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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받는다고 기초연금 깎나" 연계 감액에 뿔난 6070

입력
2021.01.06 06: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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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연금 부담 큰 2030, 복지 부족한 6070

편집자주

2030·6070세대는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청년·노년을 사는 첫 세대다. 일자리·주거·복지에서 소외를 겪으면서도 ‘싸가지’와 ‘꼰대’라는 지적만 받을 뿐, 주류인 4050세대에 치여 주변부로 내밀린다. 세대간 공정을 바라는 이들의 목소리는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작은 외침이다.

지난달 23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서 만난 지만형씨가 자택에서 홀로 티비를 시청하고 있다. 왕태석 기자

지난달 23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서 만난 지만형씨가 자택에서 홀로 티비를 시청하고 있다. 왕태석 기자

"빠듯한 형편에도 32년간 성실히 국민연금을 부었어요. 근데 그 국민연금 때문에 기초연금이 줄어든다니 황당하네요."

전현희(69)씨 부부는 기초연금 제도로 월 25만원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지난해 신청 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수급 첫 달 통장에 찍힌 돈은 전씨 3만4,760원, 남편 2만5,470원. 왜 이것밖에 안 되느냐고 구청에 물어 봤더니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하는) 연계감액 제도 때문에 깎였다"는 답이 돌아왔다. 전씨는 "국민연금은 내가 성실히 낸 보험료를 받는 것이고, 기초연금은 나라가 주는 별개의 연금 아니냐"며 "왜 이 두 연금을 엮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된다. 일반 수급자는 월 최대 25만4,760원, 저소득 수급자는 30만원(2020년 기준)을 받는다. 그러나 이미 국민연금으로 약 38만원(기초연금의 150%·일반수급자 기준) 이상을 타고 있다면, 기초연금 수령액은 깎이기 시작해 최대 절반까지 줄어든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에 공적 재원 성격이 있기 때문에 그에 따라 기초연금을 조정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고 설명한다.

감액 대상이 된 6070세대는 "불공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사적 연금 대신 국가를 믿고 노후를 대비한 것이 잘못이냐고 묻는다. 유정숙(63)씨는 "국민연금 보험료 추가 납부를 할 경우 나중에 더 많은 돈을 돌려 받을 수 있다"는 공단 측 설명을 듣고 지난해 상여금과 적금까지 깨 수령액을 높여뒀다. 그러나 국민연금 수령액이 일정액을 넘으면 기초연금이 삭감된다는 사실을 뒤늦게서야 알게 됐다. 유씨는 "미리 이런 설명을 들었으면 국민연금에 추가납부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했다.

남들이 보면 적은 돈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렇게 몇 만원에 분통이 터질 정도로 노후 생활은 빠듯하기만 하다. 전현희씨 남편 박태식(68)씨는 일흔을 앞둔 나이지만 40년 넘도록 근로소득을 가계에 보태고 있다. 전씨는 "지금 타는 국민연금으로 노후가 충분하면 남편이 그 나이까지 일을 계속 하고 있겠냐"고 반문했다. 전씨는 "내후년부턴 남편이 일도 그만 둘 거라 남는 게 연금 뿐"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6070의 개선 요구에도 불구하고, 연계 감액 대상자와 삭감액은 해마다 늘고 있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 때문에 기초연금이 삭감된 수급자는 2016년 22만여명에서 지난해(6월) 36만여명으로 늘었다. 이 의원실은 "이대로라면 올해 삭감되는 금액만 3,000억원 이상"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연계 감액의 취지를 인정하더라도, 노후 소득이 불안정한 한국 사회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삭감 액수가 적더라도 빠듯한 노후를 보내는 입장에서는 감액으로 인해 국민연금 신뢰도 자체에 의구심을 갖게 된다"고 우려했다. 2018년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도 비슷한 이유로 연계제도 폐지를 권고했지만, 논의는 제자리 걸음이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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