면 돌파했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탈당했다. 2017년 1월 국정농단 사태로 새누리당 내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하며 친이계 의원들이 탈당하자 함께 당적을 정리했다.


류호 기자
박서영 데이터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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