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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 아닌 제대로 된 심리치료가 성범죄 재범 막아"

입력
2021.03.05 01: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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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란 코사코리아 대표 인터뷰?
"의식 교정하면 잠재적 피해자 예방"
코사코리아 거친 178명 재범률 3% 이하
성도착 등 병적 치료로 시스템 확대 기대

박정란 코사코리아(COSA Korea) 대표가 지난달 14일 코사코리아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이정원 기자

박정란 코사코리아(COSA Korea) 대표가 지난달 14일 코사코리아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이정원 기자

"재범을 막자. 그래서 우리 사회가 안전해질 수 있도록 만들자.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오직 그것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정란 코사코리아(COSA Korea·Circles of Support and Accountability Korea·후원과 책임의 공동체) 대표는 성범죄자 상담심리 관련, 손꼽히는 국내 전문가 중 한 명이다. 2009년 여성가족부 의뢰로 서울 남부구치소에서 성범죄 가해자 교육을 진행한 이후 12년째 법무부 심리치료 이수 명령 프로그램 외부 전문 강사로서 교도소 내 성범죄자들을 만나고 있다. 1월 중순부터 최근까지 경기도 코사코리아 사무실 등에서의 만남과 추가 전화 통화로 그의 경험과 성범죄자 심리 치료의 필요성 등을 들어봤다.

박 대표는 우선 성범죄자들에게도 죄를 반성하고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점을 말했다. 물론 100%는 아닐 수는 있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상담심리가 필요하다는 확신이 굳어져 갔다고 했다. "계속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재범을 일으킬 것 같다"는 우려, "꾸준히 도와주면 안전히 정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코사코리아와 함께 한 본격적인 성범죄심리 치료 전문가 길은 2011년 시작됐다. 출소 후 연계치료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법무부 지원으로 '코사 캐나다 본부'에 다녀왔다는 교도관들을 소개받은 것이다. 1994년 캐나다에서 시작된 코사는, 재범 위험성이 높은 성범죄 출소자들을 상담 전문가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교정하며 사회 구성원으로 정착시키는 지역 사회 기관. 박 대표는 그때부터 머릿속으로 '한국형 코사'를 떠올렸다. 2013년 코사 본부를 찾아 봉사활동에 참여했고, 귀국 이듬해 곧바로 코사코리아를 설립했다. 이후 현재까지 이 곳을 거쳐간 성폭력 사범들만 해도 178명에 달한다.

박 대표는 무엇보다 성범죄자 대상 심리치료를 '가해자 지원'으로만 보는 시선을 안타까워했다. 가해자 치료가 무슨 필요냐는 주장, 지원 자체가 되레 피해자를 배려하지 않는 일 아니냐는 목소리, 급기야 성범죄 출소자들과 관련된 논의가 대부분 '영구 격리'나 '사형'과 같은 결론으로 이어지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이었다.

박 대표는 "가해자가 불쌍하기 때문에, 가해자 죄가 약하기 때문에 치료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모든 성폭력 가해자들을 완전히 격리하는 게 불가능하고 결국 출소자들이 사회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면, "사회 안전망 차원의 꾸준한 교정, 교화가 필요하다"는 게 그가 내린 결론이다. "성범죄 출소자들의 의식 교정은 곧 잠재적 피해자 예방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그가 교정과 교화에 방점을 찍은 이유다.

박 대표는 개인상담 등을 기간 제한 없이 무료 진행하고 있는 코사코리아를 거쳐간 성범죄 출소자들 가운데 동종 재범을 저지른 비율은 3%를 밑돈다고 밝혔다. 2019년 경찰청 발표 기준 전체 성범죄 재범률 6.3%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인 것이다.

박 대표는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는 유형, 대인 관계 능력에 문제가 있는 유형, 성장 과정에서 트라우마를 입은 유형 등 성범죄자들에겐 다양한 문제가 있다"며 "범죄 동기를 내밀하게 분석해 치료 가능한 성향이 있다면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인 재범 감소책이다"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심리치료 시스템이 궁극적으로 성중독과 성도착 등 병적 증세의 치료 시스템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교정기관 내 심리치료는 처벌적 성격이지 완전한 치료를 담보하는 과정은 아니다"라며 "출소 후 적절한 심리치료와 약물치료가 병행되지 않으면 범죄 성향은 늘 억눌린 채로 잠재해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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