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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이 돋보이는 이유

입력
2020.12.01 18:00
수정
2020.12.01 18:4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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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좋아하는 감독, 좋아하는 배우를 영화 한편만으로는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영화와 저 영화를 연결지어 영화에 대한 여러분의 지식의 폭을 넓히고 이해의 깊이를 더하고자 합니다.


영화 '콜'은 타임슬립이라는 흔한 소재를 바탕으로 남다른 완성도를 선보인다. 넷플릭스 제공

영화 '콜'은 타임슬립이라는 흔한 소재를 바탕으로 남다른 완성도를 선보인다. 넷플릭스 제공


과거와 현재 또는 미래가 만난다. 현실에서는 아직 불가능하지만 영화 속에선 흔한 소재다. 한국 영화만 따져봐도 타임슬립은 하나의 장르가 됐다.

타임슬립 영화는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시간을 오가는 사람들의 사연을 정교한 과학이론을 바탕으로 풀어내거나 초자연적 현상에 기대어 이야기를 전개한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인셉션’(2010)과 ‘인터스텔라’(2014), ‘테넷’(2020)이 관객의 두뇌 온도를 높이는 대표적인 경우다. 난해한 용어와 개념을 들이밀며 관객이 여러 번 봐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수익을 높이려는 계략이 숨어 있다는 우스개까지 나온다. 오랜 시간 공들인 시나리오, 과학을 시각화할 수 있는 기술과 자본이 필요하다.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는 한 중년남자가 과거로 이동해 젊은 자신을 만나는 과정을 그렸다. 롯데컬처웍스 제공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는 한 중년남자가 과거로 이동해 젊은 자신을 만나는 과정을 그렸다. 롯데컬처웍스 제공


한국 영화는 주로 골치 아픈 과학이론을 제시하기보다 초자연적 현상을 촉매제로 삼는다.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2016)는 한 중년남자가 신비로운 약 10개 덕분에 과거로 가 젊은 자신을 만나는 사연을 담았다. ‘더 폰’(2015)은 1년 전 살해 당한 아내가 과거로부터 남편에게 전화를 걸면서 서스펜스가 시작된다. 전자기 장애가 불러 낸 기이한 일이다. ‘시간이탈자’(2016)에선 꿈으로 연결된 두 남자가 30년 간격을 뛰어넘어 한 여자를 살리려 한다.

영화 '어바웃 타임'. 타임슬립에 로맨틱코미디를 결합했다. 유니버설 제공

영화 '어바웃 타임'. 타임슬립에 로맨틱코미디를 결합했다. 유니버설 제공


‘어바웃 타임’은 타임슬립 영화 중 가장 독특하다. 과학을 내세우지도, 초자연적 현상을 들이대지도 않는다. 주인공 팀(돔놀 글리슨)은 그저 집안내력에 따라 과거로 여행할 수 있다. 어두운 곳에서 눈을 감고 두 손을 불끈 지기만 하면 원하는 시간대로 이동한다. 그는 흠모하는 여성과 인연을 맺기 위해, 친구의 불행을 막기 위해 시간 여행을 한다. 팀의 삶은 바뀌지만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나비효과’(2004)의 에반(애쉬튼 커쳐)은 부럽기만 할 일. 에반은 불우한 삶을 바꾸기 위해 과거에 손댔다가 시공간이 뒤틀리면서 나락으로 떨어진다. 나비의 날갯짓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지구 반대편에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논리가 적용됐다.

지난달 27일 공개된 ‘콜’ 역시 초자연적 현상을 이야기의 도약대로 삼는다. 낡은 전화기로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면서 주인공이 위기에 처한다는 이야기 줄기는 영국 영화 ‘더 콜러’(2011)에서 가져왔다. 새로울 거 딱히 없지만 ‘콜’은 남다르다. 영화는 엄마와 갈등하는 두 여자의 연대로 시작해 파국으로 끝맺는다. 호감이 증오로 변질됐을 때 생기는 지옥을 정교하게 그린다. 1999년에 사는 악인 영숙(전종서)은 2019년에 존재하는 서연(박신혜)의 삶을 바꿀 수 있다. 서연은 영숙의 악행을 막을 방법이 없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위기에 맞서려는, 여느 타임슬립 영화 주인공들과 다르다.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과거를 어찌할 수 없는, 관객들의 현실과 맞닿는다. 공감도가 높아질 만하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반전이 거듭되고, 전종서의 광기 어린 연기가 얹히며 스릴을 더한다. ‘콜’은 이제는 상투적 장르가 된 타임슬립의 가능성을 새삼 확인하게 한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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