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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윤석열 싸움의 가장 큰 피해자는 '공수처'였다

입력
2020.12.16 20: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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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와 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가 공동으로 뜨거운 이슈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아본다.

검찰개혁 관련 포털 뉴스 댓글 감성분석

검찰개혁 관련 포털 뉴스 댓글 감성분석


16일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정직으로 일단락된 ‘검찰 개혁’ 이슈는 코로나19와 함께 2020년 한 해를 관통했다. 지난해 10월 주말마다 서초동 검찰청사 주변을 촛불 태극기와 함께 포위했던 ‘검찰 개혁’과 ‘조국 구속’ 구호가 잠잠해지다, 다시 불붙은 것이 올해 1월 8일이다.

이날 법무장관이 된 지 6일 만에 추미애 장관은 첫 검사 인사를 했다. 조국 전 장관 가족 비리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한동훈 대검 반부패부장(검사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이던 박찬호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좌천됐다. 이 두 수사를 이끌던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은 법무연수원 원장으로 전보됐다. 이후 검찰개혁 관련 포털 뉴스에 댓글이 폭발적으로 늘어 다음날인 1월 9일 포털 뉴스에 달린 댓글이 8,466개까지 치솟았다. 이중 검찰 개혁에 대한 부정적 언급이 3,131개로 긍정적 언급(1,453개)을 두 배 이상 압도했다(혼합ㆍ중립 3,882개). 여론의 지지 속에 정부ㆍ여당이 거침없이 밀어붙이던 ‘검찰 개혁’ 행보가 ‘검찰 독립성’이란 대항 명분의 등장으로 꼬이기 시작한 중요 분기점이다.

윤 총장 공격할수록 검찰 개혁 반감 커져

올 한 해를 달궜던 검찰개혁에 대한 민심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한국일보와 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ISDS)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 시스템을 통해 1998년 2월 15일~ 2020년 12월 11일까지의 ‘검찰개혁’ 관련 뉴스 총 3만7,219건, 닐슨코리아의 버즈워드 시스템을 이용하여 2019년 12월 12일~2020년 12월 11일까지 ‘검찰 개혁’ 관련 뉴스 댓글 총 7만5,152건, 2020년 9월 15일~12월 14일까지 ‘추미애’ 관련 뉴스 댓글 총 110만8,657건, 그리고 같은 기간 ‘윤석열’ 관련 뉴스 댓글 총 55만1,283건을 분석했다.

올해 검찰 개혁 관련 포털뉴스 댓글을 감성 분석한 결과를 월별로 나눠보면 지속적으로 부정적 의견이 긍정적 의견보다 많았는데, 유독 4월은 긍정과 부정이 비슷한 비율로 나타난다. ‘채널A 사건’으로 불리는 검ㆍ언 유착 의혹 보도가 이어졌고, 15일 실시한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한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총선 다음날인 16일 검찰 개혁 관련 댓글은 7,421개까지 치솟았으며, 이중 긍정(1,523개)이 부정(1,505개)을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약효는 오래 가지 못했다.

검찰 개혁 뉴스 댓글은 7월 3일(3,264개) 다시 한번 치솟는데, 2일 추 장관이 검ㆍ언 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 지휘권을 발동하자, 수사지휘 대상이 된 윤 총장이 전국 검사장 회의를 소집한 날이다. 2~4일 3일간 부정적 댓글(3,520개)은 긍정 댓글(1,307개)의 3배에 육박했다. 한 달 뒤인 8월 7일(댓글 4,333개) 추 장관은 다시 한번 검사장급 인사를 발표하는데, 이른바 추 장관 라인은 약진하고 대검찰청 주요 참모진을 대거 교체해 윤 총장을 더욱 고립시킨 인사로 요약된다. 이때 부정적 댓글이 긍정 댓글을 2배 이상 압도한다.

9월 13일(댓글 1만1,980개) 추 장관은 아들 문제와 관련해 사과한다. 하지만 관련 의혹은 부인하면서 다시 한번 “기필코 검찰 개혁을 완성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여파는 5일가량 이어졌는데, 이때도 부정적 댓글이 일별로 2~4배까지 많았다. 윤 총장이 법원 결정으로 업무에 복귀한 11월 3일은 관련 댓글이 1만3,000개를 넘어서며 연중 최대를 기록했다. 마지막 피크는 12월 7일(댓글 9,626개)로 문재인 대통령이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 상황에 대해 사과한 날이다.

추ㆍ윤 갈등, 모두 상처가 더 커

관련 뉴스 댓글 빈도수가 보여주듯 올해 검찰 개혁 이슈는 추 장관이 윤 총장을 공격하면 윤 총장이 대응하는 양상으로 변하며 제도 개혁이 아니라 인물 및 세력 간 갈등으로 전락했다. 이 과정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은 1년 내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를 지켜보는 민심은 어떤 것이지 알아보기 위해 올해 9월 이후 ‘추미애’와 ‘윤석열’ 관련 뉴스에 달린 댓글의 감성분석을 시도했다. 첫 눈에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양자 모두 부정적 댓글이 긍정적 댓글보다 많았다는 것이다.


시각물_추미애·윤석열 관련 뉴스 댓글 감성분석

시각물_추미애·윤석열 관련 뉴스 댓글 감성분석


추 장관은 9월 내내 ‘아들 의혹’으로 부정적 댓글이 압도했다. 이후 줄어들던 부정적 댓글은 10월 19일 추 장관이 라임 사건과 윤 총장 가족 사건과 관련해 두 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며 다시 치솟아 20일 1만1,016개를 기록했다. 이날 긍정 댓글은 2,986건에 불과했다. 또 12월 1일 추 장관이 내린 윤 총장 업무집행 정지 명령에 대해 법원이 효력 정지 신청을 인용한 날의 부정적 댓글은 1만1,072개로 10월의 기록을 앞섰다. 세 번째로 반대 댓글이 많았던 날은 11월 25일 9.852개로 추 장관이 대검의 판사 사찰에 대해 감찰을 지시하며 윤 총장 업무집행 정지를 명령했을 때다. 모두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직접 공격한 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여론은 윤 총장에게도 우호적이지 않다. 상징적인 날이 앞에 언급한 11월 25일이다. 이날 윤 총장 관련 기사에 비판적 댓글은 6,174건인 반면 긍정적 댓글은 1,796건에 그쳤다. 추 장관보다는 충격이 작았으나 윤 총장도 상처를 받았다. 9월 이후 윤 총장 기사에서 가장 비판 댓글이 많았던 날은 10월 23일(6,763건)인데, 전날 윤 총장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소신 발언을 쏟아냈다. 그 다음은 11월 11일 6,061건으로 윤 총장 가족 수사가 본격화한 날이다.

시각물_추미애·윤석열 관련 포털 뉴스 댓글.jpg

시각물_추미애·윤석열 관련 포털 뉴스 댓글.jpg


추 장관과 윤 총장 관련 기사 댓글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을 살펴봐도 여론은 두 사람 모두에게 싸늘하다. 추 장관 기사 댓글에는 윤미향, 김현미 등 현 정부 인사 중 비판을 많이 받은 여성 인사들의 이름이 함께 자주 등장하고, 감정적 비난도 많다. 윤 총장에게는 장모와 처 등 가족이 자주 등장하고 보수, 차기 등 향후 정치에 뛰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많다.

분석을 진행한 배영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추 장관 기사 댓글에는 거짓말, 내로남불, 뻔뻔하다 같은 그의 태도 등에 대한 감정적 비난이 많이 등장하고 윤 총장에게는 장모, 가족, 처 등 가족 관련 언급이 상위에 등장하는 게 눈에 띈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또 “양쪽 댓글에 상대방의 이름이나 ‘대통령’ ‘국민’ 등 공통으로 등장하는 단어가 많았다"며 "그럼에도 부정적 댓글이 더 많은 것은 검찰 개혁 같은 사안에 대한 찬반보다 인물에 대한 호불호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고 분석했다.

검찰 개혁 파행 가장 큰 피해자는 공수처


시각물_검찰 개혁 관련 뉴스 기사 수

시각물_검찰 개혁 관련 뉴스 기사 수

검찰 개혁은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오래 묵은 숙제다. 하지만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5월부터다. 5월 11일 청와대 민정수석에 조국 서울대 교수가 임명됐고, 19일에는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가 파격적으로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됐다. 지식 경험 신념을 모두 갖춘 이 두 주역이 협력해 주도면밀하게 추진할 것이라 기대했으나, 결과는 모두의 예상과 달랐다. 두 주역 모두 그 과정에서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가장 큰 상처를 입은 것은 검찰을 비롯한 제대로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감시할 기구로 기대를 모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이다. 공수처는 설치 찬성 여론이 늘 과반수 이상을 유지했으나, 지난 10일 야당의 반대 속에 관련 법이 통과돼 설치가 확정된 후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처음으로 ‘잘못된 일’이라는 여론이 54.2%로 긍정을 압도했다. 문재인 정부 내내 추진했던 검찰 개혁이 이렇게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것은 제도와 절차보다는 개인의 인기와 여론 몰이로 주도하는 개혁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일보-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 공동기획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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