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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채우면 안심?... 유일한 안전판 전자감독관은 '번아웃'

입력
2021.03.02 23: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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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7일 오후, 서울보호관찰소 조영현 계장이 전자감독 대상자의 거주지를 방문해 안부를 묻고 있다. 배우한 기자

2월 17일 오후, 서울보호관찰소 조영현 계장이 전자감독 대상자의 거주지를 방문해 안부를 묻고 있다. 배우한 기자

"퇴근 시간쯤 강남에 사는 아동 강간범이 초등학교 주변에 갔다고 쳐요. 교통체증 때문에 여기 휘경동에서 강남까지 두 시간 걸리겠죠? 그 사람이 10분 머무르고 가버리면 저흰 이동하다 상황 끝나는 거예요."

찬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던 지난달 17일 오후, 조영현 서울보호관찰소 전자감독과 계장은 서울의 한 쪽방촌을 찾았다. 수회의 성추행 전력으로 2013년부터 전자감독 대상자가 된 50대 남성을 면담하러 왔다.

면담은 조 계장 일과 가운데 일부에 해당한다. 오전 9시에 출근하면 자신이 맡고 있는 관리 대상자 21명의 전날 동선부터 모니터링한다. 점심은 면담을 겸해 전자감독 대상자와 먹는다. 이후엔 대상자 집을 직접 찾아 상황을 점검하고, 사무실로 돌아와 개별 대상자의 사정에 맞춰 관리 계획을 짠다.

전자발찌를 착용하는 대상자의 범죄 수법도 일일이 분석해야 한다. 매달 수십 명에 달하는 이들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한 뒤 음주 제한 등 맞춤형 '특별준수사항'을 정해 법원에 신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야간 업무가 있는 날은 24시간 근무다. 외출 제한을 어기고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는지 밤새 살피다가 긴급 출동을 하기도 한다. 조 계장은 "사람들은 전자발찌만 채우면 끝인 줄 알지만, 사실 사후관리가 더 중요하다. 지금 인력으론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자발찌 도입 10여 년째 실효성 논란

주요 성범죄 전과자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해 재범을 막는 전자감독제도가 도입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범죄 예방 효과를 둘러싼 실효성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전자발찌 착용자의 성범죄 재범률은 2.1%(2015~2019년 평균)로, 전자발찌 미착용 성범죄자 재범률 14.1%(2003~2007년 평균)에 비해 훨씬 낮다. 하지만 전자발찌를 착용한 살인범과 강도범의 재범률이 각각 0.1%와 0.2%인 것과 비교하면, 전자발찌 성범죄자의 재범률은 결코 낮다고 볼 수 없다.

실제로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또 다른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는 사례가 최근까지 잇따르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최근 5년간 전자발찌 훼손사건은 연평균 17회 발생했다. 미성년자 강간 혐의로 수차례 성범죄 처벌을 받은 A씨는 지난해 9월 전자발찌를 찬 상태에서 초등학생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최근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불안한 현실 탓에 전자감독제도에 대한 시민들 불신은 계속되고 있다. 성범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로부터 3분 거리 어린이집에 두 딸이 다니고 있는 서모(32)씨는 "전자발찌가 재범을 막아줄 확실한 수단이라고 믿지는 않는다"며 "기계는 오류가 날 가능성이 있는데, 기계만 믿고 오히려 성범죄자를 방치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선진국보다 최대 4배 많은 업무량

전자감독제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데는 성범죄자를 관리하는 보호관찰관이 턱없이 부족한 점도 이유로 꼽힌다. 전자감독제도가 처음 실시된 2008년 이후로 감독관 한 사람이 담당하는 관리 대상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시행 첫해 3.1명에서 올해 1월 말 기준으론 21.7명으로 6배 이상 늘었다. 스웨덴과 호주 등 주요국 평균이 5~8명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업무 과부하가 걸린 상태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특히 앞으로 모든 가석방 대상자에게도 전자장치 부착이 가능해지면서 감당해야 할 대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보호관찰소 직원들은 "아동 대상 성범죄자가 채팅 애플리케이션으로 10대 청소년과 대화를 나누는 것까지 알아내고 상담해야 하는 게 우리 일"이라며 "1인당 관리대상자가 적어도 10명 이하로는 낮아져야 내실 있는 관리가 가능하다"고 호소한다.

법 개정으로 이들에게 사법경찰권이 주어져 올 6월부터는 직접 수사도 맡는다. 전자감독 대상자의 준수사항 위반을 수사기관에 의뢰하면서 발생했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함이지만, 현장에선 업무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한 보호관찰소 직원은 "제도 취지는 이해하지만 지원 없이 일만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번아웃' 호소하지만 인력 충원은 먼 길

전자발찌 자체로는 '동기 억제책'에 불과해 범죄 예방을 위해선 개별적인 심리·정신병리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깊이 있는 상담이 이뤄지지 못하다 보니, 성범죄자들 역시 "전자발찌는 사회적 낙인일 뿐"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 7년째 전자감독 업무를 맡고 있는 김동민 서울보호관찰소 전자감독과 과장은 "출소 후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성범죄자를 만나 '라포(신뢰관계)'를 형성하고 재범을 저지르지 않도록 돕는 게 우리 역할"이라며 "함께 목욕도 하고 영화도 보는 심리적 교화가 일상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성범죄자 관리인력은 제대로 충원되지 않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전자감독 전담 직원 302명 증원을 요청했지만 국회 예산심의를 거치며 101명 증원으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법무부는 조두순같이 재범 위험성이 높은 성범죄자를 전담 마크식으로 관리하는 '1대 1 전자감독' 인력도 대폭 늘리기로 했지만 충분한 수준은 아니다. 1대 1 전자감독은 19세 미만 아동·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폭력을 저질러 전자발찌를 찬 사람 중 3회 이상 성범죄 전력이 있고 재범 위험성이 높은 이들에게 전담 보호관찰관을 지정해 집중 감독하는 제도다. 전국적으로 192명이 관리 대상 성범죄자로 파악되지만 현재 24명만 괸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의 공동 법률대리인을 맡은 오선희 변호사는 "보호관찰관을 대폭 늘려 부착 명령 이후 효과적인 재사회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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