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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피해 처벌 강화됐지만...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아"

입력
2021.03.16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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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정부기관들 해법 골머리

편집자주

서울시장 선거가 다음달 7일로 임박했습니다. '2차 피해' 문제는 잊혀지고 '대선 풍향계'로만 주목받습니다. 박원순 사건이 낳았던 2차 피해 문제를 <상> <하> 에 걸쳐 짚어봅니다.

2017년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르노삼성자동자 직장 내 성희롱 사건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용노동부와 대검찰청이 르노삼성자동차 성희롱 사건을 조속히 해결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2017년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르노삼성자동자 직장 내 성희롱 사건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용노동부와 대검찰청이 르노삼성자동차 성희롱 사건을 조속히 해결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지난해 2월 수원지법은 르노삼성자동차의 인사담당 직원에게 800만 원, 징계위원장에게 400만 원, 회사 법인에도 2,0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성희롱 사건 이후 인사불이익으로 2차 피해를 끼친 죄였다. 앞서 성희롱 당한 직원이 가해자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는데, 회사는 피해자와 그를 도운 직원에게 되레 견책, 업무배제, 대기발령 등을 통해 불이익을 줬기 때문이다. 법원 판결은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 같은 2차 피해가 있어선 안 된다는 명시적 판단이었다.

이처럼 성희롱과 2차 피해 사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법적 제재는 점점 더 강화되는 추세다. 예전 같으면 민사상 손해배상 문제로 끝날 사건이었지만 이제는 남녀고용평등법의 문제가 된다. 남녀고용평등법 14조 6항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게 해서는 안 되는 행위 유형 7가지를 제시한 뒤 사업주가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를 넘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르노삼성의 사례처럼 눈에 보이는 인사상 불이익뿐만이 아니다. ‘집단 따돌림, 폭행 또는 폭언 등 정신적·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는 물론 '그 행위를 방치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다. 2차 피해를 주장하는 이가 정신과 진단서를 첨부하고 이를 인정받으면 이런 문제 또한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문강분 행복한일 노무법인 대표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부터 2차 피해 규정까지, 우리나라는 법으로 촘촘하게 다 규정해둔 아주 드문 나라"라면서 "특히 공공부문에서 직장 내 성희롱은 거의 ‘삼족을 멸하는 수준’으로 강하게 처벌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남녀고용평등법 14조 6항.

남녀고용평등법 14조 6항.


하지만 그 때문에 어려움도 있다. 단적으로 르노삼성 판결만 해도 아주 희귀한 판결이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성희롱 때문에 불이익을 줬다'고 절대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르노삼성 판결도 2014년 복잡다단한 법정 다툼이 시작된 이래 6년 만에 겨우 나온 결론이다. 아직도 최종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

이는 형사처벌이 강해질수록 법원은 '과연 그만큼 처벌할 정도인가'를 두고 굉장히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해질뿐더러, 회사 측에서도 성희롱과 인사 불이익 간 인과관계를 부인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를 제출하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르노삼성 사건을 맡았던 이종희 공공운수법률원 변호사조차도 "민사소송에서도 잘 인정되지 않던 2차 피해를 인정받은, 아주 예외적인 판결"이라 할 정도다.

법원의 보수적 태도도 문제지만, 그와 별개로 강화된 형사처벌은 조직 문화 개선과 예방 교육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있다. 문강분 대표는 “임원 한 사람이 성희롱 발언을 했다면 그건 한 사람의 일탈보다 조직 전체의 문제라 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형사처벌만 이어진다면 회사는 되도록 여성을 덜 뽑고, 함께 일하려 하지 않으려는 ‘펜스룰’을 강화하는 악순환을 낳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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